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은이), 고산, 채수동 (옮긴이) | 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1220쪽, 2004-03-01, 29,800원,
나름대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군생활을 하여, 책을 읽을 기회가 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랬지만, 참 진지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편집하지 않고, 그냥 남깁니다.
'04.6.11의 메모
성석제는 소설가의 아들이고 나는 철학자의 아들이다.
성석제는 즐거운 인생을 살지만 나는 아버지의 채무를 떠맡았다.
그것은 비단 철학자의 채무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知者(지자)들의
채무라는 점을 기억하라.
철학의 변천을 봤을 때 철학은 온몸이 녹아버리는 학문이다.
하나의 존재를 형성하다 여러 존재들에게 몸을 할애하면서
생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생명은 더더욱 배가 고프며
그것의 책임은 철학에 있다. 철학은 하나의 뚜렷한 개체로서
내세울 학문이 아니다. 세상 안에 온전히 녹아들어가지만
철학 자체는 없고 철학은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아마
철학의 사명인 것 같으며, 그것이 철학의 아들이 물려받은
"채무"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든다.
※ 철학은 충분히 녹아들어가지 않았다.
- 상병 오승주
04.6.25의 메모
故 김선일씨 피살사건이나 닉 버그의 참수 등의 사건의 무서움은
무엇보다도 테러의 표적이 敵(적)의 주요시설 혹은 수장이 아니라
선량한 보통사람에 있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번번이 일어나는 '일상적 테러'와도 맥이 닿는다.
그들은 다수이다.
내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해 보자.
상대의 수장을 공격하는 것보다 불특정한 시민 한 명을 공격하는 것이
비용면이나 효과면에서 크게 이로울 수 있다.
그것은 상대편의 지형을 분열시켜
적의 움직임을 더디게 혹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 상병, 오승주
04.7.29
한 권의 책이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남녀의 사랑으로 태어난 결실이
단순히 정자와 난자의 교배로 얻어진 산물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우리들 보이는 세계의 배후에는 심오한 안 보이는 세계의 배려가 심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리의 만남과 만남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다.
04.8.1
현명하고 성실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유일한 차선책이 서 있다.
04.8.22
그들은 버리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졌다.
그것은 그들의 소유가 아니라 그들을 소유한 자들의 것이다.
04.8.12
연애의 생산자/소비자 이론
연인들의 실패의 원인은 대개 서로가 생산자인지 소비자인지 혼동하는 것에 있다.
사랑을 불완전한 것이고, 소비자는 당연히 완제품을 바란다.
그것이 끝이다.
그러나 생산자는 소비자를 위해 세심히 만들면서 애정도 쏟고
실패와 아픔의 쓴맛도 여러 번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는 소비자나 제품의 의미보다는
자신이 창조하는 것이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것에 대한 희열과
독특한 애정이 생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정'이 견실한 사랑의 전제조건이다.
한쪽은 생산자이고 한쪽은 소비자인 경우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끌려다니다 결국 실패한다.
둘 다 소비자일 경우
서로에 대한 애정보다는 호감 수준에서 사랑은 쉬이 식는다.
- 00의 '~~는 고리타분하고 지겹다'는 말을 새기며
04.8.23 完(책을 다 읽었다는 말)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이 책 한 권을 붙들고 있어서 화가 나기는 했지만,
내 정신을 단순 명쾌하게 씻겨준 이 책에 감사한다.
언제나 정신은 지고한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며,
나머지 것들은 견뎌내는 것이다.
나는 견딜 것이다.
노인들의 이야기는 유익하다.
원시의 건강한 사고와 지고한 이성의 단순 명료함.
그 두 샘물을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
군대에서 맘 편히 먹고 읽은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책이다.
이제 눈을 좀 붙여야지.
자정이 곧 된다.
23:50분 昇柱(화장실에서 붉밝히며 읽고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