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예비군에게 제시되는 식단표. 10월 7일(화)에 '피망쇠고기볶음'이 써 있으나 원산지표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에 의하면 군 장병, 군무원, 예비군들에게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해주어야 한다.

예비군들은 쇠고기 원산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동원예비군 훈련을 2박3일간 다녀왔다. 훈련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불쾌한 일이 있었다. 훈련 기간 3일 동안 쇠고기는 1회 제공되었으나 마지막날 석식의 '쇠고기불고기'를 포함하면 두 번이나 쇠고기 반찬이 나왔다. 식단표는 예비군 내무실과 현관에 부착돼 있었는데 원산지 표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에 가서 식단표를 확인했을 때도 역시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하지만 부대마다 원산지 표시를 하는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아이디 '이모씨'가 다녀온 춘천의 군부대에서는 원산지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예비군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부대의 식단과 같기 때문에 장병들에게도 동일한 식단이 제공된다면 장병들은 원산지를 알 수 있을까? 기간병들에게 물어봤더니 일주일에 쇠고기반찬이 2~3회 정도 제공된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원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다. 한 장병은 '국내산'이라고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는데, 100% 한우는 아니고 외국산과 국내산이 반반 정도의 비율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보급되었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려오고 있지 않다.

"국방부는 살코기 급식을 장병 1인당 1일기준 국내산 15g, 수입산 20g이었으나 7월말에 수입계약이 종료돼 8월1일부터는 국내산 15g만 급식키로 하고 나머지는 꼬리곰탕으로 급식한다는 설명이다.
꼬리곰탕도 원래는 모두 호주산이었으나 국내 축산농가 보호차원에서 8월1일부터는 국내산 50%, 수입산 50%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08-06-16, 메디컬투데이, "촛불도 못드는 군인, 여름철 軍 급식 이상무?"


군대의 쇠고기 원산지표시, '군기'가 덜 들었다


아무리 군대와 사회가 다른 온도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쇠고기와 관련해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고 재협상을 한다, 쇠고기 원산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 난리가 벌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군대의 분위기는 너무 초연하다.
혹시 군대에서는 원산지 표시규정이 없는 것 아닌가 해서 찾아봤다.

정부는 다음 달 초부터 쇠고기를 재료로 조리한 모든 음식에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그 동안 100㎡ 이상 중대형 일반음식점 등에만 적용되던 원산지표시 의무를 모든 음식점들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점과 학교, 병원, 군대 등 집단 급식소를 포함해 64만 곳이 대상이다.
그 동안은 원산지 표시를 구이와 탕, 찜, 튀김, 육회 등에만 제한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국과 반찬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제부터 쇠고기를 원료로 조리한 모든 음식에는 전부 다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 2008-06-25, 노컷뉴스, "정부, 오늘 '쇠고기 고시' 강행… 정국 급랭"

이와 함께 올 7월에는 민주노동당이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군대와 학교, 병원 등 모든 급식소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요컨대 예비군훈련장에서도 식단에는 반드시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12월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배추김치 원산지도 표시해야 한다.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농수산식품부 소비안전팀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 감독은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지만 집행 기관은 해당 부처로 두고 있다. 예컨대 50인 미만의 어린이방급식소는 보건복지부에서, 학교 급식시설은 교육과학부에서 담당한다. 군 식당의 감독은 당연히 국방부 소관이다. 다만 국방부의 경우 식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농산물품질관리원과 공동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무부서는 국방부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담당자에게 군 식당의 쇠고기원산지표시 관리감독과 관련해서 문의전화를 했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담당관은 그런 사항에 일일이 답변해줄 수 없으며, 답변이 듣고 싶다면 '공보관실'을 통해서 서면 문의하라고 했다. 물자관리과에서 담당을 하는지나 국방부에서 군 식당을 관리감독하는지 같은 자잘한 것들도 모두 '공보관실'이나 '서면질의'를 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리고 군 식당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의 감독 주무부서는 농수산식품부이며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을 뿐이라고 답변한 부분은 농수산식품부 담당자의 답변사항과 달랐다. 농수산식품부는 식품위생법을 집행하는 것은 농수산식품부이지만, 군 식당에까지는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식품위생법과 유사한 형태의 자체 규정을 만들어서 관리감독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교육과학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자체 규정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담당자의 답변이 가관이다.

"군대가 무슨 이북도 아니고 통제 못할 게 뭐가 있나?"

이번 사안을 취재하며 국방부의 벽이 높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물자관리과 담당자가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라고 했는데, 나는 이 기사로 서면질의를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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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10-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예비군 훈련장에서 메뉴가 하나라 무조건 먹었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