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엄마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


가슴 아픈 일이 있었어요. 

페이스북에 아이와 애착 쌓는 방법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어느 직장맘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을 보고 이제까지 내가 직장맘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고 마음한편이 불편해지네요. 이런 책들마다 모두 부모 특히 엄마와의 애착을 강조하는데, 출산휴가 마치고 하루빨리 회사에 나가 일하고 싶은 저는,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일까요. 아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희생해야하는 것일까요. 존경하던 스님이 한 강연에서는 "일이 중요한가요? 일 까짓거 몇년 쉬세요. 아이를 위해서."라고 하시던데, (그 얘기 듣고는 그간의 존경심이 싹 사라졌다는...) 대부분의 책들이 그런식으로 강요(?)하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3년간 일을 쉬고 복귀할수 있는 회사가 어떤 곳이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대다수 직장맘들의 고민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먼저 스님에게 화가 났습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스님은 심리상담 전문가, 마음 전문가가 가져야 할 기본적 원칙 두 가지를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바에 따르면, 심리상담가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대원칙은 "모든 에너지는 내담자(상담의 대상자)에게 갖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상담가는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 많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고, 서로 좋은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는 가운데 상담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고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났다면 좋은 강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난 점은 엄마를 타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스님, 그렇다면 엄마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스님이 뭐라고 대답하실지 궁금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최대 단점은 청중을 타자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아이에게 행복한 엄마 아빠를 선물하세요


친척 지인 중에서 직장맘이 꽤 있습니다. 패턴은 여러 가지입니다만, 친정어머니가 직장 다녀오는 동안 봐주는 사례가 있고, 평일에는 할머니가 봐주고 주말에 아이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어쨌든 다른 가족이 직장맘의 부재 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일반적인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맘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속상하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 자체가 아이에게 압박이 됩니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표정을 잘 잡아내거든요. 그보다는 엄마가 행복해지고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아이에게 큰 기쁨이 됩니다. 이것은 아동심리전문가의 연구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아이와의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엄마의 심신이 건강한가이다. 몸이 아픈 엄마, 우울한 엄마, 불안한 엄마, 자기애적이 엄마, 충동적인 엄마, 화가 나 있는 엄마 등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아이와 온전히 사랑에 빠질 수 없다."

ㅡ <엄마와 아이 애착 다지기>, 125쪽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서 세계가 달라집니다. 직장맘은 직장에 있어서 부재한 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다녀와 아이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들, 특히 직장맘들은 긍정적인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습니다. 주변 가족들은 직장맘이 긍정적인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남편의 경우, 아내가 일을 하면서 가사에 대한 일부 부담을 질 수도 있고 육아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가족 행복의 대원칙은 "엄마 아빠 아이 모두 행복해야 완벽하게 행복하다"입니다. 아내의 직장일을 지지해주고, 특히 생후 2년 정도까지는 사소한 집안일을 아빠가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지하길 권합니다. 이것을 '남편의 물리적 지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비물질적 지지'입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미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직장맘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말한마디를 건네주는 방법입니다. 



직장맘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고농축 애착 방법


직장맘의 경우 불가피하게 주양육자가 둘이거나 엄마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친정엄마가 주양육자 일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2세 미만의 아이에게 적응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양육자의 교체는 아이에게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3세 이전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교체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바꾸어야 한다면 되도록 낯가림 이전에 하며 아이에게 인식된 친숙한 대상을 상실하는 경험을 주지 않도록 한다. 낯가림 이후에 부득이하게 교체해야 할 때는 처음에 새로운 양육자와 주양육자가 함께 돌보며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ㅡ <엄마와 애착 다지기>, 128쪽


아이와 짧은 시간에 고농축 애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감각 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감각 중 가장 고농축의 애착은 촉각을 통한 자극입니다. 얼굴을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거나 하는 방법입니다. 그 다음으로 강한 자극은 청각입니다. 임신 중기에 임신부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엄마의 부른 배는 발성기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목소리나 아빠의 책 읽어주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각을 통한 자극은 그 다음입니다. 엄마의 밝은 표정과 행복한 표정, 웃는 표정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엄마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면 아기는 최소 네 가지 이상 표정변화를 통해서 엄마의 표정변화를 유도하려고 하고, 엄마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아이 역시 그 표정이 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실험에 따르면 사랑하는 개와 함께 한 교실에 있게 했더니 개와 사람의 심장 박동이 같아졌고, 주인이 나가자 박동수가 다시 달라졌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기는 심장박동수와 표정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아이에게 고농축의 애착을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이 안아주고 웃으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고,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면 애착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제 조카의 경우도 돌 정도 되니 장난을 잘 구분하더군요. 


아기의 분리불안을 줄여주는 놀이를 하나 소개합니다. 손수건으로 아이의 눈을 살짝 가렸다가 빼면서 엄마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1초 정도 가리고 난 후에 빼고, 그 다음에는 2초, 3초.. 이런 식으로 가리는 시간을 늘려주는 겁니다. 아기는 엄마가 자신과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눈앞에 안 보이는 엄마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아는 4개월 정도가 지나면 눈앞에 사라진 대상물을 찾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것을 '대상연속성'이라고 하는데, 엄마와 충분히 애착을 쌓으면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가 다시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육아휴직을 마친 엄마가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을 때 출퇴근할 때마다 인사를 하고 상황을 아이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거지요. 직장에 다녀오면 크게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 좋습니다. 



기회는 찾아옵니다


생후 3년간이 아이에게 무척 중요하고 애착을 쌓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이런 법칙에 좌지우지되지 않습니다. 생후 3년 동안 애착을 갖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생깁니다. 이것이 애착을 쌓지 못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원죄를 받은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실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현재 네 살인 민준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는데, 사업을 한다고 아빠로서 애착을 잘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의 상황은 좀 심각했습니다. 생후 3년 정도 지나면 아기의 애착이 엄마에서 아빠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잠을 잘 때 아이들이 모두 엄마랑 함께 자겠다며 아빠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애착 시기를 놓친 거죠. 그때부터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온전히 함께 하고, 주말을 최대한 같이 보내고, 퇴근 시간도 일찍 줄이는 대신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 남은 일을 하는 식으로 집중적인 애착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빠와도 상당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감정을 곧잘 표현하며 동생 때리기나 손톱 물어뜯기 같은 이상행동이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이 사례는 개인사업을 하면서 시간을 나름대로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애착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서 고농축 애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찾아온다"는 말은 내 아이를 상당히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때를 놓쳤다"는 단정적인 말은 반대로 아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인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자기 치유능력, 그리고 초긍정적인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면 놀라실 겁니다. 


직장맘들이 마음을 좀 가볍게 하고 일을 하고, 그만큼 아이에게 더 깊은 애착을 주고 가족이 화목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오히려 부부관계와 가족관계가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엄마와 아빠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엄마와 애착 다지기>.  위 책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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