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국 지진피해 기부기업 '거꾸로' 1위
<중국의 네티즌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짠돌이기부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심상치 않다>(블로거 '바로바로의 중얼중얼'의 화면)
삼성이 또 1위를 기록했다. 위의 내용은 중국 네티즌이 이번 지진 사태에 성금 모금을 거의 하지 않은 기업을 순위별로 고발한 내용이다. 중국기업들은 모두가 거액을 모금하는데, 외국기업들은 기부하지 않는다면서 다소 민족주의적인 의견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 기업이라면 국민에 준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불행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는 것이 서로 떳떳할 것이다.
<카트리나 재해 당시 초등학생들은 1천만달러라는 거액을 모금했는데, 이 금액과 비슷한 기부금을 낸 다국적 기업은 단 5개밖에 없었다.>(경향신문 일러스트)
2006년 카트리나 재해 당시 미국의 기부현황을 살펴보면 자본주의의 추악한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훈훈한 화제를 모은 기부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초등학생들이었다. 카트리나 재난 소식을 들은 시골의 한 초등학생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핼러윈놀이를 벌이자고 제안하게 된다. 핼러윈놀이란 매년 10월 말 핼러윈데이가 되면 귀신복장을 한 채 이웃집을 다니며 ‘사탕을 안주면 놀려줄 거야’(Trick or Treat)라고 하며 사탕을 서로 나누는 놀이문화인데, 초등학생은 사탕 대신 '성금'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그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웹사이트를 만들어 이 같은 계획을 올린 뒤 e메일을 통해 전국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보냈는데 2주 만에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됐다. 어린이들의 이웃돕기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랜덤키즈(RandomKids.org)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모금액이 1천만달러(당시 환율로 95억원)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 금액은 코카콜라나 GE, 쉐브론, 버라이즌, AT&T보다 많은 것일 뿐만 아니라 1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다국적 기업은 월마트, 엑손, BP아모코, 프레디 맥 등 5개 회사뿐 없었다. 기부에 대해서 이보다 더 명백한 차이가 또 있을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공동체를 자신들의 지갑에 담을 화폐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의 현지화 전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에 지배를 받는 소비자들에게 살갑게 다가가기 위해 행하는 모든 노력들이 바로 현지화 전략이라면, 현지인들의 슬픔에 대해서는 왜 현지화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걸까?
일상적인 짠돌이 기부문화 고수하면 현지화도 백전백패
얼마 전 한국에 진출해 연일 고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찌그룹의 기부금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구찌그룹의 2007년도 영업이익은 106억6998만원인데, 기부금은 0.012%에 불과한 13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년도 50만원에 비해서 80만원 오른 돈이다. 루이비통코리아는 더 가관이다. 241억2745만원으로 전년(2006년)보다 113%나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기부금은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탈리아산 남성복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는 51만7520원(영업이익 30억6400만원의 0.017%), 펜디코리아는 38만4455원(영업이익 3억9378만원의 0.1%)이다. 자동차 업체는 그나마 나은 편인데, 수입자동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6.4% 감소했지만 기부금은 5229만원을 내 전년보다 250% 이상 늘었다. BMW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냈지만 기부금으로 1억1936만원을 내놨다.
<한국에 진출한 유명 외국 명품업체의 2007년 기부금 현황>(경향신문 이미지)
노력하여 재물을 거두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부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지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상품을 팔아 영위하는 구성원으로서 현지 사람들과 나눔을 함께 하지 못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리는 만무하다. 특히 동양의 문화에서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고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것을 갑부의 사명으로 여겼고 이런 행동을 아름답게 여겼다. 중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신뢰하고 있는 경전인 중용(中庸)에서도 "성품이 아름다운 자는 재화를 나눔으로써 자신의 몸을 일으키고(이름을 드날리고), 성품이 탁한 자는 자신의 이름을 팔아서 재산을 일으킨다"(仁者 以財發身 不仁者 以身發財)라고 하는 등 재화에 대한 나눔을 역설하는 철학이 전승되어 왔다.
이러한 중국의 문화를 알고 있다면 기업은 어떻게 행동해야 중국 현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당국의 규제로 사업에 실패하는 것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