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요즘 이 문제에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전체의 값으로 보면 너무 미약해서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버를 좀 해야 평균값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당분간 이 화두에 계속 매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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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무정하게 내리는 날이었다. 오목교에 위치한 시사저널의 새 둥지로 가는 길은 무척 고단했다. 공사장에서 새어나오는 빗물이 인도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 마치 자본에 의해 점령된 대한민국의 언론과 같았다.
기자는 우연히 그 길을 걸어오는 문정우 기자(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장)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무척 고단했으리라. 하지만 분명히 희망도 있다. 간밤에 MBC PD수첩 방영 이후 '각성한 민초'들이 하나둘씩 십시일반으로 모은 후원액과 구독 약정금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소액 계좌만 1억원을 넘었으며 이날 9시에는 9월 창간 예정인 창간 시사주간지(제호는 현재 공모중)의 구독 약정금만 1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날 한 포털에 뜬 PD수첩 관련글은 조회수만 2만회 가까이 되는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MBC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어제 방영된 방송분은 올해 2월 6일에 방영되었던 '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보다 시청률이 현저히 낮았지만, 방송에 대한 반응은 지난 방송때보다 몇 배나 더 뜨거웠다.
기자는 이와 같은 이유를 어제 방송분에 대한 관전포인트와 오늘 시사기자단 사무소의 밀착 취재를 통해서 추적해보았다.
PD수첩의 관전 포인트
① "우리나라 언론 전체가 졌다" 언론인들의 자성?
노순동 기자의 이 한마디는 많은 언론인들을 움직인 것 같다. 다음 날 주요 매체는 '당연히' 침묵했지만, 몇몇 언론은 노순동 기자의 발언을 큰제목으로 기사를 뽑았다. 미디어오늘은 7월 4일자 보도에서 "시사저널 사태 무관심, 대가 치를 것"을 큰제목에 "PD수첩 '기자로 산다는 것' 방송…주류언론 외면 지적"을 부제목으로 뽑았으며 기사 안에서도 편집권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언론의 행태에 대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지적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TV리포터는 "시사저널 못 지킨 건 전언론의 패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언론인들의 '자성'은 시사기자단 사무소 안에서도 이어졌다. 경인일보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노순동 기자를 찾았다. 이번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되었는데, 어제 PD수첩 방영에서 노순동 기자의 말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상금 전액을 후원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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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 저녁, X파일의 주인공 이상호 기자(오른쪽)가 시사기자단 사무소를 찾아, 정희상 전 시사저널 기자(왼쪽)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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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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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MBC의 이상호 기자가 사무소를 찾아왔다. 이상호 기자는 2년전 정치권과 언론, 삼성그룹간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이른바 X파일 사건 보도로 한국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그는 어제 PD수첩의 내용을 봤다며, 제작진이 말못할 어려움이 있어서 '할말'을 다 못했을 것이라며 미안해 했다.
본인 스스로도 중요한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것이 무마되었던 사실을 고백했다. 결국 시사기자단 기자들에 의해서 '오마이뉴스 릴레이 기고'의 필자로 선정되는 '벌칙'을 받게 됐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지기 쉽다. 하지만 몇몇 의식 있는 언론인들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고백하는 한국 언론의 패배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데서 한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② 누가 이 기자들을 아프게 했는가.
PD수첩은 첫 장면부터 매우 '심각'하다. 집회에 관해 기자들과 경찰 사이의 '교섭'이 진행되는 중 갑자기 들이닥친 '회사 관계자'들이 천막을 마구 찢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목을 조르는 등 공중파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상황을 정리하는 문정우 당시 시사저널 기자는 "노순동씨가 욕하는 것을 보는 게 고통스럽다. 신호철 기자가 핏대 올리는 것을 보는 게 민망하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기자들이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한 데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그 중에서도 기자들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두 경영자의 '말바꾸기'였다. '몰상식의 표본'에 이어 그들은 '말 바꾸기의 표본'이자 '말 바꾸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금창태 사장은 편집인으로서 '문제의 기사'를 보지도 않고 삭제를 지시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지만, PD수첩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창태 사장은 '기사'를 보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꺼내든 논리가 더욱 가관이다. "기사내용은 보지 않았지만 삼성으로부터 이미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으므로 본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금창태 사장이 삼성의 관계자인지 시사저널의 관계자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보다 더한 것은 심상기 회장이다. 기자가 6월 20일 심상기 회장 자택 앞 단식농상장에서 이숙이 기자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숙이 기자는 "당시 심상기 회장이 발행인을 겸하고 있었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금 사장에게 발행인의 권한을 부여한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를 의식해 심상기 회장은 기자들에게 금 사장은 오로지 경영에만 관여한다는 약속을 해주었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6월 21일자 보도, "금권에 갇힌 언론자유")
하지만 오늘 시사기자단 사무소에서 "심상기 회장이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보였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기자들은 "심상기 회장은 그런 약속을 해준 바가 없다"고 답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러면서 꺼내든 논리는 금창태 사장의 것과 몹시 흡사한데, "기자들이 저돌적으로 나와서 달래느라고 둘러댔던 것이지 그와 같이 명확히 약속을 한 적은 없었다. 경영인은 편집권과 경영권을 모두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순간 기자들은 철없는 어린애로 전락해 버린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와 같은 두 경영인과 함께 1년간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니, 홀로 '허공'과 대화를 나눴다는 편이 더욱 정확하리라.
③ 기자들의 '가족' 이야기
기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가족들이다. 기자들이 싸우는 만큼의 '짐'을 가족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이들의 생활고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생활고'와 '투병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숙이 기자의 상황이 독자들의 눈물샘을 가장 자극했으리라. 이숙이 기자의 아버지는 현재 모 병원에서 암 투병 중이다.
이숙이 기자는 "딸내미가 회사가 힘든 거하고 겹쳐서 안팎으로 힘든 모습이 함께 비춰서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메모 일정을 확인하며 빨리 취재하러 가지 못하는 상황에 초조해했다.
편집권의 독립은 마땅하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 하는 투쟁이 의롭고 옳은 것이지만, 동시에 (가족들에게는) 무책임도 된다는 상황이 여러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못해 집에 있는 에어컨을 떼다 팔아야 했던 기막힌 사연을, 백발이 성성한 50대 기자가 누이들에게 생활비를 얻어다 쓰던 날의 열패감과 쓴맛을 기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미안하게 하고 끝내 눈물짓게 만든 것은 가족들이 던지는 의연한 충고이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끝까지 순수하게 사랑을 지켜왔어요. 그 사랑은 변하지 않고, 그 사랑은 지속되리라 생각해요. 불필요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백승기 전 시사저널 기자의 아내인 박정미 씨가 울먹이며 전한 이 말에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며 강단있게 버티던 김은남 기자가 무너졌다. 22명의 기자들과 그 가족들의 역사,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짧은 시간에 볼 수 있었으리라.
시사저널 방영 이후 전 시사저널 기자단 사무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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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자단 사무소 의 게시판에는 기자와 독자들이 '제호'에 대해 응모한 포스트잇이 수없이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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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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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의 대폭발이었다. 하루 종일 전화통에 불이 났고, 한 기자는 전화를 받느라고 전화기 옆에 음식을 옮겨 놓고 혼자 밥을 먹기도 했다. 한 아주머니 독자는 시사기자단 홈페이지에서 전화기가 한 대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화 계정 하나를 선뜻 내놓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모 신문사의 소액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독자는 자신이 주주로 있는 신문사가 요즘 심하게 삐뚤어져 가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은 후 이를 팔아 후원금으로 삼고 싶다고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 한 독자는 자신이 지방 유지임을 소개한 후 자신의 아버지가 수십 억의 노후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있으시다며 아버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것이 작품이다.
"선비는 자고로 의로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데, 지금 여러분들을 돕지 않으면 누구를 도울 것인가?"
전화는 사무소 문을 닫고 음식점으로 이동한 시각에까지 끊이질 않았다. (이에 대비해 한 기자는 '착신'을 걸어두었다) 미국에 산다는 어떤 독자는 "왜 해외 독자를 위한 계좌는 마련돼 있지 않으냐"며 화를 냈다. 독자들은 때로는 쌓였던 울분을 쏟아놓기도 하고, TV 시청에서 느꼈던 감정을 울먹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일이 너무 더디다며 개선해야 할 점을 일일이 지적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한 기자는 "기존 매체에 대한 불만의 골이 시사저널을 통해 분출된 것 같다"며 이 현상에 대해서 논평하기도 했다.
이날 가장 바빴던 사람은 두 기자이다. 창간호 예약 및 후원에 관한 전화를 받았던 기자와 독자 서포터즈 지원을 받았던 기자이다. 독자 서포터즈 지원을 담당한 오윤현 기자는 빗발치는 신청자들의 전화로 하루 종일 전화기를 놓지 못했다. 오윤현 기자에 의하면 "부산 등 먼 지역의 독자들의 열의가 매우 왕성했는데, 뭐든지 돕겠다며 나서는 이 독자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며 난처함을 고백했다.
현재까지는 서울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독자들의 도움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무소 한켠의 게시판에는 기자들과 독자들이 신매체의 '제호'에 응모한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시사기자단은 7월 중에 제호 공모를 마감하고 제호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호를 대대적으로 공모하고 있다. 제호에 당선된 독자에게는 '평생구독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7월 2일 성인 남녀 1502명을 상대로 한국 사회의 25개 파워집단에 대한 인식을 좋아한 결과 상위 3개를 모두 삼성, 현대차, SK가 차지했다. 특히 이 세 기업은 조사가 실시된 3년 내내 1~3위를 갈아치워 왔다. 정부기관, 시민단체, 정당 등 유력기관들은 모두 하위를 면치 못했다.(경향신문 7월 4일자 보도, "시민단체 갈수록 '퇴조'") 그야말로 '금권의 제국'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타락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은 기업과의 오래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사저널 사태가 독자들, 국민들에게 안팎의 호응을 얻는지도 모른다.
자본에 빌붙어야만 언론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이를 시원히 깨뜨리며 '오래된 상식'을 구경시켜준 시사기자단 기자들이 국민들의 눈에는 예쁘고 신선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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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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