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추모의 글을 남겨주세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려 서울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복잡합니다.
아직 그가 죽음을 선택하고 인생에서 고독한 결단을 할 때의 인간적 고뇌가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며칠 후에 갑자기 무너져서 펑펑 울 것만 같은 날입니다. 마음속에는 진눈깨비가 으스스스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안고 시청 분향소로 향했습니다.
저녁 일곱 시쯤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점을 찾았는데, 경찰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시청역과 코리아나 호텔 사이의 통로를 경찰이 꽉 막고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슈퍼에 들어갔는데 경찰이 막아서서 장사가 안 됐는지 주인 아저씨가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끓인 물도 없고 김밥도 다 떨어져서 줄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더 넘어가는 것은 상당한 도전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선일보가 경찰에게 신변요청을 했는지, 촛불시민들 보기 싫으니 치워달라고 했는지 경찰이 조선일보를 막아서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코리아나 호텔 앞에는 촛불시민이 비웃기라도 하듯 종이컵 하나 버려놓고 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오늘도 시청 주변을 삼엄하게 막아섰습니다.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만큼만 틈을 허락하는 통에 한쪽에서 사람들이 한참 지나가고 나서야
반대편 사람들이 길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공간은 점점 커지고 시민들의 길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시청 지하도에서부터 조선일보 가는 길은 완전히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조선일보로 가는 길은 철저히 봉쇄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찰이 가슴께에 일괄적으로 부착한 조기가 가증스러워보였습니다.
경찰은 낮에만 전경들에게 근무복으로 입히고,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압복으로 갈아입혔습니다.
그리고 시민들 주변에서 "와~와~" 하는 기합 소리로 기를 죽여놓았습니다.
시청역 지하도에는 사복경찰이 서서, 시민들이 촛불을 끄나 안 끄나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지하철 내에서 촛불을 들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촛불은 반드시 꺼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화재보다 더 무서운 재난을 염려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분향소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국화를 무료로 나눠주었고,
시원한 물과 조기, 촛불도 나눠주었습니다.
"국화는 어떤 돈으로 샀는지 알아봐라"
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씀을 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일반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해주셔서 편안하게 조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
조문행렬을 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길이로 확인하시죠.

시청역 지하도에서 세실극장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삥 둘러서 또 대한문까지 가야만 행렬의 끝이 보입니다. 저는 저녁 7시에 도착해서 다행히 두 시간 반밖에 안 걸렸는데, 7시 30분에 도착하신 분들은 3시간 반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11시에 분향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다 됐다고 하더군요.

친구들과 잡담을 하면서 기다리기는 했지만,
이미 어두운 밤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한문에는 가족이나 애인끼리 온 시민들이 자리를 깔고 주전부리를 먹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 생전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조문공간은 천막을 길게 늘여뜨려 20명 정도가 합동으로 절을 할 수 있도록 안배되었습니다.
어제의 분향소에 비해서 상당한 발전입니다.
어제 독설닷컴 고재열 기자는 봉하마을에서 서울 분향소로 분향 왔다가 기가 차서 울어 버렸다고 썼더라구요.
하루 사이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국화를 살포시 놓고 절을 합니다.
자신의 종교에 따라서 서서 묵념을 하기도 하고 절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더러는 서서 예를 표하고 더러는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절이 끝나면 상주들과 조문객들이 맞절을 했습니다.
원래 예가 행해지는 곳에는 경건함이 있고 교화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예를 지내는 것을 감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예를 지내다가 폭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논리이고,
이 논리에 따라서 대규모 병력을 상시 배치하여 조문행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지만,
인간의 마지막 예의인 상례가 감시당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가 났습니다.

분향소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한 것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많은 시민들이 손수 메시지를 써서 지하철 벽면에 부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붙은 표식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이 자못 진지합니다.
해가 아직 남아 있던 7시에서부터 줄을 서서 행렬을 따랐는데,
대한문에서 또 순서를 기다리고 예를 표하고 시청역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벌써 9시 반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걸어서 2분도 안 되는 거리를 두 시간 넘게 돌아서 간 것입니다.
간간이 고함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경찰이 시민들을 불신하고 범죄자처럼 대하고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비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습관적으로 고함을 지르시는 분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예를 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시민들을 자극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필요까지는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다잡고 친구들과 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절도 하고 헌화도 하면서 누그러졌던 마음이 일거에 일그러지는 장면을 만났습니다.
마지막에는 지하도를 이용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껍데기만 디자인인 광고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시청역을 독차지하다시피한 광고조형물입니다.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2010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영혼 없는 껍데기 디자인을 더 봐서 무엇 하겠습니까.

경찰버스가 서울시청 광장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나랏님들이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하는데,
그때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정치인분들,
특히 봉하마을에서 봉변을 당하신 저명인사분들이 와서 자기들끼리 분향을 하고 난리를 피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시는 시청앞 광장에 시민 분향소를 마련하거나 출입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을 끝내 거부했습니다.
거부 이유로는 분향소 설치나 추도행사가 문화행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 대단한 서울시입니다.
예전에 육교의 광고판 부착물에 관한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서울은 디자인수도 프로젝트를 위해서 광고업자들의 생존을 무시한 조례를 강행해서 가슴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한 친구는 매일 먹던 떡볶이 용달차를 철거하고 부쉈던 그 자리에 예쁜 놀이터가 생겨서 친구와 해맑게 웃으며 장난쳤던 경험을 상기하며 부끄러워했습니다. 앞으로 철거민 때려부수고 세워진 예쁜 공간을 마냥 즐거워하지만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자꾸 수치를 잊어버리니 수치스러운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