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설의 세계관과
꽃말의 은유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블로그 안에서도 꽃을 확짝 피었다.


<너도바람꽃>

대학때 소설창작론을 강의하기 위해서 강사를 자청하셨다.
강사료야 그때야 지금이야 뻔하지.
차비 정도 나올까말까 하지만,
소설을 쓰려는 학생들을 위한 애착만큼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해
야외로 주점으로 머뭇거림 없이 학생들과 함께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설가인 선생님은 대인공포증과 광장공포증 비슷한 증세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으신 것 같다.
어떤 학생은 술자리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소설 숙제 내는 이유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라고 철없이 추측한 것에 또 상처를 받으셨었다.

나는 민예총 강연이나 작가회의 강연 등을 다니며 작가들의 강연도 들었고,
선생님의 강연도 몇 번 들어서 친분이 있었는데 그 강좌를 통해서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게 되었다.
선생님은 "네가 가난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걱정을 해주었다.

에잇~ 사설이 길었다.
그 후로 전화통화가 되어 몇 번이나 만나보려고 했지만,
끝내 만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었는데
얼마 전 블로그에서 선생님이 말을 걸어오신 것이다.  
언론중재위와 경실련 등 잡다한 겸직을 다 벗어버리고
이제는 소설쓰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순수한 문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에
소설을 쓰기 위해 짐을 벗어냈다는 선생님이 몹시도 존경스러웠다.
지금 나에게는 선생이 될 만한 소설가는 없지만,
이 분은 나의 유일한 소설 선생님이다.
블로그가 나의 선생님을 찾아주었으니
정보화의 발전도 나에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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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정보의 바다 혜택을 받는 기쁨은 저도 알지요.
저는 아이러브스쿨에서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친구오빠를 만나 결국 그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지요. 한국에 올때마다 나를 찾기 위해 수소문 했었다는데...시골에서 중학교때 인천으로 전학오고 지금은 광주서 살고 있는 나를 누가 찾아내겠냐고요?ㅎㅎㅎ
지금도 1년에 한두번은 그 친구와 통화한답니다. 은사님과도 주욱~~행복한 만남 가지시기를!

승주나무 2008-05-29 1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인터넷이 오래된 사람을 찾아주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지만, 직접 경험하면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답니다^^

stella.K 2008-05-2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그분이 누구시더란 말이냐? 궁금하네.
나도 지금의 울 선생님 TV에서 다시 뵙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승주나무 2008-05-29 11:11   좋아요 0 | URL
티비에 나오면 더 그럴 것 같아요.
그래도 누님은 은사님 요즘 자주 봐서 좋겠쑤ㅎㅎ

stella.K 2008-05-30 11:18   좋아요 0 | URL
ㅎㅎ 좋다 뿐이냐? 아주 비명을 지르겠다.
이번 주말 MT가서 은사님 따라 주시는 포도주 마시고 온다.
그분이 포도주 강의도 하시거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