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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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목동점>


대형서점의 미운오리새끼

"부동산 책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다.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어 '부동산'을 치면 단행본만 5,000권이 넘게 뜬다. 대형 서점에는 대부분 부동산 관련 책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도서 시장에도 부동산 열풍은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의 저자 손낙구 씨가 자신의 책 머리말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4대 인터넷 서점에서 '부동산'을 쳐봤습니다.

1위 : 교보문고(3,006건)
2위 : 알라딘(2,348건)
3위 : 예스24(1,685건)
4위 : 인터파크(1,435건)

과연 교보문고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또 얼마나 많은지 교보문고 목동점에 가봤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코너만 족히 10개는 돼 보였습니다.






이게 다 부동산 책들입니다.
하지만 돈이 되는 곳에 역시 책이 모여든다고 이렇게 쌓여 있어도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책이 부동산 책입니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내용을 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1963년 땅값을 100으로 놓고 계산해 보니 196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땅값은 1,176배, 대도시 땅값은 923배가 올랐다. 같은 도시 땅값은 22배가 더 오른 것이다. 소득에 비해서는 어떨까? 1965년부터 통계를 낼 수 있는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1965년 24만809원에서 2007년 350만,7091원으로 15배 증가했다. 따라서 대도시 땅값은 실질소득의 60배 이상, 서울 땅값은 70배 이상이 더 오른 셈이다. (책 25쪽)

성실히 일하고서는 절대로 부동산을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질소득 말고 GDP와 비교해 보아도 세계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이 2001년 땅값이 GDP의 2.6배 규모였는데, 2007년 말 GDP(901조원)과 비교해 2008년 1월 1일 공시지가(3,227조)는 GDP의 3.6배에 달합니다. 국내 경제가 담당하기 힘들 만큼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거죠.

부동산이 이렇게 많은 수입을 거둬들이면서 세금을 잘 환수되고 있을까요?

21년 동안 땅값 상승으로 발생한 불로소득 1,284조 원에 비해서 환수 총액(이전과세+취득과세+토지부담금)은 총 113조에 지나지 않아 불로소득 대비 8.8%에 불과하다. (책 62쪽)

하지만 환수율 8.8%는 좋을 때 얘기입니다. 2003년은 공시지가 증가액 191조 원에 대한 환수율은 2.0%에 지나지 않으며, 2004년에는 1.4%로 또 떨어집니다. 결국 불로소득 중 극히 일부분만 환수되고 90% 이상이 사유화되는 현실 속에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결국 엄청난 부를 보장해준다는 말이니 책이 잘 팔리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제 제가 찾으려는 책 <부동산 계급사회>를 찾을 차례입니다. <경제경영> 코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부동산> 코너는 아닙니다. 부동산 책이긴 하지만, 부동산 재테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낄 수가 없는거죠. 결국 찾다 찾다 못 찾아 점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분명히 재고는 있는데, 찾을 수가 없으니 찾아달라며.
점원도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제게 책 위치를 안내해 줬습니다.





책은 경제경영 신간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오른쪽 맨 구석에 전혀 상관 없는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습니다.
점원에게 다른 책은 없느냐 물었더니 그게 마지막 재고라고 합니다.
마지막 재고라는 말이 다 팔려서 재고가 되었는지, 처음부터 '마지막 재고'로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팔렸다면 아래 있지 않고 빛이 잘 들어오는 코너에 있어야겠죠.

인터넷 서점들은 이 책을 어느 위치에 배치했을까요?

1위 : 알라딘(부동산 2번째)
1위 : 교보문고(부동산 2번째)
3위 : 예스24(부동산 29번째)
4위 : 인터파크(부동산 38번째)

교보와 알라딘은 부동산 키워드 수에서도 1~2위를 다투더니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인문사회서를 두 번째로 올려놓는 과감한 조치를 내렸군요. 다음은 분류체계입니다.

1위 : 알라딘 분류 : 홈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노동문제 > 빈곤/불평등문제
2위 : 교보문고 : 홈 > 국내도서 . 사회/정치/법 > 사회학 > 사회일반 > 사회/문화에세이
3위 : 인터파크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비평/비판
3위 : 예스24 분류 : welcome > 국내도서 > 사회 > 사회비평/비판
 
 알라딘이 비교적 구체적인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사회과학에서 노동문제나 빈곤/불평등문제를 카테고리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은데, 인문사회 전문서점답네요. 예스24는 좀 실망이네요. 사회비평이나 사회비판 등 추상적인 분류체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까요? 인문사회 분야에서 알라딘을 제쳐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은데, 기본기에서 실력차가 드러나는 듯합니다.


향후 5년 내에 이런 책 나올 수 없다.


정말 사실입니다. 이 책의 저자 손낙구 씨는 심상정 의원이 현역이었던 당시 보좌관이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신분이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지난 4년간 일했던 국회의원실은 두 가지 점에서 부동산 문제를 분석하고 '자료와 통계로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나는 장서 규모를 자랑하는 국회도서관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정부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책 11쪽)

갑자기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이 책도 임종인 의원(현역일 당시)과 공동저자로 쓰면서 정치적인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에는 심상정 의원도 없고, 국회의원을 동네 꼬마아이로 생각하는 총리가 버티고 있으니 자료제출을 요구해도 제대로 협조해줄 리 만무합니다.

이제까지 투자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던 부동산에 대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예컨대 부동산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정해지며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평균 수명, 심지어 스트레스 정도까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명쾌히 입증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막힌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세금폭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빤한 속셈이 다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위험한 뇌관이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그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약간 메모를 해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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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2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동산 책 중에 유일하게 관심가는 책이군요. ^^

승주나무 2008-08-25 12: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정말 피로 쓴 책이라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통계가 적절하게 녹아들고 있어서 보기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