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리뷰보기)이라는 책을 보았을 때 거대한 이스라엘 장벽을 발견했다. 이 장벽이 얼마나 무식하고 이기적인 것인지는 그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요르단 강 서안의 북쪽 끝에서 장벽이 시작된다. 장벽은 동쪽으로는 요르단을 향해서 나아가고, 남쪽으로는 예루살렘을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움알팜이라는 도시를 지나자마자, 장벽은 '녹색 선'을 벗어난다. 서안 쪽 땅으로 들어가 세 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감싸안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장벽 서쪽에 있는 열 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에 사는 5,200명은 완전히 갇힌 신세가 된다. 서쪽으로 '녹색 선'이 앞을 가로막고, 동쪽으로는 장벽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사정은 남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알페메나쥬와 주핀이라는 정착촌을 위해서, 칼킬리아에 사는 4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북쪽과 서쪽과 남쪽에 올라선 콘크리트 장벽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106쪽

장벽마다 문이 달려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 앞에는 군인들이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빌린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이스라엘 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스라엘 정부의 임의적인 장벽 설치가 부당하다며 변경을 명령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면서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고, 중동에서 '제국주의자'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이번 판별을 보고 '법률'이라는 것에 대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법원과 법관의 위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자본에 의해 장학생으로 키워지면서 자본의 시녀로 전락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국가권력의 나팔수 노릇만 하던 것으로 알려지던 것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떡값'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알려진 '법조인'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각국의 법감정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률적 정의는 만국이 서로 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오늘 경향신문 국제면을 지나면서 든 생각. 기분 좋다^^

아래는 신문 기사


“팔레스타인 장벽 철거하라”…정작촌 ‘빌린’주민 승소
입력: 2007년 09월 05일 18:24:05
 원본주소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9051824051&code=970209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빌린’ 지역 주민들이 승소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4일 팔레스타인 정착촌 빌린 지역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분리장벽 제거 요청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빌린 지역에 완공한 1.7㎞의 분리장벽을 다른 지역으로 변경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빌린 지역을 가로지르는 현재의 분리장벽은 (정부의 주장대로) 군사·안보를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합리적인 기간 안에 분리장벽을 제거하고 새로운 장소에 재건하라”고 판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장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분리장벽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빌린 지역에서 주민들이 승소했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빌린은 분리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일부 이스라엘인, 외국인들은 지난 2년6개월간 금요 시위를 벌여왔던 곳이다. 시위대들은 시위 때마다 이스라엘 군인들과의 충돌을 벌여 분리장벽 건설 반대 여론을 환기시키곤 했다.

빌린 지역에서 농업과 과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1700여명은 2005년 3월 분리장벽이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분리장벽이 개인 소유의 땅 한가운데를 나눠놓아 논·밭, 과수원을 마음대로 오갈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분리장벽마다 문을 만들어놓았지만 이스라엘 군인이 개폐(開閉)를 결정해 이동에 심각한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2002년 4월 서안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 거주지 주민의 안보를 이유로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서안 지역을 장벽으로 둘러싸는 계획을 발표했다. 장벽 건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영토를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건설은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같은 결정을 무시했다.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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