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는 A급 전범이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였다. 그러면서 내세운 논리는 “직무로서 참배한 것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5년 전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되었다. 이를 토대로 살펴봤을 때 '개인' 자격으로 '공약'을 지킬 수는 없었으므로 '총리 자격'인 것은 당연하다. 논리가 워낙 옹졸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이 '자격' 논란이 한창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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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모습(사진 : 연합뉴스)>
그리고 나서 1년도 되지 않아, 이 논리가 다시 부활했다. 청와대는 어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 또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즉 대통령은 '개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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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깃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 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국가권력의 상징인 대통령은 사인(私人)성과 국가기관성을 구분할 수 없는 최고통치자이므로 자연인으로서 헌법소원 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소원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 : 문화일보)>
그렇다면 청와대에게 묻고 싶다. 당시 고이즈미의 참배가 '개인 자격'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당시 청와대에서 수없이 발언했던 담화나 보도자료에는 '정치 지도자의 야스쿠니 참배'를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만약 고이즈미의 참배를 '개인 자격'으로 받아들인다면, 공식 석상에서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사석에서 말한 것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임기 중인 정치 지도자를 '개인 자격'으로 한정시킬 수 있는가? 퇴근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 책임이 없어지게 되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근 시간에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니 '탄핵' 운운하는 것은 헛소리인가? 권력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넘치는 권력을 주체하지도 못하면서, 국민이 가지고 있는 헌법소원권까지 차지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오만한 처사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인 자격' 운운하기 전에 고이즈미나 클린턴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라! 클린턴을 탄핵의 위기에 몰아넣은 사람들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비판 성명을 발표하라.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나, 앞으로 일본 지도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배하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려면 청와대 브리핑 말고 이메일 같은 사적 통로로만 발언하라.
헌법이 그렇게 싫다면 헌법이 주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