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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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를 처음 읽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마냥 잔잔할 것만 같은 미국 한 마을에서 한 소녀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독자들을 그 작품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후속작으로 나온 <끝나지 않는 여름>도 꽤나 인상적이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그 대단원의 마지막 이야기인 <폭풍의 시간>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사실 이 이야기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 궁금하던 차라, 나오자마자 읽게 된 것이 무척 기분 좋다.

보통 시리즈물이라고 하더라도 전편의 이야기를 굳이 읽지 않아도 해당 책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앞에 인상적인 사건들이 워낙 많이 일어났던지라, 전편을 모르고 이 책을 읽기에는 좀 답답하게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 나도 전작들을 읽은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사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일단 이 책의 마지막까지 다 읽고나서 전편들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주인공 셰리든 그랜트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이제 인상적인 사건들이 뻥뻥 터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들을 하나씩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마냥 천방지축이었던 셰리든도 이제 와서는 조금 성숙하고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이런 변화들이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아무 사건 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평온해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그녀의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들은 계속 일어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녀가 선택한 길도 있고,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있다. 어떤 환경이든 그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온전히 주인공의 몫이다. 이전까지는 마냥 주인공이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불쑥 자란듯 하다.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도 모르게 나도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솜씨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보길 바란다. 평소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폭풍의 언덕>과도 같은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장편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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