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가락 그림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대한민국 사람을 상징하며, 저자의 딸이 그린 그림이라고 하네요. 책에 많은 발가락이 나오는데, 그것을 다 그렸다고 하니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셋방 사는 사람 절반은 이사 온 지 2년이 채 안 되고, 3명 중 2명은 3년이 안 된다. 5년이 지났는데도 5년 이상 한곳에 살고 있다는 사람은 다섯 집 중 한 집밖에 안 된다. 그만큼 한곳에 오래 못 산다는 얘기다. ...
통계청의 인구이동률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1971년~95년 사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거의 매년 이동했다. 이 가운데 10명 중 2명이 직장 때문에, 절반은 주택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매년 20명 중 1명 꼴(5.4%), 대만은 12명 중 1명 꼴(8.1%)로 이사 다니는 데 비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자주 삶의 터전을 옮기는 셈이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 각 연도) -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 97~98쪽


휴~ 이제 올림픽이 끝났군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포스트 올림픽을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제 처절한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니까.

이사라면 어렸을 적에도 지긋지긋하지만
그것은 부모님에 의해 옮겨야만 했기에 제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죠.
장성해서 장가도 가고 나니 그게 이제는 제 문제가 됐습니다.
2005년부터 서울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저는 벌써 이사를 두 번이나 갔습니다.
2005년 광진구에서 원룸 월세, 2006년 결혼하구 동작구에서 보증금 월세, 2008년 강서구에서 전세.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발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빚이 그만큼 더해갔습니다.
사회생활을 한 지 4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무슨 수로 저런 월세를 감당하겠습니까?
4년 동안 세 집에서 산 셈이죠. 이사를 갈 때마다 1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사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라서
이사일이 임박해지면 서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합니다.
그만큼 극도로 민감해진다는 말이죠.


요즘 아내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돈 문제, 그것도 집값 문제 때문입니다.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가 금리인상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야말로 하루 벌어도 하루를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아내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 이제는 임대차계약서 쓰는 데도 이골이 났습니다.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임대차계약서에서 자유로운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은 대체로 일반적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체로 그런 상황이 엄청난 사회구조의 모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였고(2008년 1월 1일 공시지가(3,227조)는 2007년 말 GDP(901조원)의 3.6배)
그 부동산 재벌이 청와대에까지 당당히 입성하여
온갖 안전장치들을 다 풀어헤치고
투기꾼들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사람들은 한 뼘 사다 놓은 땅이나 집 한 칸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까봐
뉴타운에 몰표를 안겨주고 요행수나 바라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을 조작하는 건설자본과 정치인, 못된언론의 연대가 이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해졌는데,
이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오합지졸이니 부동산정책 완화가 조건 없이 통과되기 십상이고,
청와대와 경기도가 누가 먼저 완화하느냐를 갖고 버젓이 싸움을 할 정도로
맞상대는 무능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 제 초본도 이제 2쪽으로 넘어갑니다. (한 쪽당 10번까지) 서울에 있는 한 3쪽까지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겠죠 ㅠㅠ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의 저자 손낙구 씨는 나라마다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다른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이용권이 우선이며
일본과 한국은 소유권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이용권이란 쉽게 말해 실수요자에게 토지와 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삼는다는 것이고,
소유권이란 투기꾼과 집부자가 부동산으로 돈을 더 왕창 벌 수 있게 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980년대 도시용 토지의 10~20%가 거의 매년 거래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5~10년 마다 도시의 전 국토가 주인이 바뀐다는 말과 같습니다. 마치 투석기로 온몸의 피를 다 빼고 다시 수혈하는 것처럼 토가 나올 지경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이라는 몸 안에 단단히 자리를 튼 암덩어리와 같은데 암은 점점 커지기만 합니다.
부동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노후 세대의 소비시장이 고시 직전이고,
제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공동화 현상으로 내수경제가 거의 숨이 끊어질 상황인데
부동산 투기를 또 하자고 하니,
몇 년만 더 지나면 서울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 같네요.

지금 마음대로 서울을 떠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이 나를 추방시킨다면 오히려 다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상황이 좋지 않네요.
세입자 여러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후마니타스, 378쪽, 15,000원

※ 이상의 글은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책<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를 참조했습니다. 이 책은 부동산 문제에 관한 최초의 실증적인 분석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의 완충장치를 모두 풀어헤쳐 투기꾼들과 함께 대한민국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부동산통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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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8-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시내로 나와 자취하면서 셋방으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아요. ^*^

승주나무 2008-08-26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나중에는 엊그제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미소가 안 나오네요^^;

순오기 2008-08-2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쓰는 건데 엄청난 지불을 하고 살죠~ 에휴~ 가진넘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난리 떨고~ 죽으면 고작 몸뚱이 하나 누일 자리면 족한데 말입니다.ㅜㅜ

승주나무 2008-08-26 18:14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정말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지불하는 기계도 아니고~~ 돈을 벌려면 온갖 더러운 것들을 마다하면서 온몸을 더러운 것으로 오염시켜야 되는데..ㅠㅠ

마노아 2008-08-26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세살 때부터 지금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 전까지 스물 세 해동안 이사를 스물 다섯 번 정도 다녔어요. 징글징글했죠. 지금 사는 집은 그 사이 세가 얼마나 뛰었는지, 세로 1억을 쓴 것 같아요. 미쳤죠..;;

승주나무 2008-08-26 18:14   좋아요 0 | URL
일년에 1번 넘게 이사를 했으면 정말 기네스북 감이겠지만,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너무 평범하니 그게 문제죠 ㅡㅡ;

이매지 2008-08-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사를 다녔던 게 워낙 어릴 때(5살 이전)라 기억도 안나요 ㅎ
지금 사는 집에서 20년째 살고 있으니 오래 살고 있기는 한듯 ㅎ
근데 정작 제가 집을 사야할 때가 되면 역시 서울은 힘들 것 같아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