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학교와는 다르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호기심 또는 끌림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오늘 우리 도서관에서 '가족어울림 독서한마당' 행사를 진행했다. 난 반복되는 업무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기에 기꺼이 한달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다. 세부프로그램은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동화작가 초청강연회와 음악 콘서트, 그리고 독서퀴즈대회". 독서골든벨도 생각했지만 자칫 경쟁심만 키울수도 있기에 부담없는 독서퀴즈로 결정. 강연회는 아이들도 많이 알고 있는 채인선 작가님으로 계획하고 통화를 했는데 가능하시단다. 강사섭외가 쉽게 되면 참 뿌듯하다. 괜히 내가 자랑스러워지고.... 대상은 3~4학년 및 학부모 140명으로 결정^*^ 

그리고 음악 콘서트. 교육청 직원들로 구성된 Edu-Chamber 오케스트라 단원중 친구가 악장이라 전화 한 통화로 섭외 끝. 곡 해설도 부탁했는데 참 좋았다. "Ich liebe dich, 브람스의 왈츠, Minute in G, 사랑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곡을 해설과 함께 들려주고 '사랑'은 다함께 부르니 가족들 모두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흐른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독서퀴즈대회.
독서퀴즈 정답자 추첨을 색다르게 하려고 뽑힌 학생이 직접 상품을 고르게 했다. 커다란 칠판에 코끼리를 만들고 머리에 풍선을 그려놓은뒤, 풍선에 번호를 붙여놓고 아이들이 직접 번호를 고르면 그 안에 선물을 숨겨 놓았다. 물감세트, 필통세트, 책2권, 연필깎이, 서예도구세트. 그리고 뽑히지 않은 아이들을 배려해서 기념품으로 문화상품권을 주었다.

30명을 추첨해서 상을 주는 것이라 문제를 최대한 쉽게 냈다. 약속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새끼 손가락 걸고 ㅇㅇ해요" 해야 하는데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것 있죠" 하면서 정답을 말해버리니 아이들이 모두 웃는다. 행사가 끝나고 설문지를 읽는데 "독서퀴즈 문제를 내주신 사서선생님 참 재미 있었어요. 센스 짱이예요!!" 하는 글을 읽으니 웃음이 난다. 장난스럽게 엉뚱한 정답을 이야기 해주면서 함께 웃다보니 이런 글이 나온듯. 나의 실수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네.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시나리오가 없어지거나, 관장님한테 무참히 깨지는(?) 개꿈을 꾼것만 빼면 대성공이다. ㅋㅋ
첫 느낌이 시니컬해 보였던 채인선 작가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와 자신의 작품속 비하인드 스토리도 설명해주어 즐거움을 주셨으며, 오케스트라의 편안하고 생동감 있는 연주는 행사를 고급스럽게 해주었다. 나의 코믹스러운 문제 출제와 신선한 추첨 방식은 즐거움을 주었다.

이용자가 아닌 고객으로 서비스 하는것. 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빌려가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 양보다 질적인 독서교육을 하고 좋은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사서들의 몫!! 난 역시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보다는 공공도서관 체질이고, 선, 후배 사서가 주말임에도 모두 나와 내 일처럼 도와주는 이곳이 참 좋다. 큰 행사를 흡족하게 마무리하면 뿌듯하다.
 
연주에 참여했던 친구가 보내준 문자 "오늘 참 멋졌어. 자랑스럽더라. 내 칭구. 좋은 행사 초대해줘서 고마워^*^"  
사서라서 행복하다~~~~




(채인선 작가님 사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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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그 직업, 사서!!!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인용)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입니다.
(절대 배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절대루!!!)

세실 2011-05-29 07:15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 표현도 했단 말이죠. 읽어봐야지! 아 행복해라~~~

헤. 전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해서 하는거 참 좋아해요.
성격이 변덕스러워서 그런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ㅋ

비로그인 2011-05-2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사서를 하려면 삼대 째 적선을 해야 하는 군요 +_+
세실님 시작하신 공부는 여전히 잘 되고 있으시죠? ㅎ

세실 2011-05-29 07: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서에게 힘을 주는 멋진 표현이예요. 혹시 이원규시인 옆지기가 사서인가? 김슬옹님 처럼. ㅋ
드디어 두과목중 한과목이 종강을 했습니다. 1학기 마친거죠. 역시 시작이 반이라는 표현 딱입니다^*^
공부는 나름 제 삶에 활력소를 줍니다.

섬사이 2011-05-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다음 생에서는 사서가 될 수 있을라나...
제가 사는 동네에는 찾아갈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4곳인데요,
(참 복 받은 동네에 살고 있죠?)
도서관들이 참 다이너믹하다는 생각을 해요.
한 도서관에서는 매년 옥상 하늘공원에서 인형극과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유아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시간도 만들고,
또 다른 도서관에서는 요즘 대세를 반영해서 아예 '어린이 영어세상'이라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일주일에 두 번 튜터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했어요.
제가 다니는 민간어린이도서관에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정말 도서관에서 일하는 건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멋진 일이예요.
세실님, 멋져요!! ^^

세실 2011-05-30 21:53   좋아요 0 | URL
전 다음 생애에는 음....화가가 될래요. 그림도 그리고, 강사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ㅋ
도서관이 그렇게 많아요? 와 부럽다^*^ 옥상 하늘공원에서 인형극과 음악회라 멋진데요.
저희도 9월 독서의 달에 시낭송음악회 할꺼예요. 공모했는데 선정되어서 예산 지원받아요.
어스름한 저녁 도서관 앞마당에서 이용자랑 지역주민과 함께 시낭송도 하고, 아름다운 연주회도 하려구요. 이번 행사때 독서퀴즈 반응 좋아서 독서퀴즈도 하고....ㅎㅎ 괜찮겠죠?

주객이 전도되는것만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책 관련 프로그램 하는거 좋아요~~~~
책만 보면 지루하잖아요^*^

프레이야 2011-05-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서, 세실님^^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개꿈(ㅎㅎ)을 꾸셨군요.
성공적으로 잘 되려고 그랬나봐요.

세실 2011-05-30 21:54   좋아요 0 | URL
호호호 감사합니다^*^
오히려 학교숙제 ppt 만들어 발표하는것이 더 스트레스였는데 엉뚱한 꿈을 꾸었답니다. 사회보는건 별로 걱정하지 않았거든요. ㅋ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한껏 우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정말 좋은 일도 생겼거든요~~~ 나중에 확정되면 알려드릴께용^*^

hnine 2011-05-2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채인선 작가님 강연을 들어본 적 있어요. 작고 마르시고 목소리까지, 처음엔 깐깐해보이는 인상을 저도 받았어요. 강연을 듣고 나서는 깐깐하다기보다 꼼꼼한 성격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도서관은 이제 책만 빌려주고 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도서관을 이용해본 이용자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여러 가지 다양한 행사들로 인해 사서분들의 업무가 너무 과부하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 적 있는데 역시 세실님이십니다 ^^

세실 2011-05-30 21:57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채인선 작가님 강연 들으셨군요. 맞아요 꼼꼼하시더라구요. 자신이 쓴 책 하나하나 설명해주시고, 특히 비하인드스토리까지....아이들에게 퀴즈 내서 책선물도 주시고 지루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많이 하셨어요.
도서관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이 근무하는데 사서만 유난히 사서 고생하지요. 처음엔 억울하게 생각했는데 내 능력이 되니까 일도 하게 되는거다 하며 스스로 위안 삼고 있습니다.
다행히 독서관련 행사는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하늘바람 2011-05-2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인 님이 부러워요
전 정말 사서들은 다 지루하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한줄만 알았어요 님을 보면서 사서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사서가 얼마나 근사한지 알아갑니다
무엇보니 자신의 일을 사랑하시는 님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시는지 몰라요.
기회가 된다면 책을 만들어보고 싶을 만큼.
님을 알고 있다는 게 제게는 자랑입니다

세실 2011-05-30 22:00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저도 가끔은 불친절하다는. ㅋㅋ
채인선 작가님이 직접 들려주신 도서관아이 보면서 사서를 주인공으로 그림책 쓰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다시 동화작가로 꿈을 바꿔 볼까요? 잠시 아동실 근무할땐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아 님이 만들어 주세용^*^ 대박날꺼 같죠? ㅋ
아잉!! 감사합니다~~~

희망찬샘 2011-05-2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간이었군요. 세실님 덕에 정말 많은 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겠군요. 멋져요.

세실 2011-05-30 22:04   좋아요 0 | URL
도교육청 근무할때 독서교육 워낙 열심히 하셔서 알았던 샘은 그 반 아이들 5명 데리고 오셨어요. 물론 가족들과 함께요. 참 대단하신 샘~~ 그 반 아이들은 행복하겠죠?

희망찬샘 2011-05-31 06:04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샘님들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전국을 둘러보면 또 참 많이 있답니다. 세실님이 그 중 한 분을 알고 계시네요. ^^

세실 2011-05-31 10: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열심히 하시는 샘이 각 시,도에 몇분씩 계실거예요.
우리 충북엔 이분 포함해서....한 5분? ㅋ
도교육청 일에 관심 갖고, 행사에 적극 참여해주면 일하는 사람도 힘이 나더구요^*^

글샘 2011-05-3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년 넘도록 '도서관 담당'을 해보고 싶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는 1인입니다.
내년에는 꼭 도서관 담당자를 해보고 싶습니다. ^^
물론 사서가 힘든 일인 줄 알지만, 저도 책 냄새 옆에서 책을 베고 잠들고 싶거든요. ㅎㅎ
님의 행복에 곧 닥칠 방학까지, 모두 축하드립니다.

세실 2011-05-30 22:06   좋아요 0 | URL
국어샘인데 우째 그런일이요. 학교도서관은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부산 지역은 아닌가 보아요~~~
내년에 꼭 도서관 담당샘 되시길 빌어용^*^ 그럼 우린 더 잘 통하겠죠? ㅎ
어머 제가 언제 책 베고 잠들었어요? 버럭!! 전 책 볼 시간도 잠 잘 시간은 더더더욱 없다구욧^*^
흐 한 과목 종강, 그리고 한 과목은 이번주 목요일 종강. 그럼 전 긴긴 방학에 들어간답니다.
이 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ㅋ.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5-3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라서 행복해요, 라는 제목처럼 행복한 사서가 부럽네요.^^
멋진 행사, 센스쟁이 사서샘~~ 즐겁고 알찬 행사였음이 눈에 그려지네요.
세실님의 공공도서관 체질을, 실제로는 그 반대의 의미에서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을 거 같아요.
일을 만들어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서가 많아지면 더 근사한 공공도서관이 되리라 믿어요~~~ 세실님 멋져요!@!

세실 2011-05-30 22: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문제 내다가 실수한 퀴즈 땜에 세개중 독서퀴즈가 제일 즐거웠다고 하니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어요.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요즘 제 머릿속에 세뇌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많이 파급되었으면 좋겠더라구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효과가 큰데 처음 시도하기가 어렵죠.
감사해요. 오기언냐^*^

마녀고양이 2011-05-3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언니 점점 멋져지십니다... 호호.
전문가 포스가 팍팍 나고, 도서관에서 이런 일을 주관한다는 자체가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그런데 개꿈이라니? 아유, 언니두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가진다 하면 주위에서 안 믿지 않아요?
너무 당당해보이시는걸요~ 항상.

세실 2011-05-30 22: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사서들끼리 상의하며 서로 도와주고 하니 덜 힘들더라구요. 독서관련 프로그램 기획하고,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니 저절로 신이 나네요. 특히 상품사러 돌아다닐때 괜히 즐거운거있죠~~~
ㅋ 사서들한텐 차마 말 못했어요. 괜히 소심해 보일까봐요. ㅋㅋ

2011-06-01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3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8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경리 2012-07-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도서관에 근무하는 이경리라고 합니다.
채인선 작가님을 섭외하고 싶은데 예전연락처는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인터넷 서핑하다 선생님 블로그에서 작년에 섭외를 하셔서
채인선 작가님 연락처를 알수 있을가 싶어서 댓글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2012-07-2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슬아 2013-11-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현재 문정과 1학년을 거의 다 보내고 있는데요..
저는 사립도서관이 가고 싶은데 공공도서관도 이걸 보니 끌리기도 하네요
하지만 역시 시험이 자신이 없...ㅋㅋㅋㅋ
과제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꺄율....어렵네요 @-@
혹시 자기소개서 써보셨나요....ㅎㅎ
사서란 직업을 바라보며 하고 있는데..
3대째 적선!이라니..앜ㅋㅋㅋㅋㅋ 이런 그럼 난 안돼는 것 싶었다는...ㅋㅋㅋㅋ

세실 2013-11-14 16:0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사립도서관은...음 신분 보장이 안되어 좀 불안해 하더라구요.
요즘 공공도서관에 사서 많이 채용하니 관심 갖고 준비하셔도 좋을듯요.
국어, 국사, 영어 학교 다니면서 평소에 공부하고 전공 시험 보면 덜 힘들겠죠?
참고로 근무여건은 대학도서관이 더 좋아요^^
자기소개서는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이유, 사서가 되고 싶은 이유, 사서가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를 쓰면 되겠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