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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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유리처럼 보이는 디자인의 책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사실 책 제목으로도 등장하는 글래스 호텔이 이 이야기의 메인 주제는 아니지만, 여주인공이 반전된 인생을 살게되는 계기가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사방으로 흩어진 이야기들이 조금씩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어맞출 수 있게 되었다.

모름지기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욕심을 내야한다.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일을 벌리고 나서 수습하려고 하면 나중에는 수습이 안 될 정도로 파멸의 길을 걷게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폰지사기'를 소재로 다룬 소설인데, 실제로 이 사기로 인해 절망적인 인생을 살게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생겼다고 한다. '폰지사기'라는 단어를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투자금을 받아서 각종 펀드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돈으로 메꾸는 방식의 사기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사기를 친 사람도 처음에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작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쓴 대책이었겠지만, 나중에는 그 일이 점점 커져서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사기 금액이 늘어났다. 금융 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면 이 사기도 사람들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하니, 정말 대담하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은 이 대규모 사기 사건을 중심으로 연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비교적 담담한 시선과 문체로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니, 무조건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일반적인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는 돈이 좀 더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실제로 돈이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물질적인 것이 채워진다고 해서 정서적인 것까지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이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돈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것이 남을 수 있을까 되짚어보게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다소 몽환적인 이야기 구조로 풀어나가면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가끔 헷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미스터리하면서도 행복의 조건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여운이 강하다. 큰 돈을 쥐락펴락하던 사람들의 몰락하면 어떻게 되는지 인생의 한 단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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