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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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 만났던 남자가 지금까지 나를 잊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그는 아직도 나에 대한 환상과 이상속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점을 가져본다. 이 책을 전에 한번 읽었을 때는 화자(話者)로 나오는 닉 캐러웨이가 이끄는 대로 그저 페이지 넘기기에 급급했고 별다는 느낌이 없었다. 

연휴에 다시 읽게 되면서 오늘 영화 보려던 계획까지 취소하고, 개츠비가 되고, 톰 뷰캐넌이 되고, 때로는 데이지가 되어 하루를 살았다.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는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뒤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기를 이룬 시기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개츠비가 불과 몇년 사이에 대저택을 소유하고, 매일 저녁 파티를 열만큼의 부를 축적한 배경이 된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부유한 남자 톰과 결혼한 데이지를 포기하지 못하고 가까운 곳으로 이사와서 과거로 돌아갈 꿈을 꾸는 개츠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 같으면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불쑥 말했다. "과거는 반복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뇨, 그럴 수 있고 말고요!" 
그는 마치 과거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집 앞 그늘진 구석에 숨어 있기라도 하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 놓을 생각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될 겁니다."
그는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가 되돌리고 싶은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데 들어간, 그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만약 다시 한번 출발점으로 돌아가 천천히 모든 것을 다시 음미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었으리라......

 
   

잠시나마 데이지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남편 톰의 정부였던 윌슨부인의 죽음으로 상황은 급반전된다. 데이지가 낸 사고는 톰의 계략으로 개츠비의 사고로 되고 개츠비는 윌슨의 권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개츠비의 집에서는 늘 파티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초대받고 싶어 했지만 정작 개츠비의 죽음앞에서는 찾는이가 거의 없었다. 개츠비가 그렇게 평생을 사랑하고 불과 몇시간 전까지 사랑을 속삭였던 데이지 조차도..... 

문득 나의 먼훗날을  그려본다. 과연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먼곳에서도 기꺼이 달려와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닉은 개츠비의 내면에 보이는 순수함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개츠비를 믿어주고, 자리를 지켜 주었다.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짧은 슬픔이나 숨 가쁜 환희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려는 개츠비에게 믿음이 가지 않지만 데이지에 대한 그의 우직한 사랑만은 믿고 싶다. 5년 동안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데이지 앞에서는 정작 말도 잘 하지 못하는 그의 순수함을 인정해 주고 싶다.
설령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사랑의 힘은 위대함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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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년 전이네요, 처음 읽었던 게요.
인용하신 구문은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읽으니 참 좋아요.
세상에 순수하지 않은 게 있다면 어쩌면,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겠지요.
민음사의 표지가 괜찮아 보이네요.^^

세실 2010-09-25 20:28   좋아요 0 | URL
25년전이라면 와우. 그땐 어떤 느낌 이셨을까요?
저도 아마 대학때나 갓 졸업했을 무렵 읽었을 거예요.
그때 좀 더 깊이있게 생각했더라면..... 남자들의 순수함을 믿었을텐데 말입니다. 요즘 민음사 시리즈로 서가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아이들도 훗날 읽을거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09-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례식 장면...지금도 생각납니다.이런저런 지인들에게 참석을 부탁하지만 핑계대면서 못가겠다던 자들...영화에선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인공이었지요.

세실 2010-09-25 21:22   좋아요 0 | URL
아 영화...영화를 볼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 연극만 생각했습니다.
그쵸. 그 많던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쓸쓸한 장례식.
개츠비 참 외로운 삶을 살았죠. 살아서도 죽어서도.....

반딧불,, 2010-09-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란 꽃을 예사로이 보지 않게 되었죠. 이 책 한 권으로...
저도 오래되어서 기억 잘 안나네요. 저도 처음 읽은게 거의 20년 됐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점은 아가들 덕분에 몰랐던 책들도 만나지만 잊었던 그런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참 많았더랬는데..
몇 년 전에 제인에어랑 폭풍의 언덕이랑 또 제인 오스틴 작품들 다시 읽으면서 놀랐어요.
나이가 먹어서 읽는 책은 참 많이 다르더이다. 그때 그리 좋았던 것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다른 생각도 많이 했다죠.

세실 2010-09-26 00:0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데이지꽃도 있지요. 마가렛이랑 좀 헷깔리기도 해요. 더 작긴 하지만요. 폭풍의 언덕 지금 읽으면 사뭇 다를듯. 오만과 편견도 영화보고 다시 보니 새롭더라구요. 가을엔 이런 명작들이 읽고 싶어져요.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참 탁월하죠.
이제 상실의 시대 읽으려구요^*^

blanca 2010-09-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례식 장면...그건 지금까지도 유효한 전언 같아요. 세실님 리뷰 읽으며 기억을 더듬어 봤어요. 영화 약속까지 취소하실 정도로 정말 제대로 개츠비를 느끼신 거군요. 다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세실 2010-09-26 00:07   좋아요 0 | URL
영화로 보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올듯 해요. 마지막 장례식 장면.
많은 친구보다는 끝까지 함께 해줄 친구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밤에 혼자 운동하면서 개츠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별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죠. 데이지가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할 만한 여자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구요.

비로그인 2010-09-2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몇 번을 읽다가 중간에서 더이상 진도를 못나가던 책이었는데...
으음~~읽어줘야겠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부의 축적이니 난 그것조차 곱게 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오래된 민음사판이 있으니...지금 읽고있는 로쟈님의 책을 다 읽으면, 열어봐야 겠습니다.

세실 2010-09-26 15:21   좋아요 0 | URL
지금 읽으면 아마 느낌이 다를거예요.
개츠비에 대한 연민의 정도 느껴지고, 데이지가 참 얄밉더라구요.
윌슨부인의 비참한 최후와 개츠비의 허망한 죽음을 보니
산다는게 참 허무하네요.
지우고 싶은데 왜이리 맴도는지요......

2010-09-2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7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얘기하면 리사엉거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생각나요.

세실 2010-09-27 13:02   좋아요 0 | URL
아 표지만 봤습니다.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헤~~

qualia 2010-09-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 저, 윗글 마지막 단락 읽고 울컥했어요. 눈물이 핑 도네요.

세실 2010-09-27 13:0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어요.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요. 사랑하는거잖아요.
님 화이팅!

희망찬샘 2010-09-2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익숙한 책인데, 저희집 서가에 혹시 있을까 찾아보니 없네요. (제가 모르고 지내는 책도 많은지라... 제목이 유명하면 중고책으로 사는 요즘 혹시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니만...) 가슴 떨리는 내용인데요.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에 담아 봅니다. 오늘은 날씨가 쨍~ 한데요.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세실 2010-09-28 09:09   좋아요 0 | URL
명작이 은근히 로맨스 소설이 많더라구요.
가볍지 않으면서 섬세한 심리묘사가 읽는 맛을 더해줘요.
조만간 오만과 편견도 다시 읽으려구요^*^
가을엔 세계명작에 풍덩. 함께 빠지실래요?
저도 좋은 일 있을것 같은 설레임으로 하루를 보낼래요.

2010-09-28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29 08:36   좋아요 0 | URL
아니요..이름 넣으라고 했는데요. ㅋㅋ

2010-09-28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01 17:45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덕분에 아주 행복했어요.
마무리 잘 하는 것도 중요할듯.
좋은 이미지 남아야지요.
잘 하셨어요.

밀린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시고,
행복한 가을 맞이하세요^*^

같은하늘 2010-10-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보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조심하시고 마음 편해지는날 다시 놀러올께요.^^

세실 2010-10-01 17:4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가을에 읽어보면 느낌이 다르실 거예요.
님도 곧 편안한 날 되셨으면 합니다.

희망찬샘 2010-10-03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도서로 이 책이 보이길래 얼른 샀어요. ㅋㅋ~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텐데...

세실 2010-10-03 21:14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 그런가 술술 넘어 가던걸요. 뭐 눈에 안들어오는 부분은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