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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3-02-02 09:56   좋아요 0 | URL
핫.. 감사합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자살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후배가 자살한 일이 있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던 후배였는데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충격이었다. 후배의 가족은 물론 동기들이 고통이 컸고, 특히 가까운 친구들은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자살 이유가 분명치 않을수록, 예기치 못한 자살일수록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 자살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하나 둘 목숨을 끊고 있다. 그 외에도 검색창에 '자살'을 입력해보면 숱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미 우리들은 자살의 사정권 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고민하는 힘>(사계절출판사)의 저자 강상중 교수(도쿄대)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은 21명의 독자들과 자살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지간히 인문사회 도서에 단련된 독자들에게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마태호 씨는 "내용이 어려워서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또 읽는다고 이해될 것 같지 않다"는 말로 책의 무게감을 전했다. 박정민 씨도 "일본문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읽다가 맥이 끊기는 면도 있다"고 조언했다. "소세키 평전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게 인용이 많이 되었다"는 장재호 씨의 지적처럼 <살아야 한느 이유>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과 막스 베버의 사회학, 윌리엄 제임스와 빅토르 에밀 프랑크의 심리학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살아야 하는 이유>의 위상은 전작 <고민하는 힘>과 잘 대비가 된다. "섣부른 희망을 말하는 것은 범죄와 같다"는 강상중 교수의 말 속에는 최근 쏟아지는 힐링 키워드의 책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나아가 이 책들과 정반대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고민하는 힘>이 있다. <고민하는 힘> 역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성찰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진짜로 산다는 것, 진짜 행복을 돌이켜 보자"는 주제는 독자들이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주제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병을 앓고 있었던 자식의 죽음과 뒤이은 일본대지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본 사회, 그리고 쌍둥이처럼 이를 좇는 한국 사회. 묻지마 살인과 묻지마 자살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주제이며, 여기에는 '근대인'이 직면하는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독자에게 고도의 성찰과 정신력을 강요하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함께 읽으며 오랫동안 먹먹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은 독자들의 리뷰는 마치 <고민하는 힘>에 대한 리뷰처럼 되고 말았다. 일부 독자들은 낙오했고 나도 그 행렬에 있었다. 


▲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자살'을 입력하면 뜨는 화면. 그만큼 자살자가 많다는 것 아닐까?



자살과 보수정권 선호의 방정식


독서의 편의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요약해야겠다. 강상중 교수는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제시한 액상화(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들의 이 유동하는 근대 세계는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오늘 확실하고 타당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내일은 전혀 쓸 데 없고 괴상하거나 유감스러운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ㅡ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17쪽


미래학자들은 당장 우리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는 2~30년 후에는 현재 직업의 80%는 사라진다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액상화 현상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세대, 선배 세대들은 투쟁하듯 삶을 살았다. 부모님들은 먹고사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였고, 386이라고 부르는 선배세대들은 '독재'라는 명확한 투쟁의 대상이 있었다. 지금은 이런 게 희미해졌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한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한 유명한 말처럼 우리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로운 인생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한다. 강상중 교수의 표현대로 하면 "근대 이후의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해방된 노예가 갈곳이 없어 다시 주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유 앞에 던져진 인간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자신을 속박할 수 있는 종교 따위를 찾게 된다. 


윌리엄 제임스는 근대적 합리주의 이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정신 불안에 빠져 마음 의지할 곳을 열심히 찾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종교적 경험을 세심하게 골라내, 근대라는 시대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52쪽)


이것은 사람들이 보수정권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을 해준다. <고민하는 힘>에서 강상중 교수는 '3고(高)'를 예로 들었는데, 여성들이 이상적인 배우자의 기준으로 '고수입, 고학력, 큰 키'를 꼽았던 일을 말한다. 이런 문화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행복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추상적인 관념을 끌어다 붙이는 것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는 우리가 행복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갖가지 행복의 기준, 합격 기준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강상중 교수는 이것을 '행복의 발명'이라고 불렀다. 자살은 바로 이 '행복의 기준'과 관련이 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행복의 기준은 너무나 높고 나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은 너무 행복하고 안락하고 아름다운데 현실의 나는 초라하다. 강상중 교수는 '실업신경증'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실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사회에서 무용한 인간이라고 느끼고 무감동, 무관심에 빠진다고 합니다. 실업신경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살자'가 늘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66쪽)



의심하는 자세, 거듭나기



▲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은 독자들이 추천한 책. 


오일수 씨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누구도 예기치 못한 죽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음을 염두에 두고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는 비극적 휴머니즘"이라고 정리했다. 김세교 씨는 "쉽지 않은 책이라 장을 넘길 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오랫 동안 기억될 만한 독서경험"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상중 교수 개인의 불행에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부분에 대해서 독자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Won-Mee Kim 씨는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근대' 속의 개인의 삶의 모습을 거시적 관점으로 짚어주시길 마치 남 얘기하듯, 어쩌면 그것이 저자의 냉철한 지성의 힘"라고 평가했다. 최규택 씨는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 그것이 소중하다는 말에 공감하며 쇼세키, 제임스, 플랑크, 베버의 통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해석한 글에 많이 공감"하였다고 말했다. 김영헌 씨는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존엄성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김영헌 씨)이다. 


깊이 고민하게 만든 책이니만큼 관련해서 읽을 만한 추천도서가 많이 언급되었다. 주성현 씨는 박완서 작가의 <옥상의 민들레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소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라는 진리를 일깨워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박정민 씨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이정표를 잡아준다는 점에서 유니타스브랜드의 <자기다움>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일수 씨는 "삶과 죽음을 별개의 이원론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죽음 이후의 삶을 알려면 죽음의 순간을 두려움으로 멀리하지 말고 죽음이란 무엇이고 죽음의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대비함으로써 죽음 이후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을 담은 소걀 린포체의 <티베트의 지혜>를 추천했다. 최규택 씨는 "위대한 작가와 사상가들은 모두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난 후 새로운 지평을 볼 수 있었다"는 '거듭나기' 개념이 무척 공감이 갔다는 말과 함께 리처드 로어의 <Falling upward>를 추천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고민하는 힘>과 쌍둥이처럼 보였다. 거시적인 사상의 관점을 함께 환기하려면 <내셔널리즘>을 함께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비관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통스러운 터널을 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고, 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긍정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책을 대표하는 아래 구절을 결론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이 구절은 권기성 씨가 추천했다. 


“하지만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었을 것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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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23~2005.09.11 MBC에서 방영되었던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장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당시 유족)에게 6억원을 건네는 장면

1차 TV 대선토론에서 이정희 대통령 후보(통합진보당)이 제기한 "6억원"이 연일 이슈다. 
"6억원"이란 10.26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소장)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찾아낸 9억원 중에서 3억원은 수사비 명목으로 편취하고 나머지를 당시 유족인 박근혜(현재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에게 건넨 돈이다. 


▲ 누리꾼들이 찾아낸 1979년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은마아파트 전단지. 해당 전단에 따르면 분양가는 평당 68만원이었고, 31평형의 경우 한 채 당 210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30채면 약 '6억원'이 된다. 



대선토론 당시 제기된 방식과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6억원 팩트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프레임은 두 가지다. 

1. 6억원 사회환원 계획 (새누리당 유리)
2. 국가지도자의 자질 문제 (야권 유리)

하나는 새누리당에 유리하고, 다른 하나는 야권에 유리하다. 현재 소비되고 있는 프레임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6억원에 대한 환원계획을 새누리당에서 발표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오래된 일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에겐 좋은 이슈다. 이것을 야권에 유리한 이슈라고 판단하는 언론이 많은 것 같은데, 제고를 요청한다. 

두 번째 프레임은 이미 해당 방송 안에 힌트가 있다. 유족 박근혜에게 6억원을 준 것을 보고하는 전두환 본부장에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한 발언은 현재 시점에서 무척 의미심장하다. 

"아니, 수사과정에서 나온 돈을 어떻게 전 장군 맘대로 할 수 있소. 청와대에서 그런 돈이 나왔다면 당연히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 순리 아닌가?"

"유족들의 생계 대책은 앞으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과 상의해서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을 하든가 적당한 방법을 강구해야지. 지금처럼 함부로 지출하면 돼?"
ㅡ 이상,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MBC)에서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발언

드라마의 연출된 상황이므로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드라마 제작팀은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각색했고, 보고 과정에서 총장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정 총장이 후일 겪게 되는 운명과 현대사를 봐도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이정희 후보와 언론은 마땅히 이렇게 물어보았어야 한다. 

"당시는 경황이 없어서 받았다지만, 공적 절차가 아니라 사적으로 돈을 받은 행동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국민에게도 중대한 질문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될 자는 협의와 절차에 따르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녀가장"이나 "흉탄에 돌아가시고 살 길이 막막해" 같은 다분히 감정적인 수사로 무마할 사안이 아니다.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박근혜 후보로부터 "그 당시 절차에 따르지 않은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라는 답을 받아내는 것이 6억원 이슈가 완성되는 프레임이다. 이 주제는 단지 야권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MB정부를 거치면서 이명박이라는 개인의 성장 과정과 인격이 국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배웠다. 지난 날의 사소한 경험이나 행동은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한 그대로 반복될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확대된다. 정당하지 못한 돈을 받은 1979년 당시의 행동에 대해서 2012년 국가지도자로 나서는 박근혜 후보는 마땅히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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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엄마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


가슴 아픈 일이 있었어요. 

페이스북에 아이와 애착 쌓는 방법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어느 직장맘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을 보고 이제까지 내가 직장맘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고 마음한편이 불편해지네요. 이런 책들마다 모두 부모 특히 엄마와의 애착을 강조하는데, 출산휴가 마치고 하루빨리 회사에 나가 일하고 싶은 저는,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일까요. 아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희생해야하는 것일까요. 존경하던 스님이 한 강연에서는 "일이 중요한가요? 일 까짓거 몇년 쉬세요. 아이를 위해서."라고 하시던데, (그 얘기 듣고는 그간의 존경심이 싹 사라졌다는...) 대부분의 책들이 그런식으로 강요(?)하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3년간 일을 쉬고 복귀할수 있는 회사가 어떤 곳이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대다수 직장맘들의 고민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먼저 스님에게 화가 났습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스님은 심리상담 전문가, 마음 전문가가 가져야 할 기본적 원칙 두 가지를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바에 따르면, 심리상담가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대원칙은 "모든 에너지는 내담자(상담의 대상자)에게 갖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상담가는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 많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고, 서로 좋은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는 가운데 상담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고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났다면 좋은 강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난 점은 엄마를 타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스님, 그렇다면 엄마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스님이 뭐라고 대답하실지 궁금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최대 단점은 청중을 타자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아이에게 행복한 엄마 아빠를 선물하세요


친척 지인 중에서 직장맘이 꽤 있습니다. 패턴은 여러 가지입니다만, 친정어머니가 직장 다녀오는 동안 봐주는 사례가 있고, 평일에는 할머니가 봐주고 주말에 아이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어쨌든 다른 가족이 직장맘의 부재 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일반적인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맘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속상하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 자체가 아이에게 압박이 됩니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표정을 잘 잡아내거든요. 그보다는 엄마가 행복해지고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아이에게 큰 기쁨이 됩니다. 이것은 아동심리전문가의 연구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아이와의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엄마의 심신이 건강한가이다. 몸이 아픈 엄마, 우울한 엄마, 불안한 엄마, 자기애적이 엄마, 충동적인 엄마, 화가 나 있는 엄마 등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아이와 온전히 사랑에 빠질 수 없다."

ㅡ <엄마와 아이 애착 다지기>, 125쪽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서 세계가 달라집니다. 직장맘은 직장에 있어서 부재한 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다녀와 아이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들, 특히 직장맘들은 긍정적인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습니다. 주변 가족들은 직장맘이 긍정적인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남편의 경우, 아내가 일을 하면서 가사에 대한 일부 부담을 질 수도 있고 육아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가족 행복의 대원칙은 "엄마 아빠 아이 모두 행복해야 완벽하게 행복하다"입니다. 아내의 직장일을 지지해주고, 특히 생후 2년 정도까지는 사소한 집안일을 아빠가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지하길 권합니다. 이것을 '남편의 물리적 지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비물질적 지지'입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미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직장맘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말한마디를 건네주는 방법입니다. 



직장맘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고농축 애착 방법


직장맘의 경우 불가피하게 주양육자가 둘이거나 엄마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친정엄마가 주양육자 일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2세 미만의 아이에게 적응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양육자의 교체는 아이에게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3세 이전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교체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바꾸어야 한다면 되도록 낯가림 이전에 하며 아이에게 인식된 친숙한 대상을 상실하는 경험을 주지 않도록 한다. 낯가림 이후에 부득이하게 교체해야 할 때는 처음에 새로운 양육자와 주양육자가 함께 돌보며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ㅡ <엄마와 애착 다지기>, 128쪽


아이와 짧은 시간에 고농축 애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감각 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감각 중 가장 고농축의 애착은 촉각을 통한 자극입니다. 얼굴을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거나 하는 방법입니다. 그 다음으로 강한 자극은 청각입니다. 임신 중기에 임신부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엄마의 부른 배는 발성기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목소리나 아빠의 책 읽어주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각을 통한 자극은 그 다음입니다. 엄마의 밝은 표정과 행복한 표정, 웃는 표정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엄마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면 아기는 최소 네 가지 이상 표정변화를 통해서 엄마의 표정변화를 유도하려고 하고, 엄마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아이 역시 그 표정이 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실험에 따르면 사랑하는 개와 함께 한 교실에 있게 했더니 개와 사람의 심장 박동이 같아졌고, 주인이 나가자 박동수가 다시 달라졌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기는 심장박동수와 표정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아이에게 고농축의 애착을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이 안아주고 웃으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고,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면 애착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제 조카의 경우도 돌 정도 되니 장난을 잘 구분하더군요. 


아기의 분리불안을 줄여주는 놀이를 하나 소개합니다. 손수건으로 아이의 눈을 살짝 가렸다가 빼면서 엄마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1초 정도 가리고 난 후에 빼고, 그 다음에는 2초, 3초.. 이런 식으로 가리는 시간을 늘려주는 겁니다. 아기는 엄마가 자신과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눈앞에 안 보이는 엄마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아는 4개월 정도가 지나면 눈앞에 사라진 대상물을 찾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것을 '대상연속성'이라고 하는데, 엄마와 충분히 애착을 쌓으면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가 다시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엄마가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을 때 출퇴근할 때마다 인사를 하고 상황을 아이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거지요. 직장에 다녀오면 크게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 좋습니다. 



기회는 찾아옵니다


생후 3년간이 아이에게 무척 중요하고 애착을 쌓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이런 법칙에 좌지우지되지 않습니다. 생후 3년 동안 애착을 갖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생깁니다. 이것이 애착을 쌓지 못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원죄를 받은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실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현재 네 살인 민준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는데, 사업을 한다고 아빠로서 애착을 잘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의 상황은 좀 심각했습니다. 생후 3년 정도 지나면 아기의 애착이 엄마에서 아빠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잠을 잘 때 아이들이 모두 엄마랑 함께 자겠다며 아빠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애착 시기를 놓친 거죠. 그때부터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온전히 함께 하고, 주말을 최대한 같이 보내고, 퇴근 시간도 일찍 줄이는 대신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 남은 일을 하는 식으로 집중적인 애착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빠와도 상당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감정을 곧잘 표현하며 동생 때리기나 손톱 물어뜯기 같은 이상행동이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이 사례는 개인사업을 하면서 시간을 나름대로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애착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서 고농축 애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찾아온다"는 말은 내 아이를 상당히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때를 놓쳤다"는 단정적인 말은 반대로 아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인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자기 치유능력, 그리고 초긍정적인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면 놀라실 겁니다. 


직장맘들이 마음을 좀 가볍게 하고 일을 하고, 그만큼 아이에게 더 깊은 애착을 주고 가족이 화목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오히려 부부관계와 가족관계가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엄마와 아빠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엄마와 애착 다지기>.  위 책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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