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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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저승사자'라 불리던 탁성록 대위. (노란 동그라미)




이 책은 오로지 제주4.3의 관점으로만 보려고 한다. 다른 관점은 많이 있을 테니까. 영화 지슬의 마약쟁이 상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정보장교 탁성록은 경남 진주 출신 음악가이기도 하다. 논개의 노래라는 노래 등 많은 음반을 만들었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 유명해 조금만 검색해도 그에 대한 온갖 정보가 뜬다. 미모로 소문난 여자(증언에 의하면 마지막 동거녀는 동네에서 소문난 미모였다고 한다)를 여럿 데리고 살았고 제주를 뜰 때 마지막 동거녀를 처형시킨 일화는 물론이거니와 '제주도 아가씨'라는 노래를 작곡했다는 기록을 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한나를 탁성록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례인 건 분명하다. 만약 탁성록이 아이들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고(백창우처럼) 시골 한 초등학교의 음악 선생님으로 온갖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평화롭게 늙어간다면? 그는 기소조차도 되지 못했다. 아직은 제주4.3 당시 학살이 공식적으로 틀리지 않았고 희생자들은 억울하다는 흐름이기 때문에 이것을 뒤집지 않으면 단죄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탁성록은 군 전역 후 기록에서 자취를 감추는데 나는 그의 남겨진 기록에 상상력을 덧붙여 <노래 불러주는 선생님>(가칭)이라는 이야기를 상상해봤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이미 추리소설로 명성을 얻었고 그의 집안은 학자 집안으로서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연상된다. 톨킨 역시 판타지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신의 이론에 맞는 작품을 탄생했다. 그러니까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한 편의 소설이면서 소설창작법으로도 읽을 수 있다. 내용의 흐름과 장치들은 훌륭한 비평가가 표시를 해둔 것처럼 너무나 명백해서 나는 이 책을 읽는 틈틈이 빨간 펜으로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의 대강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쓰는 이야기는 <노래 불러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너의 라임오렌지나무>이지만, 문장을 벼리고 벼려서 나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참조해 제주 4.3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는 제주 사람이니까.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발휘함으로써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첫걸음을,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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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걸 영화로 봤는데. 제주 4.3과 연결시키다니...!
그런데 <너의...>가 아니라 <나의 오렌지나무>인데 말이지.

암튼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무탈해라.^^

승주나무 2019-01-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 누나.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제목이 <너의 라임오렌지나무>입니다^^

stella.K 2019-01-05 14:52   좋아요 0 | URL
헉, 그렇구나.ㅋㅋ
궁금하네. 무슨 내용이냐? 책으로 나오니?

승주나무 2019-01-05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공저로 쓰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소설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