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국제만화 박물관은 전 세계 만화 팬들이라면 반드시 둘러 봐야 하는  성지 필수 코스 중 하나다.

30 만 여 권의 만화책들이  연도 별, 주제 별로 정리 된 ‘만화의 벽'에서 뽑아낸 만화를 몇 권씩 쌓아 놓고 마음껏 읽어도 되는 만화 덕후들의 천국인 교토 만화 박물관은 2006년  교토 시와 만화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교토 세이카 대학의 협력으로 탄생 했다.

  교토 만화 박물관의  상시 전시장에서는  만화의 역사와 발전에 관한 전시가 수시로 열리고 있고 매년 열리는  기획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일본 만화가들의  원화 작품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다.

만화의 성벽을 쌓고 있는 일본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무한 확장 되는 세계 콘텐츠 시장의 원천이자 자양분이다.

 OTT 채널에서 대 히트를 친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은 일본의 요리 만화 <식극의 소마>의 스토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인정을 받은 요리계의 재야의 고수들이 경쟁자들을 한 명씩 이겨가며 높은 곳을 향하다 정상에서 만난 ‘대가’이자 ‘스승’과 대결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된다.

만화 <식극의 소마>에서 스승과 흙수저들의 대결이 전개 되는 동안 승패가 갈릴 때 마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 진다. 

영상으로 장기간 동안 방영된 <심야식당> <와카코와 술> <고독한 미식가> 모두 만화가 원작으로 먹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에서 느껴지는 맛의 감동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음식 만화가 원작인 이 드라마들은 별 생각 없이 화면을 응시 하다가 일본도시 곳곳의 골목을 누비며 음식 삼매경에 빠지게 하거나 음식 자체를 즐기는 혼밥 문화를 확산 시키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줬다. 

미국의 SF영화 부터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같은 영화들은 일본 만화가 없었다면 탄생 하지 못했다.

슬램 덩크, 포켓 몬스터, 데스노트, 드래곤 볼 시리즈가 파생 시킨  다양한 콘텐츠는 일본 산업의 기둥이라 할 정도로 만화는 일본 문화의  보물덩어리다.

특별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만화책은 컷으로 그려진 흑백의 그림자와 대화체로 구성 되어 있다.

독자들은 그림과 글자만 보고 종이에  그려진  음식의 맛과 냄새, 조리 할 때와 맛볼 때 나는 소리들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이렇게 상상하며 읽던 만화가 영상으로 재현 되었을 때는  조리 되고 차려진 음식을 먹는 연기자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음식 맛을 체험하게 된다.

펜을 쥐고 종이에 만화를 그리는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특히 음식에 관한 만화를 작법 할 때는  대사량을 많이 넣지 않는데 매 컷 마다 음식의 맛과 식당의 분위기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주인공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독자들이  마음껏 상상 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화면을 틀면 어떤 채널에서든 음식을 먹고, 만들고 파는 예능들이 줄줄이 튀어 나온다.

제한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하거나, 시청자로부터 레시피 제보를 받거나, 요리 문외한에게 하나씩 간단한 요리법을 전수하거나, 미션을 주고 해결하거나,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 분식을 팔거나 외국 학교에서 급식을 차려 주는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유툽 채널 중에서도 먹방과 미식 기행, 요리 채널이 단연 인기 순위에 올라 갈 정도로 바야흐로 세상은 온통  먹고, 요리하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매 끼니 식탁에 올라가는 밥상 재료들은 금값이 되고 있어서 싱싱하고 갓 수확한 재료들보다 냉동 되거나 반 조리 된 식품을 선호 하게 되었다.

라면 한 봉지가 천 원이 된 시대에 한 끼를 차려 먹어도 일본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을 기여코 먹고 말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니 만화가들은 진정한 창작의 신이다.

뭘 먹는지 보다는, 누구와 먹는 지가 더 중요한 법이지

何を食べるかより、誰と食べるか. 

-심야 식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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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1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야식당보다 맛의 달인이 더 재미있더군요.정말인지 모르지만 맛의 달인을 읽으면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는 것 같더군요.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 흔히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말 막힘 또는 설단 현상이다. 단어 특히 사람 이름, 도시 이름, 영화 제목, 책 제목 같은 것을 생각해내려는 경우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떠오를 듯 말 듯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리사 제노바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유툽 만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곡을 찾아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더 이상 먼 거리를 오고 가며 찾아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서 유툽 속을 헤매면 그만 이다.

자신이 들었던 클래식 음악 리스트 알고리즘에 따라 듣는 것이 싫증 나면 이런 전문가의 선택 리스트를 선택 해서 음악의 깊이와 폭을 차츰 넓혀 나가면서 음악의 정수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마음의 안정도 되찾아 갈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5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 중에 음악이 인간의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본 츠쿠바 대학 의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 저널이 실렸다.

츠쿠바대 연구팀은 성인 52명에게 각기 다른 종류의 음악을 들려 주며 3분 동안 음악과 메트로놈 소리를 듣기 전과 후로 나누어서 색과 단어를 얼마만큼 기억 하는지,음악을 듣기 전 후로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 했다.

인체에 무해한 근적외선 분광법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뇌의 기능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배외측전전두엽(l-DLPFC)을 진단 한 결과 신나고 경쾌한 락 음악이나 랩이 섞인 팝 음악을 들었을 때 보다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때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배외측 전전두엽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어떤 음악도 듣지 않고 메트로놈 소리만 들은 그룹은 심리 상태도 우울했고 뇌의 여러 부위도 음악을 들은 그룹에 비해 활성화 되지 않았다.

수백 년 동안 연주 되어 온 클래식 음악이 뇌 기능 활성화 영향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실험 결과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발표 되었고 음악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고 치유 하는 경험을 해본 이들도 세상에 넘쳐 난다.

고작 몇 년 전에 대본 집 까지 챙겨 볼 정도로 감명 깊게 본 영화 인데도 불구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그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불과 몇 주 전에 갔었던 음식점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감각 지각 및 감정을 저장 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늙어 가고 있다는 증거일 지 모른다.

뇌 신경 세포들은 인간이 시각과 청각에서 얻은 정보를 모양과 형태 색으로 저장을 하는데 인간이 언어로 발음을 해서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 마치 카메라가 스냅 촬영 하듯 신경세포 속에 찰칵 저장 되어 이전에 저장 된 세포들이 신경 회로를 통해 연관 단어를 통해 간 곳, 본 것들을 바로 바로 연결해서 찾아 낸다.

일시적인 설단 현상은 찾고 있었던 특정 단어와 연관된 신경 세포들이 일부만 활성화되었거나 약하게 활성화 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군가 이니셜만 알려 준다면 바로 기억해 내지만 그 다음 번의 기억의 회로는 더 이상 연결이 되지 않은 채 혀 끝에서 만 맴돌다가 한 참 시간이 지난 후 머릿 속에 떠오른다.

굳이 곡 명이나 작곡가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해도 첫 소절 만 들어도 뇌는 금세 그 시절, 그 장소, 그 순간에 들었던 음악이라는 걸 알아차리며 신경 회로에 신호를 보낼 것이다.

뇌 건강을 헤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건 스트레스로 이로 인해 찾아오는 우울증의 늪은 뇌의 신경 회로를 서서히 부식 시켜버린다. 우울하고 침울하고 울적한 나날이 길어 질 수록 기억력은 점점 쇠퇴해져서 정보 저장 세포 기능이 급속도로 늙어 간다.

뇌는 나이가 들수록 장미 빛 필터가 씌워진 것 처럼 기억력도 희미해져 가지만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방법 중에 음악이 가장 훌륭한 예방 법 중에 하나로 반복해서 음악을 들을 때 마다 뇌가 특정 정보를 시각화 해서 저장 하는 기능을 활성화 시키며 음악 선율을 되새기고 리듬의 강 약에 따라 기분을 좌우 하는 도파민이 분출 된다.

알츠하이머 중증 환자들도 음악에 반응 하며 감정의 기복을 줄여주면서 심박율과 호흡,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 시켜 주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까지 인간에게 음악은 영원 불멸한 영혼의 소리인 것 이다.

어느 날 문득 흘러 들어 온 선율에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 되는 경험을 해 보았다면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나날 속에서 음악은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 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 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뇌 신경 치료제 이고 영혼의 치유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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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다.

 그 중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야기한다면 국회 의사당, 템즈 강에 세워진 타워 브리지, 런던 타워, 빅벤, 런던 아이즈 그리고 시내 중심을 가로 질러가는 빨간색 이층 버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영국의 유서 깊은 건물들이 국가의 랜드마크가 되었지만 도심을 가로지르는 빨간색 이층 버스와 똑같은 색상인 빨간색 전화부스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다.

1889년 미국 발명가 윌리엄 그레이가  동전으로 작동하는 공중전화를 최초로 고안했다.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은 미국 하트 퍼드의 은행 건물 1층으로  통화가 끝난 후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여서 전화기 설치 비용에 비해 통화 후에 돈이 제대로 수급 되지 않았다.

공중 전화기를 발명한 미국 보다 먼저 공중 전화기를 곳곳에 설치한 영국은 1920년 한 의사가 아내가 몹시 아픈데도 병원 응급실에게 전화를 걸 수 없어서 우체국에 전화기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받아 들인 영국 우체국은 1921년 각 지역 우체국 마다 공중 전화기를 설치하고 '키오스크(Kiosk)'라는 이름을 붙여서 전화기 구역을 표시하는 K1,2,3 숫자로 표시했다.



1928년 부터 우체국에 설치되었던 전화부스가 거리에 세워 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세워진 전화 부스는 현재보다 훨씬 면적이 넓었고  높은   기둥을 세우고 난간을 두른 개방형에 도어 장치가 설치 되어 있어서 전화를 걸 목적이 아닌 시민들이 한 여름의 햇볕을 피하거나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를 피하거나 늦은 밤 추위를 피해 전화 부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심했던 우체국 설비 담당부는 오스만 제국이나 페르시아 저택 정원의 여름 별장에 설치된 야외 구조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크기와 높이를 정하고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빨간 색으로 칠했다.

빨간 색 공중 전화부스가 세워지기 전엔 영국 도심엔 다양한 물건과 신문, 잡지, 먹거리를 파는 간이점 형식의 구조물이 거리마다 즐비 했고 이를 가리켜 키오스크(Kiosk)라 불렀지만 1930년대 부터 거리마다 늘어선 공중 전화 부스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키오스크(Kiosk)는 투르크 어[Köşk ]에서 유래된 단어로 오스만 제국 시대에  야외 정원에 햇빛을 가려주는 쉼터 건축물을 의미했다.

현재 키오스크는 20세기 중반에 도입된 무인 단말기 시스템을 가리키는 용어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주문을 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기기를 '키오스크'라 부르고 있다.

키오스크 기기는 지하철역부터 공항과 도심 외곽을 통과하는 시외 버스 정류장은 물론이고 공공장소, 전시장, 공관 건물, 교육기관 그리고 음식점과 영화관까지 사람들이 모이고 표를 구입하고 신분증을 제시 하고 서류를 발급 받고 등록하는 모든 과정에서 이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 지게 만든 노랑 봉투법에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체 운영에 재산권과 경영 활동이 침해될 소지가 높아 졌다.

리스크가 높은 상황을 마냥 감내할 경영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 하지 않는다. 

매출 대비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자영업자들과 영세업을 하는 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키오스크 기기를 도입하게 될 것이고 근로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거나 일을 하고 싶어도 찾는 곳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최저 임금은  상승 했지만 미친듯이 치솟는 물가에 맞춰 기본 공공 요금도 오르고 기기에 일자리를 빼앗겨서 실업자들은 늘어나는 악순환의 시대로 돌입했다.

반면 반도체 호황으로 삼전닉스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으로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의 몫돈을 손에 쥔 것에 대한 다른 업종에 종사 하고 있는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노사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 지고 있다.

반 평생 성실한 노동자로 영혼을 갈아 넣어도 내집 마련이 힘들어진 서민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의 사다리 마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돈을 벌고 정치는 사회를 통합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땅에서 가장 많은 혜택과 권력을 누리는 이들은 권력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정작 민생 정책과 법안은 캐비넷에서 썪어 가고 있다.


어떤 사물이 변화해 그 본성이 바뀌면,

그 즉시, 전에 존재 했던 사물의 죽음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루크레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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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14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국의 빨간 우체국 박스를 보면 절로 닥터 후가 생각나네요^^
 








"...언젠가 작고 까만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어. 그 당나귀가 실제로 작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뭏든 어린 시절에 내가 앉던 작은 의자에 앉기도 하고 내 작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했어. 그러니까 작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말을 잘 들었고 잘 따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나귀에게 뭔가를 부탁할 수가 있었고 그때마다 당나귀는 대채로 잘 도와 주었어. 그런데 나중에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당나귀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지. 나로부터 영원히 멀어져 버리고 만 거야."

-루이제 린저의 <검은 당나귀> 중에서


2차 대전의 상흔이 사라져 버린 1970년 어느 해 여름의 끝자락에 '나'는 누군가가 보낸 부고장을 들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 잠시 살았던 마을을 찾아 간다.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잠시 살았던 그 마을엔 그 시절의 친구들이 살고 있었고 부고장을 들고 찾아간 '나'는 50여년 만에 옛 친구들과 만나 기억의 저편 너머로 사라졌던 지난 시절의 모습들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계산된 행동이라고? 그건 당치도 않아. 플렉만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그는 분명 나치였어. 하지만 그가 나치가 된 것은 완전한 오해, 아니 어쩌면 의식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거야. 



지난 30여년 전의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옛 친구 클라라의 집에 며칠 신세를 지게 된 '나'는 그 시절 함께 살았던 친구들의 소식을 수소문 하기 시작하면서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된다.

나치에게 협력한 자들과 협력하지 않은 자들 ,마을 주민들을 밀고 하고 그들이 수용소로 끌려간 사이에 몰래 집안으로 침입해서 재산을 강탈하고 해외로 도주해 버린 이들

그리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될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마련 해주었던 목사는 미군의 폭격으로 기도실에서 즉사한다.




'당나귀'가 있다.

'당나귀'에는 '검은 당나귀'가 있다.

'검은 당나귀'가 있으면?

그렇다. '흰 당나귀'가 있다.


루이제 린저의 <검은 당나귀>에는 단 한 마리의 흰 당나귀가 나오지 않는다.

나치의 검은 손길이 마을 깊숙이 뻗어있던 시기에 살아 남기 위해서 누군가를 밀고 했던 이들, 숨겨 준 이들, 도망쳐 버린 이들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냈음에도 결국엔 전쟁의 포화 속에 잿가루가 되어 버린 이들 모두 검은색 당나귀였을까? 아니면 흰색 당나귀 였을까?


"진실이라? 완전한 진실이라? 그런 건 아마 검은 당나귀만이 알고 있겠지. ... 검은 당나귀가 내게 그를 보낸거야...."


전쟁의 화마의 검은 불길에 그을린 이들의 영혼은 무한의 시간이 지나도 치유 되지 않는다.


2026년 노벨 평화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법률가이자 전 유엔(UN) 인권고등판무관인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Navanethem Navi Pillay, 85)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힘이 정의를 앞지를 때마다 평화적 공존은 훼손됐다”고 비판하며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Navanethem Navi Pillay, 85)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비 필라이는 국제법과 질서 체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었으며, 그녀의 엄격한 사법관, 청렴한 성품, 그리고 상당한 용기를 보여주었다. 

전쟁과 분쟁이 증가하고, 국제법 관련 사법 기관과 단체들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이 시기에 노벨 위원회는 무력이나 폭력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국제법의 지배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전쟁 범죄자들이 책임을 지고, 학대 피해자들이 정의를 실현받는 국제법 체계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라고 강조했다.  

1941년 남아공 더반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인도계로  법학을 전공한 후 곧바로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싸운 활동가들을 변호 해왔다.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된 이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의 재판관 겸 재판소장이 됐고 성폭력과 강간, 그리고 선전 활동이 반인도적 범죄 및 집단학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제 법질서 발전에 앞장서 온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2003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으로 임명된  필라이는 2012년까지 재임 하는 동안 아프리카 내전에서 자행 되었던 전쟁 성범죄와 집단 학살 사건을 담당 했고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유엔 인권최고대표(OHCHR)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팔라니는  2019년에는 미얀마의 집단학살 혐의 사건을 담당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특별재판관으로 임명돼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이다. 

팔라니는 현재 진행 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서 자행 된 전쟁 수행 방식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 역시 국제인도법 위반, 나아가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동 전쟁 초기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미군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170명의 민간인이 숨진 사건을 비롯해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도 전쟁 범죄일 수 있다는 지적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ICC(국제형사재판소)로부터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시발점으로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금융 거래를 사실상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를 준비 중이 였다.

오바마도 받은 노벨평화상을 자신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는 트럼프는 남북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연히 받아야 할 상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리더니  ICC의  달러화 거래를 금지 시켜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돼 재판소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겪게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힘이 정의 앞지를 때마다 평화적 공존은  훼손되어왔다.

폭력 없이 분쟁 해결할 국제법의 존재 이유를 2026년 노벨 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상기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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