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사저널 파업기자가 본 YTN 투쟁
2. 시사저널 투쟁독자가 본 YTN 사건




현장에서 YTN 투쟁을 ‘시사저널 파업’과 비교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노조 집행부는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시사저널 파업 때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곤 했고, 집회를 지원하러 온 언론단체 분들도 “YTN 노조도 시사저널 파업 때처럼 잘해야 할텐데...”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추억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만을 기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기사 삭제 사건’ 이후 벌어진 항의 집회와 파업, 그리고 결별선언과 창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우리가 얼마나 갈팡질팡 했는지, 그 ‘개와 늑대의 시간’ 동안 얼마나 포기하고 싶어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시사IN 창간을 이뤄낸 ‘신화’가 되어 있었다.


그런 이야기에는 늘 싱거운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는 결국 졌잖아요. 우리처럼 지면 안 되죠. YTN이 우리처럼 방송사를 새로 차릴 수도 없는 것이고. 그리고 우리처럼 길어져서도 안 되죠”라고.
- 고재열의 '독설닷컴' 중에서


시사저널 사태의 최정점에서 한국언론의 처지와 자본의 폭력 실상을 온몸으로 견뎌온 고재열 기자와 투쟁 기간이 살짝 겹치는 독자로서 고재열 기자가 논평한 글 '시사저널 파업기자가 본 YTN 투쟁'에 대해서 몇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2007년 3월 16일부터 시사저널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해서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후 '참언론실천시사독자단으로 개칭')라는 조직이 공식 해단하던 2007년 10월 13일까지 만 7개월 정도 그들과 함께 했고, 그 이후로도 직간접적으로 '시사IN'과 관계를 맺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YTN 사태'에 비하면 '시사저널 사태'는 연습게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사저널 사태는 자본에 대한 언론의 위태로운 위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사실 서울문화사와 시사저널 기자들, 그 이면에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펼치던 전쟁이었다. 몰상식의 표본(이러한 표현을 쓰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인 금창태라는 사람이 '편집권은 경영권의 일부일 뿐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대며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했고, 본사인 서울문화사와 두터운 후원 세력인 삼성이 여기에 동조해주었다.
여기에 저항군은 시사저널 기자들과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독자들'이었다. 저항군이 정비될 수 있었던 까닭은 '명백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사IN이 창간된 것을 일종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나는 "우린 결국 졌다"고 자평한 고재열 기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문맥으로 보았을 때 '시사IN'이라는 존재는 편집권과 경영권으로 대비되는 언론과 자본이 타협하지 못하고 끝내 돌아선 바로 그 자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경영진이 기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면서 백기를 들었다면 상황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초기에 '시사IN'의 품절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구독자가 많았고, 독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것을 냉정하게 따지고 봤을 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결국 언론자유라는 것이 사회에 정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사IN'이라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스템이나 구조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시사IN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그러한 시스템과 구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증명하므로 시사IN 살리기에 적극 나선 독자로서 나는 시사IN이 우리 시대의 매우 슬픈 증거라고 본다.

시사저널 투쟁 당시 내세웠던 구호는 "선배들이 펜은 권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후배들은 펜이 돈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였다. 이는 권력이 언론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자본은 권력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자본-권력-언론의 위계질서가 변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YTN 사태를 비롯한 자금은 '언론 접수 작전'은 권력과 자본이 완전히 결합한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시사저널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 청와대가 어떤 포지션을 취했는지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청와대, 시사저널 '절독' 선언  
- "신뢰하기 어려운 매체"…시사저널 "개의치 않아" (미디어오늘, 2007년7월12일)


당시 청와대는 겉으로나마 언론의 정의와 신뢰성에 대해서 암묵적지지를 보낸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지금의 청와대의 포지션과 어떻게 다른지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 들어올 것이다.
때문에 고재열 기자도 "구본홍은 금창태보다 더 강적이다. 비유하자면 금창태 전 사장의 행위가 ‘생계형 범죄’라면 구본홍 내정자의 행위는 ‘권력형 범죄’다."라고 썼다.

주주총회라는 자본주의의 절차에 따라서 구본홍이 결정됐고, 청와대의 합법적인 권리에 따라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 형식논리 안이 아무리 구역질나다고 할지라도 '명분'의 관점에서 공격할 수 있는 틈새가 잘 안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YTN 사옥 앞에서 촛불을 들고 TYN의 위태로운 운명을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 외에 독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을 누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부당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짓밟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고 가슴이 터지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보이지 않을 때 느끼는 독자의 처절함이란...

정말 제대로 된 언론을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언론사들이 하나하나 쓰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겁간'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주최한 '진보매체의 도약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나온 한겨레신문의 안수찬 기자는 권력과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공 기금을 형성하고, 이 기금으로 뜻 있는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을 지원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공공 기금, 예컨대 '참언론재단'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돈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이다. 시민사회와 독자, 시청자들의 역량을 총집결한다고 해도 수십 억 정도의 규모일 텐데 이것은 신문사의 1년치 인건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자본은 권력의 눈에 찍히면 영업하기 어려워지므로 제3의 주체가 기업과 협상하는 모델을 구상했다. 결국 자본에 대한 설득이 관건일 텐데, 이때 최초에 제기한 '자본과 언론의 타협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자본과 언론의 적절한 타협 모델을 제안해줄 지식인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미제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토론회에는 '국민포털'이라는 제안도 나왔는데, 하나같이 '규모'에 방점을 찍었다. 규모를 만드는 로드맵이 빠져 있어서 '주장' 수준에 불과하긴 하지만, 결국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폭압적인 괴물에 대한 '대항마'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YTN 문제와 직결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결론을 덧붙인다면, 뜻 있는 매체와 뜻 있는 독자들이 협심해서 괴물에 대항하는 산물을 낳아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 이상 자본과 권력에 수세적으로 대하는 것으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자유언론의 토양만 잠식되다가 이내 사라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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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라도 해서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요? 훗날의 평가가 저들은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ㅠㅠ

승주나무 2008-07-20 22:54   좋아요 0 | URL
정치적 작전세력이라고나 할까요. 일단 긁어모을 것은 다 긁어모으고 냅따 내빼는...

드팀전 2008-07-2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합니다...YTN은 시작입니다. 이명박은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언론' 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차기 정권 창출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MBC를 민영화시키지 않고도 자본-권력의 합법적이고 조직적인 압박으로 상당히 힘겹게 할 수 있습니다.일종의 광고 압박이 될텐데요. 신규 미디어 시장에 적극적인 대기업이나 신문기업들에게 자유시장의 논리를 적용하여 진입을 무제한 풀어줄 경우 담론과 광고의 흐름이 어떻게 나아갈지 눈에 보이는 듯 뻔합니다.담론은 친정부 지향성이 노골화될 것이고 광고는 조직적인 회피나 또는 분산효과를 발휘하겠지요. KBS를 제외하고는 치명적이됩니다. KBS는 사장임명권에 대해 실제적인 힘이 있으니 그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려 하는 거겠지요.



2008-07-22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22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