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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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이 책을 MBC 느낌표에서 선정해서 읽은 건 아니다. 역자가 김화영 교수라서 읽기 시작했다. 모르는 작가이고 어떤 내용인지 대충 감만 잡은 채 그냥 무작정 산 거다. 외국 소설류는 역자를 보고 사는게 나의 오랜 습관이다. 왜냐하면 누가 번역했는지에 따라서 그 내용이나 감흥이 느껴지는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고...번역이 나쁜 경우 그 원본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실망을 주지 않은 책이었다....지은이가 젊었을 때(어렸을 때가 말하는 게 더 적당할 거다..) 가르쳤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묘사한 문체가 매우 섬세하고 정감어려 좋았다. 글 속에서 그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해 자기가 성숙해갔음을 인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서려 있었다. 그리고...캐나다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맑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다. 나마저도 읽으면서 그 아이 하나하나의 처지에 마음 쓰게 되고 잘 될 땐 환호를, 안 될 땐 너무나 가슴 아픔을 느끼며 책을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이질적인 문화에 섞여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떨림, 낯설음..이와 더불어 배경이 되는 캐나다 산간지방의 자연, 그 신비한 자연, 그리고...그 속에 담겨진 사람들의 궁핍함, 고된 삶, 그럼에도 식지 않는 희망의 불꽃, 순수함...등은 비단 외국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우리네 삶에서도 문득문득 발견되는 아릿한 마음의 흔적일 수 있었다...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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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줄기 작은 오르막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 아이들이 하늘 저 밑으로 가벼운 꽃장식 띠 같은 모양을 그리며 하나씩 하나씩, 혹은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매번 나는 그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광대하고 텅 빈 들판에 그 조그만 실루엣들이 점처럼 찍여지는 것을 볼 때면 이 세상에서 어린 시절이 얼마나 상처받기 쉽고 약한 것인가를, 그러면서도 우리들이 우리의 어긋나버린 희망과 영원한 새 시작의 짐을 지워놓는 곳은 바로 저 연약한 어깨 위라는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감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한 그때 세상 구석구석으로부터 그들이 나를 향하여,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한낱 이방인에 불과한 나를 향하여,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경우처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경험없는 풋내기 여교사에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고 가장 쉽게 부서지는 것을 위탁한다는 것을 느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 책 中 '집 보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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