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추리/스릴러소설은 대부분 사서 읽는 나로서는..어쩔 수 없이 새로운 추리/스릴러소설을 접할 때마다 매번 기대를 하게 된다. 뭔가 새로운 뭔가 산뜻한 뭔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나올거야.. 뭐 이런. 그런데, 인간의 상상력이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이젠 그런 느낌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절반 정도 (심지어는 1/3 정도) 읽고 나면 대충의 스토리와 얼개가 보이고 그 때부터 약간 시시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는. 특히나 현대물의 경우는 더한 것 같다. 오히려 하드보일드는 내용이 그렇다고 해도 싸우고 죽고 냉소하고 하는 긴박감 덕분에 기냥저냥 잘 넘어가는데 말이다. 사람의 심리라든가 어쩌구 하는 내용이 되면 아...예상이 된다. (철푸덕)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반 가까이 읽었는데 왠지 느낌이 다 알 것 같다는.... 주인공인 토비가 10년 전 여자친구 둘을 무참히 살해했으나 묻은 장소를 말하지 않고 생각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10년의 형을 살고 나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은 마을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던 19살의 그가 살인의 죄를 쓰고 형을 살고 나와보니 아버지가 운영하던 잘 나가던 레스토랑은 폐허가 되어 있고 아버지는 거의 미이라처럼 살고 있다. 동네사람들은 그들을 경원시하고 적대시하고... 그러나 토비는 실제 자기가 그 당시 무엇을 했는 지 알 수가 없는 상태. 보드카 들이키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살인범이 되어 있더라 뭐 그런.. 이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 이 소설의 주된 테마이다...흠...이제까지는 재미있었다. 읽을 만하고. 이게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말고 뭔가 좀 나를 감동시킬 만한 전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지는 시점이다. 기시감이라고나 할까. 어디서 이런 내용 본 적 있쟎아..라는 느낌. 이거 추리/스릴러소설 많이 읽은 자들의 나쁜 느낌이다..ㅜ



그에 비해 오히려 고전은 신선하다. 앨러리퀸의 '프랑스 파우더의 비밀'. 대단히 예전 것이고 그래서 진부한 추리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비상한 탐정이 내용을 제대로 짜맞추는 과정이 재미있다고나 할까. 예전 작가들은 아무리 단서를 준다고 해도 퍼즐같은 느낌을 주면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요즘 작가들은 친절하고 세밀하고 구체적이라서 사람의 심리, 정황을 상당히 자세히 묘사한다. 그래서 뻔하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어느 백화점의 후처로 들어온 여자가 전시실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아주 작은 증거들을 모아서 정황을 예측한 우리의 앨러리 퀸이 마지막에 모든 사람들을 모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소거해가는 방식으로 추리를 해나가다가 한순간에 빵~! 범인을 지목하게 되는 순간이 압권이다. 흠... 고전은 그래서 자꾸 나와줘야 한다. 현대의 추리/스릴러소설이 주지 못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말이지.



으.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양치질하고 화장 고치고(고치는 거 맞아? 표도 안남ㅜ) 얌전히 앉아 일해야겠다. 오늘도 늦게까지 해야 하니까...저녁까지 먹고 가야 하니까..각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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