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여행에 필요한 모든 걸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그 속엔 항상 책이 들어 있는데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건을 해석 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오늘도 여행 중에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펼친다.'
-채영주의 <웃음>중에서
나 역시 항상 가방 속에 책들을 넣고 다니지만 가방의 크기에 따라 책의 크기도 달라진다.
머릿 속이 복잡 할 때는 간편하게 스마트 폰 속 이북 라이브러리를 터치 하기도 하지만 종이를 만지작 거리는 책 만큼 확 몰입하거나 집중하지 않게 된다.
출퇴근 시간 동안 지하철 안에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몰입하는 이들 대부분은 영상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영상물이든, 이북이든, 종이 책이든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는 걸 즐긴다.
“우리는 금성에 머무르면서 외로워하고 기뻐하고 욕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을 인간의 시계에 맞춰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배우 겸 초벌 각본가가요.”
-장강명의 _「당신은 뜨거운 별에」중에서
아마 인간은 지구가 멸망해서 우주의 머나먼 행성에 정착하게 되어도 무엇이든 읽고 보고 듣는 일상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어 관용어 중에 <침대맡 책 livre de chevet>이라는 단어가 있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면 프랑스 공영 방송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나 대담을 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에 방송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마치 부모가 잠들기 전에 읽어주듯 출연자들의 차분한 목소리와 낭독하는 시간은 프랑스 인들의 늦은 시각을 힐링의 시간으로 채워준다.
인터넷 광역망이 깔리기 전의 시대에도 인간은 매 순간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마치 현실이 아닌 꿈의 세상을 동경하듯 삶의 고단함, 일상의 피로함을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고 감동 받으며 살았다.
OTT시대에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대한 영상물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웹소설과 웹툰을 즐겨 읽고 보며 마치 머리 맡에 놓아 둔 책을 읽듯 가방 속에 책을 넣고 다니듯 우리는 항상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명인의 하얀 부채가 얼음물을 얹은 검은색 칠(漆) 쟁반에 비치어 움직이는 고즈넉함. 관전은 나 혼자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인>중에서
바둑을 두는 명인은 상대의 수를 읽는 동안 외부의 시선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바둑판을 통해 세상을 읽고 묘수를 짜낸다.
어떤 걸 창작하고 있는 인간 역시 새 하얀 종이,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백지 앞에서 철저하게 혼자다.
6월 9일 부터 쓰기 시작한 창작 웹소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7월21일 오늘, 8번째 이야기를 올렸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8화- 숫자,시간, 돈
https://tobe.aladin.co.kr/n/83239
누군가의 가방 속에 든 책이 가끔 궁금해 질 때가 있지만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묻는다는 것 자체가 무익할 정도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탐독 하며 읽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진짜 삶에 가까운 소설을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삶에는 복선도 없고 플롯도 없잖아요.”
-장강명의 「사이보그의 글쓰기」중에서
그렇다.
내 삶에도 복선도 없고 플롯도 없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쓰며 내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1화 런던의 비
https://tobe.aladin.co.kr/n/69025
2화 퐁텐블로의 아침
https://tobe.aladin.co.kr/n/70720
3화 바르비종의 수사슴
https://tobe.aladin.co.kr/n/72586
4화 바르비종의 이방인들
https://tobe.aladin.co.kr/n/74234
5화 미끼를 물다.
https://tobe.aladin.co.kr/n/76021
6화 덫에 걸리다.
https://tobe.aladin.co.kr/n/79388
7화 박제된 머리
https://tobe.aladin.co.kr/n/8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