오늘도 아침에 출근하여 신간을 스윽 서치. (아 뒤통수 따갑다...;;;;)
조카를 위한 책에서 아직까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학습만화 시리즈이다. 내가 봤을 때 '학습만화'는 학습을 빙자한 만화와 진정으로 만화를 이용한 학습책이 있는데 가급적 나는 後者를 사주려고 애쓴다..(물론 우리 조카는 前者를 더 좋아할런지도...ㅜ) <내일은 발명왕> 시리즈가 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5권째가 나왔네. 요즘 아이들은 만화와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으므로 그냥 글자로만 된 책에 한 권씩 끼워 사줘야겠다...
나는 예전부터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대로 다 읽어봤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닥... 그나마 사춘기 때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은 나쁘지 않은 기억이...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헤르만 헤세의 작품 두 개를 한꺼번에 내어서 한번 챙겨보았다. 사서 볼까? 는 잘 모르겠지만, 이 두 작품은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 싶어서. 특히 <데미안>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중학교 때 읽을 땐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었는데. 지금 상당히 많은 세월 이후에 읽게 되면, 다르겠지... 어쩌면 우리 조카가 몇 년 뒤에 읽어야 할 책일 지도 모르겠고. (근데 왠 양장? 무겁기만 무거운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라는 곳에서 요즘 고전적인 미스터리들을 재출간하고 있다.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많다>나 딕슨 카의 <화형법정>은 이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걸로 한번 읽은 바는 있다. 물론 동서문화사에서 한꺼번에 미스터리들을 냈던 적이 있어서 고전 추리소설치고 여기랑 겹치지 않기란 쉽지 않지만 말이다. 아뭏든 이 두 작품은 고전 미스터리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들이라서 반가운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딕슨 카에겐 그닥 끌리지 않지만, 그의 밀실 트릭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뛰어남을 인정하는 바이다. 사실 딕슨 카의 골수 팬들도 많아서 내가 좋다 별루다 말하면 흥분하겠지만, 그냥 나의 취향과는 좀 다르다... 이 뜻. 렉스 스타우트가 창조해낸 네오 울프라는 탐정의 캐릭터는 내가 꽤나 좋아하는 유형이라 다시 읽으며 좀 유쾌해지고 싶기도 하네.
사실 나는 최근에 나오는 '힐링' 열풍이 못 마땅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회적으로 풀려 하기보다는 개인의 힐링으로 문제해결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사람들이 너무 각박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들의 힐링 메세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 혼자만 힐링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건 주먹구구식이고 임시방편적인 거 아닌가. 왜냐하면 문제는 항상 남아 있는데 내 마음결만 다스려서 그 시절을 넘어가는 거니까...
그런데 요즘 내가 상처받을 일이 생기고 보니 이런 류의 책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보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아닌 거다. 힐링류의 책들은 제목부터가 마음에 꽂힌다. <괜챦아, 마음먹기에 달렸어> 라고 날 위로하고 <슬픔도 힘이 된다>라고 나의 슬픔을 정당화하고 <내 인생은 지금 몇 시에 서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아직은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준다.
머리를 쓰면서 책을 읽으려면 이런 책들을 끊임없이 구겨 넣어야 한다. 뇌라는 것이 쉽고 자극적이고 금방금방 소진되는 내용들에 좀더 혹하기 때문에 (사탕과 같다...) 억지로 의도적으로 철학이나 사회학, 심리학 등등의 책들을 사서 머리맡에 두고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는 게 매우 필요하다.
특히 요즘엔 공간이라든가 건축이라든가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건축을 위한 철학>은 건축과 관련한 여러가지 사상들을 한데 모아둔 책인 모양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책들도 가끔 흥미를 유발하는데, 이 책도 괜챦지 않을까 싶다.
올해 꼭 가고 싶은 곳이 라오스와 태국 북부(그러니까 치앙마이.. 이런 데), 그리고 뉴욕이다. 미얀마도 포함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다니다보니 왠만한 곳들은 다 가봤다고 자부하는데, 뉴욕엔 왜 이제까지 못 갔나 의문이다. 이것들을 올해 내로 다 갈 수는 없겠지만, 일단 여행책은 챙겨두련다. 그래야 한번씩 보면서 갈 유인력이 생기지. 미얀마나 라오스를 갈 계획은 있는데, 올해 3월 이후로는 좀 바빠질 것 같아서 가능할런지 모르겠다...그래도 생각만 해도 좋다. 정말 매력적인 곳들 아닌가.
예전에 대만에서 회의가 있을 때 만났던 라오스의 여성은 호주에서 석사까지 마친, 영어가 매우 fluent한 개방적인 여성이었는데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오륙년 전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라오스에 코카콜라나 맥도날드가 없다고, 참 순수한 곳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지금은 어떨까. 아마 이 모든 것들에서 다 비껴가진 않았겠지만, 다른 곳들에 비해선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장소들 아닐까.. (요즘 상태가 안 좋다 보니 마음 정화니, 명상이니, 힐링이니, 이런 쪽으로 사고가 많이 기우는 듯...;;;)
아... 일하자. 자꾸 옆을 왔다 갔다 하면서 눈치를 주는 분위기. 하긴, 업무 시작했는데 알라딘 도닥도닥이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