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제부터 들고 읽기 시작했다.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장하준 교수라는 분,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지도 궁금했다....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1/3 정도 읽었는데, 새로운 관점이다. 어떤 사회/경제적인 현상을 쉽게 하지만 예리하게 읽어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반갑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경제경영책이나 인문사회책은 꼭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학문적인 토양이 일천하여 늘 외국 것만 베껴쓰는 것에 익숙한 우리였고 그래서 외국 것만 좋고 우리나라 것은 별로고 외국 학자는 우수하고 우리나라 학자는 그저 그렇다는 왜곡된 생각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만큼 배우고 성장했으면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 나름의 인문학적인 토양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따라서 학자들이 그런 책을 내고 활동한다면 열심히 읽어주고 같이 고민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참 많은 학자들이 책을 내고 있고 좋은 글들도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하준 교수는 아마 그 중에 제일선에 있는 분이겠지.
자유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다른 시선. 우리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최선이라고 믿는 일들을 다른 시선, 혹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조명하는 것은 신선하고 즐겁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만들어진 틀 내에서 세상을 바라보느라 진실을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틀을 깨는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고, 아마 오늘 아침에 장지에 묻히셨을 것이다. 사상적인 은사라고까지 할 정도로 깊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의 저작은 여러권 접하면서 정말 이런 분이야말로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했었다. 특히 어려운 시절에 치열하고 정직하게 온 몸으로 실천하며 사회에 저항했던 인생을 산 분이었고 그런 삶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임을 알기에 더 존경스러운 것일 게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세상에는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가며 자신의 인생과 태어난 의미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리영희 선생님이 그랬고 아마 장하준 교수나 기타의 많은 사람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인생과 저작활동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그들의 인생을 바꾼다. 어쩌면, 열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 믿는 신념 위에 있는 인생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일 테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지. 여러가지로 반성이 되는 요즘이다. 게으르고 나약하고 구태의연한 삶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하고 쉽게 대충 살자는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또 모든 사람이 각기 나름대로 태어난 의미가 있을 테고 그것에 부흥해 사는 것도 위대함의 일종이 아닐까.
아뭏든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