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악가들의 만년작 - 베르디, 베토벤, 모짜르트

만년작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대가는 바로 베르디이다.
베르디는 1870년을 전후로 모든 활동을 접었으며 부세토 근교의 농장으로 은퇴해서 오페라 리허설에 기울였던 것 이상으로 농사일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열정을 깨운 것은 바로 <셰익스피어>였다.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각색해 베르디에게 선보였다. 〈오셀로〉의 극적 내용은 연속적이고 탄력적인 음악에 녹아들어 있었고, 그 음악은 등장인물의 모든 성격과 동작을 낱낱이 반영하고 있었다. 그것이 1887년의 일이다. 오페라 〈오셀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베르디 역시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베르디의 마지막 작품은 셰익스피어 〈헨리 4세 Henry Ⅳ〉의 내용을 보충해 각색한 희가극 〈팔스타프〉였다. 베르디는 거기에 놀라울 정도로 빈틈없는 음악을 붙였고 이 작품이 불멸의 만년작이 되었다. 김정환 시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얼핏 듣기에는 흐트러져 보이지만 조화된 예술 본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 베토벤의 만년작은 현악 4중주 9번이다. 베토벤이 청력을 잃고 나서 만든 유명한 작품이다. 모짜르트의 교향곡 39~41번, 현악 5중주가 만년작으로 뽑힌다.


 2. 작가들의 만년작 - 도스또옙스끼, 셰익스피어

도스또옙스끼의 데뷔작부터 장편 저작들은 거의 모두 섭렵했지만 도스또옙스끼 최고의 작품은 역시 만년작 <까라마조프가 형제들>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만년작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지금까지의 인물계보와 주제의 완성도가 모두 이 작품에서 이루어졌다.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인 이반이 보여주는 정신분열적 결말은 도스또옙스끼 인물군의 한 축을 이룬다. 지하생활자 - 라스꼴리니꼬프 - 스따브로긴에 이르는 인물군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완성된다. 도스또옙스끼는 오로지 이성만으로는 파멸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의 용도로 이반을 세운다. 알료사는 종교적 인류애의 전형으로 표현된다. 죄와 벌의 소냐 - 백치의 므이시낀 백작 - 악령의 샤또프에 이어 까라마조프 가의 막내아들이자 사제로서 종교애와 가족애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주제 역시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기나긴 작품세계를 완성하고 있다.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의식과 주제 중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로 수렴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결론이다. <까라마조프가 형제들>을 두 번이나 보았지만, 그 묵직한 주제의식을 아직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만년작>이라는 말의 기원은 셰익스피어로부터 비롯됐다. 바로 <폭풍우>가 만년작이다. 이른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계략과 음모, 배신과 인간의 나약함이다. 이런 요소들이 엮이고 엮여 견딜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하는 것이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향취다. <폭풍우>역시 이런 특징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형을 배신해 유배시키고, 유배지에서조차 왕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는 모리배들이 등장하지만 만년작에서는 '해소'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견딜 수 없는 파멸'에서 '상생과 해소'로 이어지는 과정이 능숙하게 그려지는 모습, 그리고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보이는 '환상성'이 만년작 <폭풍우>의 진면모다.


▲ 도스또옙스끼(왼쪽)와 셰익스피어(오른쪽)는 만년작(각각 까라마조프가 형제들, 폭풍우)를 통해 작가가 평생 동안 탐구해왔던 인간의 본성과 엇갈린 운명을 녹여내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모순을 해소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대가들의 만년작은 다가가기 힘든 산과 같다. 이전의 작품들을 어느 정도 섭렵하고 있어야 만년작이 가지고 있는 생생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도스또옙스끼의 장편과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을 본 정도여서 만년작의 향취를 많이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맛을 알 수는 있었다. 움츠려들고 싶은 겨울, 대가들이 추구했던 문제의식과 인간에 대한 탐구를 따라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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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11-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jade는 도스토예프스키 책 읽는 낙으로 산답니다....ㅋㅋ

승주나무 2008-11-17 17:01   좋아요 0 | URL
도 선생이 그리워요~ 이번에는 단편집들을 좀 읽어보고 싶네요.. 책장 앞에 설 때마다 손이 먼저 간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