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신나게 놀다 보면 소리도 좀 지르고 아이를 거꾸로 세워놓기도 하는데, 그러면 잔소리를 듣습니다. 


"땀 뺴면서 놀아주는 게 능사냐?!"


아이들과 병원놀이를 하는데 환자 흉내를 낸다고 소리를 질렀더니 이번에는 야단을 칩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좋은 소리도 못 듣고.."


가끔 속이 상해서 아기 엄마랑 다투기도 합니다. 아기 엄마는 아이들과 책 읽거나 조용하게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 노는 것 같지 않아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아이 키우는 아빠들은 이런 고민 한번쯤 해보셨죠? 정말 아기 엄마 말대로 얌전하게 놀아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아빠 마음대로 노는 것이 좋은지.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청각이 발달하기 떄문에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알아봅니다. 엄마의 몸냄새만 맡아도 엄마를 알아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 역시 아기가 매우 어릴 때부터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감정코치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따르면 실험 결과 아버지와 많은 접촉을 가진 5개월 된 남자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을 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아빠와 같이 한 시간이 많은 두 살짜리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어도 덜 운다는 또 다른 실험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아빠의 존재감은 점점 커질 뿐만 아니라 매우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미치는 셈이죠. 이번에는 격하게 노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호주 뉴캐슬 대학 ‘아빠와 가족 연구 프로그램’의 리차드 플레처 연구원은 아빠의 과하다 싶은 놀이가 자녀의 정서에 미치는 정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30개월~5세 아이를 둔 30 가정을 대상으로 ‘아빠 양말 빨리 벗기기’ 등 과격한 놀이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결과 과격한 놀이는 아이의 신체 발달뿐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아빠와 더불어 과격한 놀이를 하면 성공했을 때 성취감의 큰 것이 장점인데, 아빠와 부대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보다 ‘거대한’ 상대를 물리쳤다는 큰 성취감을 쉽게 맛보고 성취감을 느끼면 자아 존중감이 길러지고, 자아존중감이 커지면 경쟁력이 아주 높아진다고 합니다.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은 “아빠와 과격한 놀이를 시켜보면 아이들은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과정 자체가 2~5세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매우 좋은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감정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 역시 아버지들은 아기의 호감을 자극하기 위해 경쾌한 소리를 내거나 탁탁 흥분시키는 활동을 하며 아이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고 기어 올라가기, 뛰기, 간지럼 태우기 같은 접촉은 아이들로 하여금 육체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많은 아동심리학자들은  시끄럽고 육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놀이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무시무시한 곰 흉내를 내는 것,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를 쫓아다니는 것, 아이를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시켜서 안고 돌아다니는 비행기놀이등은 아이에게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게임을 중단할 때("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이들은 어떻게 한창 신났던 상태에서 평상심으로 돌아가는지 배우게 됩니다. 


엄마들은 주로 유효성이 증명된 '까꿍놀이'나 손뼉 치기, 책 읽기, 블록 놀이, 퍼즐게임 같은 놀이를 하는 반면 아버지들은 종종 특별하고 신기한 게임으로 아이들을 유도하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새로운 놀이에 흥미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놀이는 부부 간에 갈등을 가져올 수 있으니 시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자기 직전에 격한 운동을 한다든지, 아기 엄마가 애써 목욕을 시킨 직후에 격한 놀이를 하는 것은 삼가야겠죠. 


어쨌든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애를 쓰는 아빠들은 격한 놀이에 잔소리하는 아기 엄마들에게 위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놀아주는 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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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1-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들과 격하게 안놀아 준다고 뭐라고 하네요.

승주나무 2012-11-21 13:36   좋아요 0 | URL
saint236 님//저랑 반대네요. 저는 격하게 놀아준다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