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 악의 역사 2, 초기 기독교의 전통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1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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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없는 사탄, 사탄 없는 하느님??





- 어린 아이들의 참혹한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의로운 신이 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가톨릭의 목적이다.


악의 정체는 그렇게 간단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악은 있고 악마는 없느냐, 악도 없고 악마도 없느냐 등등 여러 가지 물음이 가능하다.

저자는 악을 인격의 악과 도덕적인 악으로 구분한다.

인격적인 악은 그야말로 루시퍼와 타락 천사들이 결집하여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악을 ‘방조’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기독교의 딜레마였다.

하느님은 세상에 사랑과 생명을 주시려고 오셨는데,

아이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온갖 살인과 방화가 수시로 벌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조화인가.

현실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선과 악, 종교와 무신론에 대해서만 정리하여도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되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악은 하느님의 책임 아래 세상에 온갖 악을 퍼뜨린다. 그 악이 구석구석 미치고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하느님의 ‘선’의 품격은 높아지는 것이다.

어제 아는 형과 술을 마시다가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형의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아버지는 목사님이시다. 그리고 그 형 또한 신학의 길을 갈 뻔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논쟁하는 중에

“아버지, 그러면 단 5분만이라도 이런 가설을 받아들여보시죠.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칩시다. 선과 악은 무엇입니까.”형은 선과 악, 하느님과 사탄의 문제가 썩 내키지 않아서 끝내 신학으로 귀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선과 악, 하느님과 사탄은 빛과 어둠, 음과 양의 구도로 봄이 안정적이다. 그리고 그럴듯하다. 플라톤은 악을 ‘결여’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중세의 신학은 플라톤의 ‘결여 이론’으로 악의 사고를 펼친다.

나는 선악 개념을 ‘거울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나의 얼굴은 선이자 악이다. 다른 사람은 내 얼굴을 보지만 나 스스로는 얼굴을 보지 못한다. 거울을 보아야만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얼굴은 선이며, 내가 거울을 통해 나를 보는 얼굴은 ‘악’이다. 선과 악은 가까이 붙어 있다. 때문에 알기도 힘들다. ‘신’의 문제는 내가 볼 때는 지성 너머에 있다. 단순히 불가시적인 대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성’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무게까지 다 벗어던졌을 때 ‘신’에게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내가 평생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산다면 나는 ‘신’에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인격적인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가 사탄에게 보인 수난을 통해 우리들의 선이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악마는 아주 명확한 목적에 따라서 행동한다. 우리가 악을 보면 지레 겁먹고 배제하고 하는 순진함은 이제 벗어나야 하리라. 어떻게 본다면 ‘악’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기여한 일등공신이 아니었던가. 그 옛날 유학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공의 애첩 달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 달기 : 주공의 애첩. 얼마나 사랑했던지 자신의 이름 단(旦)에 여자라는 이름을 넣어서 달(妲)이라고 했다. 은나라 주(紂)왕은 매우 사악한 군주였는데, 주공이 애첩을 보내는 미인계를 썼다. 달기는 주왕과 죽이 잘 맞아 성인의 심장을 도려내거나 기름 묻은 기둥과 솟구치는 불길을 마련하여 죄인에게 지나가게 시키는 포락지형(炮烙之刑)을 고안해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된다. 결국 주나라 무왕은 혁명에 성공하고 일등공신 달기는 주공 단에 의해 무참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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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5-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읽고 또 읽으셨나요?

승주나무 2006-05-0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는 데블이고 이번에는 사탄이에요. 나중에 시리즈 리뷰 쓸려구요^^

stella.K 2006-05-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세요. 전 루시퍼로 족했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