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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ㅣ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평점 :

과잉충성과 권력의 방정식
"유모차 부대까지 수사하다니, 경찰이 과잉충성이나 하라고 정권 교체한 거 아니다." -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
과잉충성과 '공'(功)은 권력을 향한 손짓이다. 권력을 가지기 위한 몸짓임과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권력이라는 것은 실체를 정의하기 무척 어려운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를 보면 된다.
왕 밑에서 떡고물만 받아먹던 사람들은 권력이 항상 남으로부터만 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권력은 빌붙은 권력이며 스스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권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권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행위 하나 몸짓 하나, 이렇게 인터넷에 쓰는 글 하나가 권력의 참여임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권력에 대한 오해의 첫 번째 특징이다.
권력의 두 번째 오해는 권력을 도구화하려는 행위에 있다. 쉽게 말해 권력만 생기면 당장이라도 엿바꿔 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청와대 청소부까지 끗발을 세우며 뇌물을 받아챙기며, 대통령의 일가친척들이 '권력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여기서부터 권력누수현상이 생기고 레임덕이 생긴다.
권력은 피와 같아서 흐르지 않으면 종국에는 생명 자체가 멈추게 된다.
이 시대에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권력이 머무를 한뼘 땅이 없다는 거다.
동양에는 '한신', 서양에는 '맥베스'
주말 동안 <맥베스>(아침이슬)를 찬찬히 읽어 봤다.
맥베스에게 가장 강력하게 보이는 키워드는 '욕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욕망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맥베스의 전모가 드러난다.
"두려운가요 당신, 자신의 행동과 용기가 욕망과 같아지는 일이." - 맥베스 부인
동양에서는 '공이 지나치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교훈이 있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와 결전을 벌일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한신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토사구팽을 면치 못했다. 그것은 공이 지나쳐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서양의 '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토사구팽당하지 않은 것만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맥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눈부신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작위를 받기에 이른다.
그대가 너무 앞서 가니 가장 빠른 보상의 날개도 그대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리구려. 그대 가치가 덜했다면 감사와 보상 양쪽의 균형을 내가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 덩컨 왕(맥베스에게 살해당하기 전)
동양은 노회해서 공(功)이 선을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지만, 덩컨왕은 선이 넘는 것을 자신의 덕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버린 것이 화근이다. 덩컨 왕, 당신은 정녕 듣지 못했는가? 욕망이 권력을 깨우는 소리를...
욕망과 권력에 관한 셰익스피어의 질문
권력은 욕망을 조작하고, 욕망은 행동을 조작한다. 권력이 얼마나 인간을 가지고 노는지는 맥베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맥베스는 덩컨 왕을 죽이고 나서, 뱅쿼 장군을 죽였다. 뱅쿼는 신실한 사람으로 덩컨 왕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 인물이다. 맥베스의 강력하고 두려운 적이다. 벌써 두 사람의 목숨을 끊었지만, 권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갑시다, 잠을 자야지. 이 이상한 자기기만은 초짜의 두려움이니 가혹한 훈련을 해야지. 우린 아직 범죄의 나이가 어린 상태요. - 맥베스
맥더프의 아내와 아들도 살해된다. 맥베스의 권력에 위해가 되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셰익스피어가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햄릿에서는 동생이 형을 살해하고, 리어 왕에서는 리어왕의 딸들이 모든 권력을 리어왕으로부터 회수하고 천둥번개 치는 광야로 리어 왕을 내쫓아 버린다. 맥베스는 왕의 친애하는 장군의 몸으로 직접 손에 피를 묻혀 왕위를 찬탈했다. 왕위와 권력을 빼앗은 자들의 행위를 탓하기 전에 극소수에게 밀집된 권력의 웅덩이에 자꾸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력과 욕망의 합성어를 '권력욕'이라고 하는데, 타인과의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권력욕은 어린아이의 자잘한 수준에서부터 왕위를 찬탈하는 장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권력에 참여하기보다 권력을 소유하려 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데 있다. 한번 일어난 권력은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자잘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욕망'을 상대하기도 버거울 뿐만 아니라, '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는 인간이 오죽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권력을 개인에게 주어 완전한 모습이 되게 하지 마라. 최대한 잘게 잘라서 권력이 전횡을 부리지 못하고, 나약한 인간을 더 이상 흔들지 못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