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예향 순천에는 화장실도 예쁘더군요.
제주가 고향인 저는 관광지에 가면 화장실을 가장 먼저 구경합니다.
화장실을 보면 그 곳의 감수성을 읽을 수 있거든요.
화장실을 일을 보는 곳이라거나 냄새 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공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뒷간이 되어 버립니다.

서울에서는 N타워 화장실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화려해서 좀 민망하기는 했지만, 가운데 분수 같은 조그만 조형물이 있고
유리창에는 각 도시의 위치가 박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향 순천에 갔더니 화장실 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마치 수녀님처럼 정결한 여자화장실의 현판인데 처음에는 여기가 공방 입구인가 싶었습니다. 좀 나긋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해 화장실의 활용 폭이 남자화장실에 비해 훨씬 넓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 이에 비해 남자화장실의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것을 표현했네요. 좀 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남자들은 화장실에 대한 감수성이 여자들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스피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간판의 글씨체를 보니 문득 생각난 이미지가 있습니다.


▲ 마치 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게 괴물의 포스터가 생각났습니다.



▲ 겉모양만 그런 게 아니라 화장실의 작동 원리 또한 예쁘기 그지 없네요. 무급수/무방류 순환수세식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벤처인증 및 친환경인증 기업인 이엔후레쉬(주)(대표 엽성식)가 개발, 특허를 낸 ‘무방류 순환수세식 화장실 오수처리시스템(소멸식 분뇨처리장치)’이라고 하네요.

순환수세식 화장실을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 관련 설명을 보니 "5가지 공정을 거치게 되는 데 변기에 배출된 분뇨 오수는 1차 공정과정인 저류조로 옮겨지며 스크린에서 비교적 큰 고형물이 제거되며, 분뇨 오수를 저장하고 다음 단계인 제1반응조로 이송된다.
1차 반응조에서는 유기물이 1차로 제거되며, 3번째 단계인 유량저장조에 전체 시스템의 유량 조정된다.
이 단계를 거친 뒤 다음 단계인 2차 반응조로 옮겨지게 되는 데 이 곳에서는 바이오우드칩에 의한 살수여상방식으로 유기물이 2차 제거되며 마지막 단계인 탈색조로 이송된다.

탈색조에서는 처리수의 잔류 색소 및 잔류 유기물이 제거되고 저장조에 처리수가 저장된다. 이 단계까지 거친 분뇨 및 오수는 최초 500∼2000ppm이던 BOD가 1급수 수준인 5ppm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지는 것. 이 물을 급수펌프를 통해 순환시켜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네요. 용어는 어렵지만, 자연친화적인 화장실 시스템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무방류 순환수세식화장실’의 기술적 원리는 분뇨를 ‘바이오우드칩(Bio-Woodchip)’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의해 정화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용한 물은 정화해 재사용토록 하고,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해 자연 소멸시키는 첨단 시스템인 거죠. 제주도는 예부터 화장실의 시스템이 매우 발달돼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돼지를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분뇨를 처리하고 돼지가 만들어준 비료를 논밭에 뿌려 흙을 살지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기른 돼지의 육질은 맛이 썩 좋아 지금도 '똥돼지'라는 브랜드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외양부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순천만 화장실에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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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승주나무님께 반했습니다^^ㅎㅎㅎ

승주나무 2008-08-26 15:56   좋아요 0 | URL
어허..뭐에요 ㅡㅡ;
이런 건 비밀댓글로 ㅋㅋ

Mephistopheles 2008-08-26 16:38   좋아요 0 | URL
아닛..비밀댓글이 보이다니 어제 모기에게 물렸는데 그게 보통 모기가 아니였나..

승주나무 2008-08-26 18:12   좋아요 0 | URL
끝발 모기 조심하세요~~
방심하다가 크게 당하실 수 있으니..
그나저나 마노아 님도 모기에 물리신...(퍽퍽!!)

무스탕 2008-08-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승주나무님께 반했습니다 ^^
조금만 더 채워서 하나 다 하겠습니다 ^^
아니.. 미혼이 반하고 기혼이 반했으니 이미 하나 채워진건가..^^
ㅎㅎㅎ

승주나무 2008-08-26 18:13   좋아요 0 | URL
이로서 승주나무의 팬클럽이 만들어진건가요 ㅋㅋ

L.SHIN 2008-08-2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추천을 아니 누를 수가 없는 무방류 순환수세식 화장실이라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