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하는 내내 비가 왔다.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조금씩 짜증이 묻어났고,

점점 젖어가는 운동화며 속옷이며

눅눅한 자취생 시절을 되돌리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났다.

특히 땡볕과 비가 동시에 떨어질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화가 풀릴 즈음은 집에서 사진을 정리하면서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꽃나무가 조금은 시무룩했을 것이다.

[Canon] Canon Canon PowerShot S30 (1/60)s F4.0



 


갈대밭도 무미건조해서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논 바닥 바짝 숨었다가 간만에 물만나러 나온 게를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늘과 물과 안개가 만나는 순천만의 풍경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년에 일곱 번 얼굴이 바뀐다는 오만한 칠색조가 저렇게 발가벗은 것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야단법석이라는 말의 진정한 뜻과,

정말 들에서 법석을 벌여놓은 불상들의 장엄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났을지 모른다.

야단법석 (野壇法席) : 『불』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





담양 소쇄원을 감싸는 단아한 계곡물의 눈맑은 소리를 듣지 못하였을 것이다.
죽비보다 청아한 눈과 귀가 다 맑아지는 소리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운주사에 거꾸로 누워 있는 와불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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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8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7-08-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 사셨구랴~ 와불이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