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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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여느 프랑스 소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프랑스의 소설들은 말이 별로 없고 은유적인데 반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만으로 얘기를 풀어내는 데다 그 형식이 매우 톡톡 튀고 촌철살인적인 재기어린 말들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도 작가가 아시아의 여러나라들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쌓게 된 독특한 문화적 토양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려 죽어가게 된다. 이 즈음 기자들과의 한정된 인터뷰를 허락하는데...다섯명의 기자들이 하나씩 인터뷰하는 과정 속에서 네 명의 기자들은 여지없이 타슈의 독설과 냉소에 나가떨어지게 되나 마지막 한 명의 기자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시작된다. 타슈의 책을 모두 다 읽고 그의 미완성 소설까지도 섭렵한 니나라는 이 여기자는 타슈의 숨겨진, 그러나 어쩌면 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렸던 비밀을 하나하나 낱낱이 밝히게 되고...

이 책은 결국 문학과 독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주된 내용이었다. 타슈 선생의 억지스럽고 현학적인 말들 속에서 현 세대의 문학이라는 매체와 작가들에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열광하기까지 하는 몽매한 독자들에 대한 비난어린 말까지도 포함되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불구에다 거동이 불편한 타슈 선생은 아마도 절름발이가 되어가는 거대한 문학의 세계를 풍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은 도대체 자신들조차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면서 뭔가 그럴 듯한 포장을 하여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고 평론가들이란 오히려 괜스레 얼기설기 꼬아놓은 말들 속에서 위대한 사상이라도 발견한 양 들뜨곤 한다. 그에 뒤따르는 합리화의 과정들. 타슈 선생은 이를 대표하는 표상이면서 이를 밑바닥까지 경멸하며 실체를 고발하는 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결국 마지막, 자신이 했던 방식으로 니나에게 '살해'당하는 그의 모습 또한 문학의 절대절명적인 죽음을 뜻하는 것이고.

솔직히 말이 많은 소설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현학적인 대화는 더더욱 피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소설은 참 잘된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작가가 스물 다섯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펴낸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 깊이나 생각이 다른 소설들을 뛰어넘고 있음 또한 인정한다. 아멜리 노통에 열광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정도로.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소설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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