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지갑을 꺼내려다 지하철 직원의 제지를 받습니다.
지갑을 꺼내 보았자 전원은 다 꺼져 있습니다.


역시 무심코 지갑을 들이대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지하철 통과기를 그냥 지나쳐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지하철 위로 가면 분위기는 더욱 밝습니다.


 

 


차도에 차가 다니지 않고 어린이들이 자리깔고 그림그리니 참 정겹게 보입니다.
차가 쌩쌩 달려서 무섭고 여러 가지 신호등과 도로표지판으로 통제된 공간으로만 보였던 차도가 캔버스로 변신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동심은 오늘 신나는 하루였을 겁니다.
언론에서는 차 없는 날을 홍보하기 위해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냈고,
차 없는 날을 지내고 나서는 그를 알리기 위해 또 다시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냅니다.
올해는 강제성이 좀 덜해서 그랬는지 교통량이 예년에 비해 반밖에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문득 <맹자>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자산(子産)이 정(鄭)나라의 정사를 맡아 보았는데, 자기가 타는 수레로 진수와 유수에서 사람들을 건네 주었다. 이를 두고 맹자가 말했다.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는 할 줄 모른다. 매년 11월이면 도보로 건너는 널빤지의 작은 다리가 이루어지고, 12월이면 수레가 지나는 큰 다리가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물을 건너는 것을 걱정하지 아니한다. 군자가 정사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나가서 사람을 피하게 해도 좋다. 어찌 사람마다 건네 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모든 각 사람으로 하여금 다 기쁘게 하려면, 날마다 그렇게 해도 부족할 것이다." - 맹자 이루하 편
子産聽鄭國之政, 以其乘輿濟人於溱洧. 孟子曰:  「惠而不知爲政. 君子平其政, 行辟人可也. 焉得人人而濟之? 故爲政者, 每人而悅之, 日亦不足矣. 」

하루 차비의 반값을 아끼기는 했지만, 차비야 그냥 내면 그만입니다. 생색만 들어준 기분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교통량이 11%라고는 하지만 서울의 교통량은 내일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검은 매연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남은 것은 서울시장의 '업적' 정도겠지요.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드디어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이 '삽질'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린벨트 100㎢에 이어 군사시설보호구역 213㎢가 해제됐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수도권의 환경문제를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장치인 '수도권 공장 총량제'마저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롯데그룹과 공군 간에 논쟁이 계속되던 제2 롯데월드가 곧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제2 롯데월드는 롯데 측이 지난 14년 동안 요구해온 과업이며 112층짜리(555m) 마천루가 특징입니다. 서울의 군사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끝까지 초고층 빌딩 신축을 반대해온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은 이 일로 인해 옷을 벗게 됐습니다.

또 이런 농담이 생각납니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끓는 가마솥에 들어가야 하는 형벌인데, 죄인들이 끓는 물에는 안 들어가고 담배를 피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는 지옥이란 곳이 이렇게 널널한 곳인 줄 알았는데, 잠시 후에 지옥 가마솥을 지키는 자가 한마디 합니다.
"10분간 휴식 끝, 100년간 다시 잠수!"

2010년 이맘때쯤 다시 차도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겠죠. 그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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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9-23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1회성 전시행정
오늘 평소보다 더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 자가용 운전자들은
아, 역시 못할짓이야, 나는 꼭 차 끌고 다녀야지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승주나무 2008-09-23 13:13   좋아요 0 | URL
저도 운전만 원활히 했으면 차 없는 거리를 시원하게 밟아 보았을 텐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