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카는 올해 초등 2학년이 되는 남자아이. 한 살 어려서 우리나라 나이로는 아직 8살. 장난도 심하고 분주하고 책 읽는 거에 대해 변덕이 심하다..^^;;; 우리 조카가 태어나자마자부터 나는 책 공급의 주요원이 되어 왔었다. 내가 워낙 책 사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조카가 태어나서 흑백 헝겊책부터 시작하여 칼라를 인지하고 종이를 뒤적거리기 시작하고 그림을 보기 시작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고 급기야는(!) 글자를 읽을 줄 알아 문자가 있는 책을 읽기까지...그 과정과정마다 신기함을 금할 수가 없었기에 책 사주는 것 또한 멈추어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우리 조카가 요즘 심취한 책은 이것.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 시리즈다. 글자만 있는 책은 한번 휘리릭 넘기고는 그닥 쳐다보지 않는데 이 만화가 있는 마천시리즈는 아주 뚫어져라 몇 번을 질리지 않고 본다. 보고 또 보고.
예전 우리 클 때는 만화 보는 게 상당히 금기되어 있었는데. 만화는 나쁜 것. 만화방은 탈선의 온상. 그래서 근처에도 가면 안되는 것들이었다. 물론 나는 중학교 때부터 만화책에 심취해버렸고 (우리 엄마는 특히 만화책을 싫어해서 근처에도 못 가게 했지만..아이들에게는 늘 해내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ㅎㅎ;;) 그 이후 쭈욱 만화책 읽기에 열중했던 것 같다. 그 쟝르라는 것이 순정만화 아니면 야구만화, 무협 쟝르 등이었고 이현세니 허영만이니 김혜린이니 어쩌구저쩌구 유명한 만화가들의 만화들은 가슴설레임이었다. 그렇지만 학습만화라는 것이 있었나...
있었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언제부터 나왔었지. 암튼 이 만화만큼은 교양만화의 최고봉에 속했고 이것을 읽으면서 상당히 즐겁게 상당히 유쾌하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더랬다. 신기하게도 우리 조카도 이 책시리즈를 좋아한다. 내가 봐서는 이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것은 어른들을 위한 교양만화 수준이 아닌가) 그저 재미있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좋아하는 부류가 대부분 다 만화다..
사실 좋아하니까 이 책들을 사주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책을 만화로만 접한다는 게 괜챦은건가..라는 약간은 고지식하고 약간은 전근대적인 고모는 걱정을 한다. 글자만으로 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만화라는 것은 그림이 들어간 것이고 그래서 글자보다는 시각적인 효과로 뇌에 남을 것이니 글자가 주는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기우가 크다.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나으니까 계속 보라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아이패드나 닌텐도 할 때보다는 훨씬 이뻐 보인다)... 이게 맞는 건지 쳐다보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요즘엔 만화로 된 어린이용 책들이 참 많다. 아이들은 이렇게 대부분의 매체에서 형상화된 것들을 보고 큰다. 글자만 볼 때 머릿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화학반응들, 상상하고 쪼개고 잇고 붙이고 하는 작업들이 일어나지 않은 채 주어진 그림을 그 내용의 전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어쩌면 학습효과는 이게 더 클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사는 이 많은 책들을 우리 조카가 어느날 다가와, '고모, 이 책 읽어도 돼요?' 라고 물어봐 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쁠까. 그러려면 좀 더 커야겠지... 그래서 그 책들을 읽고 책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번 주엔 뭘 사줄까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