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시작되기 전, 탁탁 소리를 내며 피어 오르는 불꽃, 투명한 열기 너머로 나무가 비쳐 보였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뜨거움에 서로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나무를 태운 연기에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

숲으로 모이라고 한 것도, 불을 지피고 모이라고 한 것도 아버지였다.

무더운 여름,고고학자인 아버지는 2천 년 전 철기 시대의 생활을 직접 재연 하는 캠프를 열고 자원한 대학생 세 명과 열일곱 살 딸 실비 그리고 아내와 함께 들판을 가로 질러 습지에 터를 잡는다.

시베리아 대초원으로부터 북해를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이 비바람이 되어 우리를 세차게 때렸다. 나는 할머니가 직접 짠 니트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결코 쓰지 않았을 법한 모자였지만 그걸 쓰고도 아버지를 따라 콘크리트 폐기물을 지날 때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세라 모스의 '유령의 벽'중에서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 토끼를 사냥하고 불을 피워 끼니를 때운다.

사냥이나 채집을 하지 않고는 살아 가기 힘든 환경, 20세기 끝자락에 살고 있는 이들이 고대 철기 시대의 생활을 몇 일 동안이나 지속 할 수 있을까?

고고학자인 아버지는 도대체 왜? 2천 년 전 철기 시대의 생활을 체험 해보고 싶어 한 것일까?

고대에 이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습지는 늘 특별한 장소였다. 사람들은 도깨비불을 보았고, 아마도, 그것을 영혼이나 그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했겠지.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우리처럼 습지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거야. 왜냐하면, 내가 잘 알아, 왜 모르겠어. 습지는 날 끌어당겨 집어 삼켜 버릴 수도 있으니까.

생존 하기 위해 들짐승을 잡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잔혹한 폭력성을 드러내게 되고 급기야 '유령의 벽'을 지어 놓고 습지 미라를 만들었던 고대 철기 시대 주술 의식까지 재연 하게 된다.

유령의 벽은 고대 지역 부족들이 로마 제국을 상대로 한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말뚝을 박아 울타리를 만들고 조상의 해골을 가져와서 울타리 꼭대기에 나란히 매달아 놓는다.

죽은 자의 얼굴이 아래를 향하고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주술이 된다고 고대인들은 믿었다.

​

습지에서 발견 된 소녀의 미이라는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습지에 매장 되었을 것이라고 고고학자인 아버지는 여러 가설을 세워두고 증거들을 수집 해 나갔다.

남자들은 해가 지는 쪽을 향해 유리 벽을 세우고 소 머리 뼈를 바람의 방향에 맞춰 놓는다. 고대인들이 했던 주술을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여기 저기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뒤섞인다.

2천 년 대 고대인들의 주술 의식인 '유령의 벽'을 세워 놓고 주술을 외우며 생존 하기 위해 죽인 동물들, 우리가 고의로 죽여온 것들을 위해 이런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리지 않은 두 눈, 그 두 눈이 마지막 하늘, 마지막 불빛을 향해 커진다. 마지막 추위가 그녀의 손가락과 그녀의 얼굴을 깨물고 아직 마지막일 수 없는 돌들이 그녀의 벗은 발에 생채기를 낸다. 그녀가 휘청인다. 그들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는다.

아버지의 동료 교수인 슬레이드는 이제 열 일곱 살 실비를 시험 삼아 유령의 벽에 세워보고 싶어 한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낮은 음의 주술이 시작되자 실비의 두 손과 발을 묶고 목에 밧줄을 두른다.

슬레이드 교수는 실비 목에 둘러진 밧줄에 칼날과 바윗돌을 달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동안 아버지는 교수형 매듭을 만들기 시작한다. 유령의 벽 제물단에 자신의 딸을 세워 놓고 날카롭게 갈은 돌 칼을 쥐고 딸의 팔을 깊숙이 찌른다.

​

열 일곱 살 실비는 물과 육지가 맞닿은 자락, 삶과 죽음 사이의 시공간에서 균형을 잃고 물가 끝자락에서 쓰러진다.

아버지와 동료 교수는 쓰러진 실비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주술 의식을 시작하기 위해 돌 칼을 빼든다.

고통을 느끼며 어둠을 가로 질러 날아가는 새의 울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듣는 실비

아버지는 자신의 사냥 칼을 손에 놓지 않은 채 고통스러워 하는 딸의 모습을 회피 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는 무엇을 위해 2천 년 전 고대 철기시대 주술 행위인 유령의 벽을 세워 놓고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치는 시도를 했을까?

습지에서 발견 된  미이라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습지에 매장 당했다.

 여기 저기 베인 상처와 부러진 뼈, 이 정도 상태였다면 끝내 사망 했을 것이라 추측이 가능 하지만 실비의 아버지는 수치심과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일 뿐 살인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 한다.

이 천 년 동안 습지에 매장 당했던 소녀 미이라 처럼 자신의 딸에게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는 아버지

학교에서는 논문과 연구 실적 압박으로 숨 막혀 했던 아버지는 가정에서 항상 화가 난 모습이였다. 

그는 자신의 딸을 유령의 벽 주술에 제물로 만들어 놓고 습지에서 발견된 소녀 미이라의 연구 성과에 반영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난 2018년 6월 16일. 전남 강진군에서 아르바이트하러 나간 여고생이 실종 되었다. 여고생은 실종 6~7일 전 아버지 친구 A씨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았는데 A씨는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여고생은  실종 전날 SNS로 친구에게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다. 떨린다. 내일 큰일이 나면 신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실종 9일 째 되던 날 야산에서 발견된 실종 여고생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 머리카락이 길이 1cm 남짓 '스포츠형'으로 잘려져 있었고 시신에서는 수면 유도제 졸피뎀 0.093㎎이 검출됐다.

경찰의 CCTV로 동선을 추적한 결과  실종 당일 여고생은 오후 2시 쯤 A씨와 한 공장에서 만나  20분 만에 A씨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공장을 빠져나가 같은 날 오후 4시 24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여고생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하고 자신의 차에 태워 저수지로 향했던 A씨 실종 여고생 가족이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을 보고 황급히 달아났다가 이튿날 자택 근처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고생 살인 용의자 A씨는 보신탕 가게를 운영했고 그가 살고 있던 지역 일대에서 여성들의 미제 장기 실종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고 경찰은 더 이상 수사 하지 않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마무리 해버렸다.

실종 신고 접수 후 경찰 측의 발 빠른 수사와 범인 추격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았다면 살인 용의자를 검거 했을 것이다.

인간의 목숨이 달려 있는 강력범죄 앞에서 경찰의 늦장 대응으로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지고 범죄자가 도주 하거나 증거 인멸하는 사례는 한 두 건이 아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나타난 실종 신고 현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나날이 폭증 하고 있다.

아동, 치매 환자, 장애인을 비롯해 만 18세 이상 성인(가출인)까지 모두 합치면 연간 무려 12만 건 이상, 하루 평균 약 330여 명(약 4~5분에 1건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특히 성인 실종 신고만 매년 약 7만 건에 달한다는 통계를 인구 대비에 적용 해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접수된 신고의 대다수가 단순 연락두절이나 가출로 임의적으로 수사 조사 결과를 발표 해서 실종된  이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결과나 사후 안내 문자 없이 사건을 종결 시켜 버렸다.

국민들이 치안 당국을 향한 불신을 결정적으로 지피운 것은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장기 실종 사건이다. 

실종 신고 이후 경찰이 생사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임의로 종결하고 프로파일링 시스템 목록까지 삭제한 충격적인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 통계상 '해제' 처리된 수많은 실종 사건의 실체가 과연 안전하게 종결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사라진 이들이 향한 곳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명확하게 파헤치기는 커녕 허술한 실종 대응 체계와 구멍 뚫린 치안 속에서 우리 사회 속에 숨어 있는 범죄자들이 활보 하게 방치 하고 있다.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일반 성인 실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성인실종법' 제정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실종자 시신이 발견 된 곳에서 자살이 불가능한  주변 환경에서 반드시 자살이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연출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 인접 도시에서 최근 두 달간 여성 7명이 끔찍한 상태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경찰측은  연쇄 살인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 날 수 있다고 항변 하며  악화된 여론이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대부터  시작된  여성에 대한  학대와 억압, 잔혹한 행위들은 현재 까지 이어져 내려와 지금, 어딘가에서도  유령의 벽 속에서 희생 당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의 생명은 사회, 국가가 지켜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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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컨티뉴드 회원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창작자의 콘텐츠를  ‘돈을 내고’ 골라 감상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멤버십이 있습니다.

2023년 1월 22일부터 투비컨티뉴드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구독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시리즈들 중에서 최상위권에 올라가 있는 것들 부터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설정 해 두었습니다.

-영원한 현역 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여전히 달리는 1949년 생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https://tobe.aladin.co.kr/s/1072

​2023년 투비컨티뉴드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 되었던 날 부터 쓰기 시작해서 2026년 8월 26일까지 총 53개의 글이 발행 되어서 하루키의 작품과 에세이,인터뷰, 한국에서 번역 출간 된 적 없는 잡다하면서 흥미로운 하루키의 목소리를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가 직접 번역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9월 22일 까지 총 21개의 노트를 발행 하는 구독 멤버십 시리즈

<AI시대에 글쓰는 법>

https://tobe.aladin.co.kr/s/14415

다양한 글을 읽고 쓰는 힘을 키워야  생성형 AI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글 쓰는 근육을 단련 시켜나가는 법을 알려 주는 시리즈 입니다.

https://tobe.aladin.co.kr/n/665968

<AI시대에 글쓰는 법>시리즈를  생성형 AI가 여기 저기 정보를 짜집기 하고 요약한 딸깍형 글쓰기가 아닌 인문학적 사고로 설득력 있는 글쓰는 법, 통찰력 있는 사고로 글 쓰는 법을 연재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랫폼 메인 화면에는  투비컨티뉴드 측에서 직접 큐레이팅해서 선별한 작가들의 멤버쉽 시리즈 물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 되어 있고 인기 작가는 별도의 이벤트 알림과 팝업창 서비스로 플랫폼 사이트에 접속하는 가입자들과 비 가입자들 모두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멤버십은 구독자들이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알림 메시지가 뜨지 않아 새 글이 올라오는지 알 수 없고 작가 로그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멤버십을  개설 해도 구독자들 비 구독자들이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99.9퍼센트에 달합니다.

시리즈 별로 구독자 100명부터 300명 정도(꿈의 숫자)설정하고  구독료 액수 숫자 표기를 할 때 제 글의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와 막강한 회원수로  구독 서비스에 성공한  네이버 프레미엄 콘텐츠와 밀리의 서재 그리고 출판계의 강자인 브런치 스토리 북 그리고 현재 투비컨티뉴드 측에서 직접 선별하고 추천하는 메인 인기 작가들의 글과  비교 할 수 없지만 매일 긴 글을 읽고 꾸준하게 응원해주는 구독자들이 투비컨티뉴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무명 작가에게 엄청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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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6월 워털루 전쟁에서 진격의 나폴레옹의 야망을 꺾어 버린 대영제국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나갔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된 영국은 세계의 해안선과 항구, 대양에 있는 주요 섬들에 대한 해상 지리를 반드시 섭렵 해야만 했다.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기 전이였던 1820년대 유럽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모든 배들은 남아메리카의 마젤란 해협을 지나가야만 했다.

마젤란 해협은 날씨와 바다 상태가 항상 나빠서 영국 해군은 이 해협 일대의 복잡한 지형과 수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위치 측정이 필요 했다.

1826년 부터 해상 지형 파악과 정보 수집을 위한 비글호 탐험대를 보낸 영국 해군은 1830년까지 조사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정보가 많아서 두 번째 항해를 계획한다.

첫 번째 비글호를 지휘 했던 피츠로이 함장은 장기간 항해를 하는데 필요한 주요 물품과 식량,특수한 도구들과 무기들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배를 개조 하고 비글호에 승선할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1831년 피츠로이 함장은 탐험하는 지역의 조사와 탐방을 할 수 있는 생태학적 지식을 갖춘 학자들을 비글호 승선자로 뽑았다.

비글호 항해의 목적은 탐사와 탐방 그리고 정보 수집이여서 기밀을 유지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외과 수술이 가능한 군의관들까지 전부 해군 소속인 사람들만 비글호에 탑승 할 수 있었다.

피츠로이 함장은 첫번째 항해 당시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는 선원들이 속출 했고 자신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기 때문에 지적인 소양이 풍부하고 마음씨가 좋은 서로에게 말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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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년 찰스 다윈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마지막 시험에서 전체 178명 합격생들 중에 10등을 차지하고 문학사 학위를 받고 나서 애덤 세지위크 교수의 지질학 강의를 듣기 위해 8월 초 수강 신청을 하고 웨일스 북부 지방으로 지질 조사를 떠난다.

그는 이곳에서 암석과 화석을 감정하고 지질도를 그리고 지층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안 현장 조사에서 멸종한 코뿔소 뼈 화석을 발견하는 업적을 세워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다.

지질 조사를 마치고 나서 다윈은 지인들과 2주 동안 사냥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헤슬로 교수가 보낸 두툼한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그 우편물에는 비글호 함장이 말벗을 해 줄 학자를 찾는다며 헤슬로 교수가 침착한 성품에 호기심이 많고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찰스 다윈을 추천 했으니 비글호 승선을 권유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받자 마자 잔뜩 흥분한 다윈은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하고 누나들은 현지 원주민들에게 먹잇감이 된다며 동생의 항해를 반대한다.

다윈의 아버지는 2년 동안 항해를 하게 되면 목회자가 되는 기회를 잃게 된다며 아내의 남동생 처남 조지아 웨지우드에게 아들을 대신해서 비글호 함장에 말동무가 되라는 말을 한다.

신중한 성격의 처남 조지아 웨지우드는 비글호 함장의 평판에 대한 조사를 하고 해군 내에서도 평판이 좋았고 첫번째 비글호 항해 동안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나서 각종 질병과 전염병을 예방할 약을 구해 놓고 앞선 항해에 승선했던 승선자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탐방하기 시작한다.

그는 다윈의 아버지에게 비글호 항해의 목적과 함장이 승선하는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배를 개조 하고 기나긴 항해를 위해 어떻게 철저하게 준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나긴 편지를 적어 보낸다.

삼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은 다윈은 잔뜩 희망을 품고 피츠로이 함장의 답변을 기다리지만 함장의 친구가 항해 동안 말동무가 되어 준다는 절망적인 말을 듣게 된다.

자포자기한 상태에 빠진 다윈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비글호가 정착되어 있는 항구 근처에 숙소를 잡아 놓고 매일 항구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

2주 후, 피츠로이 함장은 친구가 기나긴 항해를 할 자신감이 없다며 승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며 원한다면 승선자 명단에 올려 주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연락을 받자 마자 다윈은 묵고 있던 숙소 밖을 뛰쳐 나가 비글호가 정착된 항구를 향해 달려 간다.

비글호에서 다윈을 기다리고 있던 피츠로이 함장은 현장 면접을 마치고 배 선실을 구경 시켜주며 항해 기간은 2년이 아니라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해군 소속이 아닌 민간인은 배를 타는 경비로 약 500파운드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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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돛대가 2개 였던 비글호를 함장이 1개를 더 세워 중심축을 안전하게 고정 시키게 개조한 이 배에 다윈은 선장실에서 첫번째 자리인 해도실로 그 크기는 가로 2.7m세로 3.3cm에 높이가 1.5m밖에 되지 않아서 성인 남자 평균키인 사람이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의 높이였다.

게다가 벽에는 선반과 서류함으로 들어찼고 방 한 가운데 새로 세운 굵은 돛대가 꽂혀 있었다.

키가 181센티의 다윈은 이 해도실 안에 들어가는 순간 고슴도치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어야 했고 침대를 놓을 자리가 없어 작업대에 끈으로 묶어 놓은 그물침대에 몸을 의지해서 자야 할 정도로 협소 했다.

다윈의 눈에는 공간이 비좁은 것 이외에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만일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 교회로 돌아가라고 호통을 칠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편지에 항해 중에 아무 때나 배에서 내릴 수 있다는 함장의 말만 늘어 놓았다.

바다가 잠잠해지는 9월 14일에 비글호가 출항 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은 다윈은 짐가방을 들고 비글호가 정박된 항구로 향하지만 조류의 영향으로 배의 출항은 한없이 늦춰지고 그 사이 , 함장의 말동무로 선발 되었던 일반 선원 세 명 중 한 명은 탐사 당시 현지에서 걸린 말라리아 후유증으로 죽고 또 다른 한 명은 매독 치료를 받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함장이 선발한 말동무 승선자 중 마지막 한 명이 된 찰스 다윈은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 12월 27일 오전 11시 인류를 발전시키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탐험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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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 대대로 명의를 배출한 찰스 다윈의 아버지는 세계 최고의 도자기 회사인 웨지우드를 창업한 조지아 웨지우드 1세의 맏딸과 결혼해서 2남 4녀를 낳았다.

다윈의 아버지는 아내가 막내 찰스가 대학에 들어 갈 무렵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재혼을 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는데 힘을 썼다.

앞서 태어난 자녀들과 달리 막내 찰스는 눈에 띄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발길이 닿는데로 돌아다니며 조개 껍데기, 편지 봉투, 우표, 과자 상자, 리본, 광물, 동전, 가면들을 수집했고 영국에서 자생하고 있는 동 식물 이름은 모조리 외어 버렸다.

학교 생활 내내 교과서 이외에 것에 관심을 갖고 직접 만들고 실험하는 걸 즐겼던 찰스 다윈은 꽃잎에 물감을 칠해 놓고 다음에 피어나는 꽃의 색깔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다 학교에서 쫓겨 날 뻔 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탐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학교 성적은 10등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던 찰스 다윈은 의과 대학에 들어가서도 셰익스피어나 바이런의 희곡과 시만 읽었고 의과 대학 해부학 시간에 뒷산으로 도망쳤지만 정작 집 안에서 발견 된 쥐들은 눈에 띄는 데로 잡아버렸다.

그의 아버지는 의학부 2년차에 올라가서도 여전히 돌을 수집하고 개들의 꼬리 모양이 각기 다른 것에 관심을 갖고 정원에 떨어져 있는 새들의 똥을 관찰하는 막내 아들 찰스에게 목회자가 되라며 케임브리지 대학에 원서를 넣어 버린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풍부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지식 세계에 푹 빠져 버린 찰스 다윈은 고전, 기학, 수학, 신학, 철학을 마음껏 공부 하는 동안에 식물과 곤충을 채집하고 직접 조리 해서 먹어 보는 실험까지 병행했던 괴짜였다.

어느 날이였다. 고목의 껍데기를 벗겨내자 그 속에 들어 있는 갑충 두마리를 잡아 두 손에 나눠 들어 보니 새로운 곤충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 곤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잽싸게 손에 쥐고 있는 갑충을 입 속으로 넣었다.

입 속에 들어간 그 갑충이 갑자기 매운 액체를 토해 내서 나는 기겁을 하며 뱉어 버리는 순간 눈앞에 있던 그 곤충을 놓치고 말았다.

-1827년 찰스 다윈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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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항해 기간은 5년으로 늘어났지만 5년의 시간 동안 찰스 다윈이 탐험하고 조사하고 기록한 양은 인류의 생태 역사와 진화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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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적응 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1809-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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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면 당신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듣겠는가?

아니면 나에게서 도망치겠는가?

이 흐릿한 고대의 거울로 부터, 이 기이한 육체로 부터 도망치겠는가?

나는 당신을 안다. 당신은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 보면 어떻까. 괴이한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절벽 끝에 서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절벽 바로 아래, 배를 타고 있는 한 남자.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시간보다도 오래된 이야기를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제시 버튼의 <메두사> 중에서

그리스 신화 속 괴물 메두사는 눈빛 만으로 남자를 죽일 수 있고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괴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메두사에게도 치명적인 운명의 족쇄가 있다.

그건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니기 때문에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메두사라는 존재가 남자들에게 주는 공포심을 '거세 불안증'과 연결 시켜서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했을 정도로 <메두사>는 수 세기 동안 여러 문화에 깊이 영향을 끼쳤다.

역사 속에서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오인 되거나 간과 됐던 여성의 삶을 다시 쓰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제시 버튼은 <메두사>의 신화에서 태생적 운명의 출발점인 언니들과 바위 섬에 살던 시절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남성 서사 중심의 신화를 전복 해 버린다.

​

​

어느 날, 메두사가 살고 있는 섬에 아름다운 청년 페르세우스가 찾아오고 고립된 섬의 외로운 유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메두사는 바위에 모습을 감춘 채 페르세우스에게 말을 건넨다.

메두사가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메리나 라고 말하자 페르세우는 섬에 진짜 온 목적을 숨기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각자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진짜 벌을 받아 섬에 유폐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늘 지위를 잃을까 봐. 자기보다 젊은 누군가에게 권력을 뺏길까봐 두려워 했어. 예언자의 말만 믿고 자신의 두려움에 놀아난 거야.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애가 늙은 나무의 껍질을 벗기듯 자신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장작으로 쓰리라 생각한 거지. 결국 할아버지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고작 어머니를 청동탑에 가둬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막는 거였어. 그러고는 절대로 어머니를 풀어 주지 않겠다고 맹세 했지.

​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강하게 끌리지만 페르세우스는 메리나에게 자신의 '메두사'를 사냥하러 섬에 온 것이라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페르세우스에게 반해버린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아닌 뱀을 머리에 이고 있는 흉측한 모습을 그에게 보여 주어야 할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숨을 내쉬면 뱀들도 숨을 내쉬었다. 나의 근육이 긴장하면 뱀들도 공격 태세로 몸을 뻗었다.'

​

-만약 그때 내가 외롭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때 내가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만약, 만약, 만약, 우리 인간들은 왜 항상 지난날을 돌아보고 더 쉬운 길이 있었을 거라 생각할까?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믿는다.

​

메두사의 모습은 현 세상으로 건너와 세상의 중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을 누르고 올라섰을 때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 씌워 버렸다.

두 개의 자아가 충돌했다. 새로운 자아와 과거의 자아, 마음이 무거운 자아와 근심 걱정 없는 자아. 흉측한 자아와 아름다운 자아

남성 중심의 서사적 신화에서 여성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손쉬운 평가의 대상이 되어 신들의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


​

​

나는 위엄 있고 당당했다. 어린 시절처럼 나의 주인은 나였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건 그것은 나의 영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자기 꼬리를 먹는 뱀처럼 나는 저녁이 되면 태양과 함께 죽었다가 아침에 다시 태어났다. 우리가 어디로 향했느냐고? 안개와 우울의 땅도 아니고 피와 연기의 땅도 아니였다. 그런 곳이라면 이미 볼만큼 봤고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세상을 헤매는 영혼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바다에 머물며 계속 항해했다.

​

결국 남성의 힘으로 눌러 버린 메두사는 현 시대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세기 동안 권력을 가진 여성 또는 권력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은 탁월한 싸움꾼 또는 표독하고 악랄한 모습의 메두사에 비유되어 왔다.

기존의 신화에서 메두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았고 그녀를 단칼에 제거해버린 페르세우스는 신화 속 영웅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 부터 몸 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신의 선택에 의해서? 아니면 우주 만물의 신묘한 기운을 받아서?

아니면 마치 로또 당첨의 행운의 숫자를 뽑듯이 경이로운 유전자 조합으로 태어나서?

어떤 능력을 갖고 태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저 태어난 순간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운명으로 신의 아들과 딸 그리고 권력자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도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신화의 결말처럼 작가 제시 버튼이 다시 쓴 <메두사>에서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버릴 수 있을까?

​

​

한때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뱀들을 리본처럼 휘날리며 갑판에 서 있는 나, 햇살에 금빛과 은빛으로 털을 반짝이며 뱃머리 양쪽에 앉아 있는 개들...

이제 나는 안다. 우리가 찬란하다는 것을...

​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선과 악이 등장하고 서로 충돌하다 결국 영웅이 악당을 무찔러 버리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 온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누구 편에 설지, 고민하지 않고 악당을 물리쳐 버린 영웅을 응원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다르다. 절대선도 절대악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제시 버튼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메두사>는 인류 역사에서 추앙과 멸시의 대상으로 석화석 처럼 굳어져 버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에게 정당함을 부여하는 것들을 완전히 전복 시켜버렸다.

​

나는 누군가가 나를 보아주기를 원했다. 사랑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뱀들까지 전부 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원했다. 그러길 원한다고 인정하는 게 나약한 마음이 아님을 스테노가 일깨워주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어떤 여자도 외딴섬이 아니었다. 낯선 이들에게 외딴섬이 되길 강요 당할 뿐이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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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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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세상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외딴섬 와요와요 섬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 한 그루를 골라 달이 죽었다 되살아날 때 마다 나무에 금을 하나씩 긋는 풍습이 있다.

나무에 금이 백개가 되면 아이는 자기만의 나무 쪽배인 '타라와카'를 만들어서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와요와요 섬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날 경우 맏아들이 일찍 죽는 경우를 제외하고 백팔십 번째 보름달이 뜰 때 섬을 떠나 돌아 올 수 없는 항해길을 나서야 한다.

물 한 병만 쪽배에 싣고 와요와요 섬을 떠나는 둘째의 운명은 영원히 사람과 인연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

이런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아트리에는 우르슐라에게 말하는 피리를 받고 자신이 만든 쪽배 타라와카의 노를 저어 와요와요 섬을 떠난다.

섬을 떠나 바다를 항해 한지 7일 째 되던날 쪽배 타라와카에 물이 새기 시작하고 배가 서서히 바다 속으로 침식해 갈 때 아트리에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눈을 떴을 때 아트리에는 자신이 여전히 바다에 떠 있는 걸 알았다.

섬 가장 자리에 소년들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암울한 눈빛에 손이 있어야 할 곳에 지느러미가 있었으며 한 평생 산호초 위에서 뒹군 것처럼 온몸이 얼룩덜룩했다.]

바다에서 표류하던 아트리에가 도달 한 곳은 온갖것들이 뒤섞여서 지독한 냄새로 진동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였다.

죽은 생물과 악취로 가득찬 그 섬은 끊임없이 회전하듯 매일 다른 방향에서 해가 뜨고 져서 아트리에는 그 섬이 사후세계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버린 다양한 물건들은 바다 거북의 뱃속에서도 나왔고 조개 껍질 속에서도 나왔다.

불 같이 뜨겁다가 참을 수 없는 혹독한 추위가 닥치고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가 거센 폭풍이 불다가 별안간 밤이 찾아오는 그 쓰레기 섬에서 아트리에는 차남들의 영혼이 잠든 곳이라 여기고 손에 잡히는 것들로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섬인지 조차 불분명한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얼마 후 아트리에를 실은 채 대만 동부의 바닷가를 덮친다.

거대한 파도가 눈앞에서 해변을 통째로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되고 이를 지켜 보던 시민들은 기괴한 자연 현상에 한발자국도 밖을 나가지 않는다.

등산에 갔던 남편과 아들이 실종된 후 충격으로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 앨리스는 병상을 박차고 나가 해변가를 덮친 화면에 얼핏 비추었던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간다.


​

[산길을 걸으며 앨리스는 계속 어떤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무슨 냄새지? 태양의 열기, 바닷물의 공격성, 물고기의 비린내와 야생의 사향냄새... 결코 섞일 수 없는 상반된 냄새가 뒤섞여 만들어진 냄새 같았다.]

​

쓰레기 섬을 뒤지던 앨리스는 문득 지난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갯벌에 굴을 따러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생계를 위해 굴을 땄던 외할머니와 동네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정유소 공장에서 버리는 폐 기름에 신장과 폐기관이 망가져서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듯이 해일처럼 떠밀려온 쓰레기 더미에서 아트리에를 발견한 앨리스는 대만의 원주민인 하파이와 다허, 터널 개발 공사 자문으로 대만에 방문한 독일인 볼트와 환경운동가 사라의 도움을 받아 미지의 섬 주민인 아트리에와 소통 하기 위해 노력한다.

​

[우리의 섬은 용사의 섬이고, 꿈이 모이는 곳이에요. 물고기 떼가 이동할 때 쉬었다 가는 곳이고 해가 뜨고 지는 좌표고 희망과 물의 휴식처예요. 우리 땅은 산호를 엮고 바닷새의 똥을 덮어서 만들었어요. 우리 카방이 눈물을 모아서 만든 작은 호수에 의지해 살아요.]

​

섬을 떠나 쪽배에 의지한 채 바다에서 홀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와요 와요의 원주민 소년 아트리에는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대학 교수 앨리스에게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남편과 아들이 추락한 지점을 찾아 나서는 앨리스를 따라간 아트리에는 암벽 정상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수많은 자연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생명체와 마주하게 된다.

바다 밑에 흐르는 암류처럼 사람을 끌어 당기고 휩쓸어 가고 파묻어 버릴 것 같은 눈빛을 한 복안인이 앨리스와 아트리에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겹눈 속 수 많은 홑눈이 바늘 끝보다 가늘고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복안인은 그저 세상을 지켜 볼 수만 있을 뿐이다.

앨리스와 아트리에 일행이 암벽을 내려 오던 날 와요와요 차남들의 화신인 향유고래 떼가 파도를 가로질러 헤엄쳐 갔다.

일주일 뒤 새벽 시간에 칠레 남부의 발파라이소 해변에 향유 고래 수백 마리가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진 상태로 발견된다.

[먼저 숨이 끊어진 고래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차츰 부풀어 오르고 부패하다가 갑자기 차례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무겁고 축축한 하늘로 솟구쳤던 내장이 고래 연구자, 어민 고래 뼈를 주으러 온 아이들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썩은 내에 기절하거나 바닥에 엎드려 구토했다.]

앨리스는 고래가 죽은 그 해안가에서 오래 전 남편이 들려 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리고 소년은 바다로 떠난다.

​

가상의 섬 '와요와요'에서 시작된 설화 같은 존재인 소년 아트리에가 바다를 떠돌다 문명의 해변에 맞닺는 순간 만나는 앨리스 그리고 겹눈을 가진 수수께끼의 존재 '복안인'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 세계 모두 파괴되고 오염된 곳이다.

​

구술로 내려오는 설화와 현실의 암울한 모습이 절묘하게 뒤섞인 소설 <복안인>은 인간이 만들어온 오염의 파고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신화와 현실, 환상과 재난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 보인다.

작가 우밍이는 인간의 시야가 닿지 않는 영역을 볼 수 있는 복안인의 시선으로 세상의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세상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


소설 <복안인>에 등장하는 세상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c) 2024, 방글라데시 다카 바다의 인공 쓰레기 섬, 로이터 통신

2017년 부터 방글라데시 다카 바다에는 전에는 존재 한 적 없는 거대한 인공 쓰레기 섬이 드넓은 크기로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진귀한 현상이 발생했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처분하지 못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무능한 행정 정책과 무분별하게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린 실종된 시민 정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다카 바다의 인공 쓰레기 섬은 사람들이 가로 질러가는 구역 마저도 쓰레기로 버린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부유물 위에 세워졌다.

6천 500만 년 전 지구 상 곳곳에서 시작된 화산폭발과 운석 충돌로 인해 지구 전체에 기온 변화가 발생하고 이 변화된 환경에 공룡은 적응하지 못해 멸종되었고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 포유류가 최종 포식자로 등장했다.

곧이어 등장한 영장류과인 침팬지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류 조상인 호모(Homo) 족이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석기를 사용 했던 호모족은 기후 변화로 식량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으로 진화하고 불을 발견하면서 식습관의 변화로 외모와 체격에 큰 변화가 생긴다.

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인 동아프리카에서 드디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등장했고 이들은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 농업과 유목 생활을 하면서 문명의 씨앗이 되는 글자와 화폐를 발명해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인류가 현 시대의 도시화 문명 아래서 살아 간 것은 고작 몇 세기 전으로 5천 년 전에 최초의 왕국을 이루기 전까지 인류는 한 손에 돌과 다른 손엔 불을 들고 동굴과 들판을 오고 가는 야생적인 삶을 살았다.

​

점심 한 끼를 먹고 나서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한 가득이고 매일 집으로 배달 되는 주문 상품을 포장한 상자와 뽁뽁이들이 한 가득이다.

일회용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메고 폐 비닐과 폐 휴지 상자로 만든 제품을 소비하고 종이 빨대를 사용해도 이 모든 걸 생산하는데 막대한 석유자원이 쓰이고 있다.

개인 당 소비하고 버리는 쓰레기 양을 줄인다 해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에너지와 플라스틱 제품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사용과 배출량을 감소 시키는데 역부족이다.

또한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친환경으로 생산한 제품 포장과 용기 역시 버리고 처리할 때도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인간이 숨 쉬고, 먹고, 마시고, 배출하는 걸 멈추지 않은 이상 지구의 생명을 단축 시키는 온난화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오늘 누군가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병을 지구 반대 편 물개가 물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들로 이루어진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7배, 가까운 미래에 이 쓰레기 섬은 공식적인 국가 되어 이곳으로 사람과 동물들이 이주하는 세상이 도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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