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바빴다.

뭐 다들, 바쁘게 사는 생활에서 나만 유별나게 바빴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래도.. 바빴다. 풉.  그냥 시계추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하늘에서 날 내려다보면 저건 '일개미'구나 라고 생각할 것처럼 느껴져 좀 우울하기도 했다. 바쁠 땐 우울할 틈도 없는 거 아냐? 라고 하겠지만, 그냥 무심히 걸어가다가, 무심히 밥을 먹다가, 무심히 이야기를 하다가 스쳐 지나가는 우울의 심정이었다.

 

아마 6월말까지는 이렇게 바쁠 것 같다. 그러면 올 한해의 반이 뚝 잘려나가는 게 된다. 누군가는 컵의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나간 세월이 아쉽고 뭔가 해놓은 게 없는 것 같고 그저 시간만 그럭저럭 흘러간 것 같은 안타까움이 큰 걸 , 애써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냥 아쉬우면 아쉬운 거고, 안타까우면 안타까운 게지.

 

그래도 남은 반년은 좀 더 잘 지내보자..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계획은 아직 못 세웠고... 집에 가면 자기 바빠서... 이제 슬슬 짬을 내어 생각해봐야겠다. 나이먹어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하면 피곤해도 뿌듯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의 '취미'들을 조금씩 꺼내보는 하반기였으면 한다.

 

 

요즘 통근시간에 읽고 있는 책이다. 꽤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 헉헉 이지만, 팀 하포드라쟎은가. 경제학 콘서트를 지은. 그래서 무거워도 손으로 받쳐들고 읽고 있다. (350페이지 정도다..ㅜ)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뭐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 글인 것 같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이전보다 요즘의 발전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거,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창의력있는 뭔가를 시도하게 놔두질 않는다는 거...이런 것들을 데이터로 실제 사례로 확인하면서 놀라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회를 보는 시각이 참 예리해서, 무심코 지나간 일들이 얘기를 듣다보면 맞아. 그런 것 같아 뭐이런 걸 느끼게 하는 듯 하다. 암튼, 지금 반쯤 읽었고 꽤 흥미진진한 대목이 이어지고 있다.

 

 

 

저녁에 자기 전엔 이걸 읽는다. 자기 전에 읽기는 좀 그렇지 않아?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교코쿠 나츠히코의 책은 밤에 읽게 된다. 음산하든 섬짓하든 뭐 어쨌든. 이런 류의 요괴소설로도 나오키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준, 이 작가의 책은 늘 신뢰가 간다. <항설백물어>도 좋았지만, 이 <속 항설백물어>도 좋다. 세 사기꾼 같으면서도 뭔가 의적 같은 아리송한 색채를 띈 사람들도 좋고 어리숙한 주인공도 나쁘지 않다. 두꺼워서..피곤한 바람에 얼굴에 몇 번 헤딩하고 자국도 남기고 그랬지만 (하드 커버는 싫다) 그래도 꿋꿋하게 읽어나가고 있다.

 

 

 


 

오늘은 집에 가면서 고기나 먹을까. 오랜만에 고기가 확~ 땡기는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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