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내려진 B사의 프로젝트 중단 결정으로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까지 불똥이 튀었다. 겉보기에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였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불가피한(?) 협업 업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문 너머로 내리는 비를 여유롭게 구경하다가 갑자기 우산없이 비를 맞게된 처지로 전락한 셈인데,  이번 일이 새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게 연결되어 있다.
요새 흔히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 '인터넷과 연결' 또는 각종 SNS서비스에서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맞다. 그것은 '연결'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얼마전 영국 폭동도 SNS에 의해 증폭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보다 먼저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때부터 시민들의 이런한 연결상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만큼 그런 연결은 큰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주 민감한 연결망인 생태계라던가, 인간사이의 투쟁(?)의 산물인 권력망도 있다.  
 요즘  열심히 듣고 있는 '나는 꼼수다'에서 권력가들의 그물망(이라 쓰고 부패망이라고 읽는다)을 설명하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본인, 아내, 아내의 사촌언니, 그 사촌언니의 지인, 아들, 사돈, 큰 형님, 작은 형님, 조카, 조카며느리, 조카사위, 조카사위가 다니는 회사, 예전 보좌관, 예전 동업자, 예전 애인(?)........   김총수 말투로 "아이 ㅆㅂ"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분, 알고보니 졸라 꼼꼼한 분이다.)

언젠가 우리나라 재벌가들의 혼인관계도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재벌, 언론, 정치인들의 혼맥은 말 그대로 그물망(network)이라고 부를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이란 책을 보면 미국 대기업들의 소유 그물망도 엿볼 수 있는데 규모의 차이가 있을뿐 그 모양도, 부패상도 비슷하다.




행복의 연결망
사실 생태계니 권력망이니 하는 것들이 떠올라서 '연결'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아니다. 생각할수록 열만 받는 그런 검은 연결(커넥션?)과는 별개로 행복의 연결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만 잘 나가서는 불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
나의 직장 동료, 내 아이의 친구, 내 아이 친구의 부모, 내가 오늘 점심을 먹은 식당 주인과 그 식당의 종업원, 내가 방문한 카센터의 직원, 내가 만난 의사, 내가 만나는 고객,  그리고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같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 또한 행복해 질 수 없다.

 누군가의 집이 용역깡패에 의해 무너지고, 누군가의 밥줄이 무능한 경영진 때문에 억울하게 떨어지고, 정의를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폄하되고, 누군가의 아이가 (역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불행하게-자란) 다른 아이에게 해코지를 당하고, 자신의 불행을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속이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내가 곤란을 겪고 있는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상급식
직원의 불행은 자신과 무관하거나 더러는 직원의 불행(고생)이 곧 자신의 행복(실적)이라 여기는 경영진/고객 덕분에 여름휴가는 커녕 공휴일에도 내내 출근하면서,  서울시내를 둘러보니 무상급식은 망국이라는 현수막이 거리거리마다 붙어있는 것을 본다. 

엄지뉴스에서 펌

돌아가시겠다. 초등학생 무상으로 밥 먹여서 망하는 나라가, 그게 나라인지 반문하고 싶다. 왜 강바닥을 파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고 사람을 행복하게 키우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지 되묻고싶다.  저들은 남미 국가들처럼 서민끼리 지지고 볶고 서로 죽이든 말든  부자들만 자신들의 경호구역 안에서 안전하게 살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러한가?  

제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상식적인 생각만  해준다면 정말 고마울텐데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11-08-1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상급식을 잘사는 집 아이에게 하면 안된다'라고 강남에 사시는 친척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래, '잘사는 집이란 어떤 기준으로 정하면 되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대형아파트가 있고 부모가 대기업에 다니는 집'이라고 하시네요. 오호~ 그런 기준을 칼같이 적용해준다면, 저는 선택적 무상급식에 찬성하겠습니다. 제가 담임맡은 반에서는 그 기준을 통과할 학생이 두어명쯤 있을라나요.

귀를기울이면 2011-08-16 01:04   좋아요 0 | URL
소득에 따라 조세를 차별화하고 복지는 보편화하는게 훨씬 나은데 그것과는 정반대로 가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나저나 할머니께 대형아파트와 대기업의 기준은 뭔지 여쭤보시면..... 한 대 맞으실려나요? ^^;

조선인 2011-08-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책방>의 '고마운 농부' 이야기는 꼭 사회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에게 무엇을 상속해줄 것인가 깊이 고민하는 주제로요. 우리 아이에게 마을의 모든 지붕과 난롯가를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8-16 15:51   좋아요 0 | URL
제가 잘 모르는 책이지만 하신 말씀을 보니 무슨 주제일지 짐작은 됩니다. 어쩌면 '아이에게 무엇을 상속해줄 것인가'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책일수도 있겠네요. 전 상속은 고사하고 다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를 소망하는 중입니다만...
 

최근에 새삼스럽게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것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던 몇몇 장면들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식구들이 보는 것을 띄엄띄엄 훔쳐보는 중인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먹는 장면만 보게됐다. 

1. 정원과 금란이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김칫국물로 티격태격하는 장면
2. 정원이 유치장에서 풀려난 아빠에게 두부를 먹이는 장면
3. 정원이 프로포즈 받은 날  송편집장 어머니를 찾아가 식사하는 장면 
4. 정원의 친부가 친모와 함께 한강변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

우연인지, 작가 스타일인지, 아님 원래 산다는게 다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이에 두고 어느 정도 상대방에 대한 화해나 이해를  더해 가는 부분이었다는 점이 위 네 장면의 공통점이다. 심지어 서로 적개심으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경우 조차도 그러했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와 더불어 식당이 주 배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던가? 

하긴, '먹기 위해 산다'라고 하거나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라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고 그 말들이 결코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요한 일이긴 한 것같다. 그래서 우리는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때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한 집에 사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하니 같이 살아서 식구가 아니고 같이 먹어서 식구가 된다. (싸우고 나면 밥을 안주는게 그래서였군 -.-a )

마침 오늘  MB와 손학규 대표가 회담때 우거지 해장국을 같이 먹었다는 뉴스가 보인다.
국민들은 매일같이 저들때문에 우거지상인데 회담 결과는 죽을 쑤고
서민 코스프레 밥이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이럴땐 밥맛이라고 해야하나 엿같다고 해야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그루폰에서 버거킹 와퍼 주니어 쿠폰을 공짜로 준다는 이벤트를 했다. 혹해서 클릭했지만 회사에선 그루폰이 접속금지 사이트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i..c..,  저 사람들 담배피러 나가서 노닥거리는건 되고 금연자가 책상에서 잠시 이런거 구경하는건 왜 안되는거야? 왜 이것만 업무 방해가 되냐고!) 

아쉽지만 뭐.. 햄버거에 목매는 성격은 아니라서 별 상관은 없다 생각했다. 
사실 무료는 귀한 경우에 속하지만 그외의 할인, 파격할인, 둘도 없는 할인, 오늘만 할인, 안 보면 후회할 할인 등등은 이메일로 매일 쉬지않고 10여통씩 오는 편이다. (이것 저것 회원가입을 너무 많이 했다)  실제로 열어 보는건 그 중 소수지만 그나마도 요새 너무 바빠서 전혀 보지 못하고 모두 수신 즉시 쓰레기통으로 가는 중이다.

 광고메일일괄삭제 생활을 한 달 정도 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뭔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것 말이다.   

 여유롭게 이메일 확인하면서 어떤 물건이 눈에 띄는지 구경하고 어떤 것은 욕망하고 어떤 것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땐 뭔가 갖고 싶은 것이 항상 있었고 (물론 그 대상은 수시로 교체) 언제쯤 살 수 있을지, 어떻게 사야 저렴하게 살 수 있을지 틈틈이 탐색해보는게 하루 일과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동안 안해 보니 과거의 그런 생활이 일종의 족쇄요 감옥이었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 든 것이다.  보고 있을땐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안보고 있으니 그런 물건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성도 느낄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세상에! 

사실 반값할인정보나 얼마 사면 얼마짜리 상품권을 준다는 홍보물이 집에 오면 물건의 필요성보다도 그 혜택(?)에 관심이 쏠려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요샌 그런 유혹에 많이 단련이 되어선지 아니면 통장에 잔고가 없어선지 유혹이 올때마다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거, 반값에 사면 50% 절약하는 거지만, 안사면 100%를 절약하는 거야!" 

 

오늘은 어쩔수 없이 햄버거 구경은 못했지만 주니어버거니까 안사도 되었을 다른 걸 사게 될것이 뻔하고, 게다가 혼자 갈 일은 없으니 반드시 추가 구매할 일이 생길거고 외출한 김에 다른 것도 사게될거고 어차피 패스트푸드는 권장할만한 음식도 아니니 차라리 안쳐다보는게 더 이익이란 생각으로 잠시나마 두근댔던 마음을 정리한다. 

 

 그런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소비욕망은 사라진게 아니라 품목만 바꿔 여전히 내 안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누적 도서구매액은 가속페달을 밟았고, 읽지 못한 책들은 쌓여가고, 집안에 널부러진 책들을 보면서 당분간 책을 그만 사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이젠 정말 책장을 추가 구매해야 할 시점이야!'를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11-05-2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루폰은 스탬프 4개를 모아야 와퍼 주니어를 무료로 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한 명씩 추천해서 가입시켜야 스탬프가 생겨요. 본인이 가입해서 하나, 세 명 추천해 야 와퍼주니어가 떨어지는 듯. 그거 어디 먹겠어요.ㅎㅎㅎ
반값에 사면 50% 절약하는 거지만, 안사면 100%를 절약! 훌륭해요. 출력해서 붙여놔야겠어요. 요새 유혹이 너무 많아요.
저는 며칠 전에 책장 샀어요. 조그마하지만...;;;;;

귀를기울이면 2011-05-20 12:55   좋아요 0 | URL
운좋은 님은 그루폰 내용을 자세히 보셨군요 ㅎㅎ 치사하게 무슨 조건을 그리 줄줄이 달아 놓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책장은 정말 하나 사야 할듯 합니다. 소비재가 아닌 후대에 물려줄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하면서.. ㅋ

pjy 2011-05-2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반값에 사면 50% 절약하는 거지만, 안사면 100%를 절약하는 거야!"
명언이십니다!
부페 세바퀴돌고나서 생수한병이야 그닥 감흥이 없지만, 사막에서 목마를때 생수한병이야말로 그 효용성이 빛나는거죠! 그 가격이 부페 세바퀴랑 맞먹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5-20 14:38   좋아요 0 | URL
그쵸. 싸게 사는게 잘사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사는게 잘 사는 건데 세상이 그렇게 내버려두질 않네요. 알라딘MD조차도.ㅎㅎ 게다가 부페식사는 과식(=비만=낭비=환경파괴)를 부추기는 면도 있어요. 그러니 아주 가끔씩만....

잘잘라 2011-05-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값에 사면 50% 절약, 안사면 100% 절약!!!
이거 이거 삐라로 전국에 뿌려야해요!!!^^

귀를기울이면 2011-05-20 18:06   좋아요 0 | URL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공공의 적이 될수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5-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홈쇼핑에서 구매하지 않을 때는
지나쳐볼 때 살게 하나도 없었는데, 하나둘 산 이후에는
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네요. 얼마 전에 갈비를 주문받아서
오늘 구워먹었는데, 아, 고기에서 냄새나고 질겨요, 짜증~~~ ㅡㅡ;;;

귀를기울이면 2011-05-20 21:35   좋아요 0 | URL
식품은 항상 직접 보고 골... 아, 아니죠.
자제해야죠.
왜, 이런 책도 나왔잖아요.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ㅋㅋ

yamoo 2011-08-2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재밌게 잘 읽었어요..ㅎㅎ
누적 도서구매액이 가속 패달을 을 밟았다라...전 일주일에 100권도 산적이 있는 걸요~ㅎㅎ
내가 책을 사면 카드를 부러트릴테다~ 라고 결심하고서는 그 다음날 또 10권을 사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완전 미쳤다고 생각했었어요..^^ 마지막 글을 보니 엔날 생각이 나서..ㅎ

그리고 반값에 사면 50% 절약, 안사면 100%절약이라는 말...명언이십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8-25 23:59   좋아요 0 | URL
몇 달 전 글에도 손님이 오시네요^^

제 가속페달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습니다.-.-a
 

언젠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인가 하는 책이 있다는 걸 본 것 같은데 지금 나에게 그 책이 필요할것 같다. 지금 읽지 않은 책에 대해 한바탕 떠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책이 있다한들 어찌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나는 책의 소개글과 출판사와 책의 목차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 뿐이다. 누가 책에 대해 비판을 하려거든 무조건 일독 먼저 하라고 한다면 정확히 말해 이 글은 책 제목과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로 답을 하겠다.  물론 목차를 통해 책 내용에 대한 것도 기본은 알고 하는 소리기도 하고. 나름 다른 곳의 리뷰도 참조했다.   

 

1. 책 제목에 대하여 
'복지'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지 한 참 되었고 내년 대선도 아마 '복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만큼 그렇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을 노린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원제가 'While America Aged' 이고  이미 불거진 몇몇 미국 (사/공)기업의 연금 문제를 다룬 책인 반면, 우리나라의 복지 문제는 공교육과 저소득층,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마치 이 책은 우리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처럼 예쁜(?) 화장을 하고 있다. 낚시질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경영경제분야 알라딘서평단의 5월 주목신간으로까지 추천된 페이퍼가 벌써 여럿인걸 보니 그 낚시는 성공한것 같다.
 물론 부제로 연금에 대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긴하다. 하지만 이 또한 제목만 본 일반독자는 책에서 다루는 연금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동일시하기 쉬운만큼 역시 나에게는 짜증이 나는 부제다. 
(우리가 기대하는 복지는 welfare이고 이 책이 말하는 복지는 pension, 즉 연금이다. 아마존의 33개 독자 리뷰중 welfare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2.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 대하여 
 짧지 않는 책소개글에서 책 내용에 대해 일부 다루고 있는데 그걸 읽어보면 책 제목이 낚시라는 걸 더 뚜렸하게 감지할수 있다.  우리로 치면 회사에서 직원에게 제공해주는 일명 '복리후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일괄로 '복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기업이 아닌 도시재정문제도 나오기는 하지만 미국의 특성상 사기업의 문제와 구조는 같은 경우다.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복지(복리후생)가 재정문제를 가져왔다는 내용의 책인데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읽어볼만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정말로 '남의 나라'이야기일 뿐이다. 노조가입율이 10%도 안되는 나라, 퇴직하면 바로 삶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나라에서 웬 과잉복지문제를 갖다 붙이는 것인지....   다만 책의 내용(강성 노조, 과잉복리후생)에 가까운 노조가 하나 정도는 생각나긴 했다.  바로 현대자동차노조. 

 

3. 출판사에 대하여
한국경제신문사(이하 한경)에서 나온 읽을 만한 책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다. 내가 알기로 한경의 1대 대주주는 현대자동차다. 그리고 그 회사 노조는 강성이기로 유명하다. (고장난명이라고 그 회장이란 사람도 여러모로 싼티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사회봉사명령 수행한 적도 있고,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회사 재산을 빼돌린 상속수법은 뭐 거의 업계 표준인듯)  그런데 그 회사 노조가 얼마전 노조원의 자녀에 대한 특채를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그 뒤로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장에 그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런 상황에, 노조때문에 망한 미국 자동차회사 이야기는 얼마나 딸랑딸랑, 딸랑이 소리가 나는 책인가!  회장님이 감동먹고 기업PR광고 넉넉히 하사하시는 모습이 떠오르는 걸 어쩌나.... 명색이 신문사지만 광고로 먹고 사는 회사니, 그것도 대주주 기분에 맞는 책이라 신나게 만들었으리라...

 

 이러저러한 이유로 책을 비판하긴 했지만 사실 그런 이유를 시시콜콜 들것도 없었다. 미국이 복지를 이야기하는 건 일본이 원전안전을 홍보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서는 연금부담으로 망한 회사들 이야기니 죄가 없다. 그 책이 멀리 물 건너 와서 욕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5-1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대적으로 페이퍼 쓰신 의도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책 자체는 훌륭하지만, 책 표지와 전혀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지요.
그때그때의 흥미거리에 맞추는 경우도 다반사구요.

귀를기울이면님, 즐거운 한주되세요.

귀를기울이면 2011-05-15 19:05   좋아요 0 | URL
그때 그때 이슈에 맞는 책을 내는건 좋지만 아닌걸 그렇다라고 우기거나 그런척 하는건 책소비자로써 기분이 않좋더라구요. 책소개가 좀 편향성도 보이고.. 좀 정직하게 갔으면 없는 시간 쪼개서 이렇게 페이퍼까지 쓰진 않았을텐데요.

날씨가 너무 좋군요. 마고님도 즐거운 한 주 되시길~

아이리시스 2011-05-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반갑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이 책 읽을까말까 했는데 한 번에 정리해주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읽지말자로 가닥이 잡히네요. 복지라는 주제를 제대로 짚어내줄 괜찮은 책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워요. 이슈는 좋은데 우기거나 그런 척 해서 한몫 잡으려는 건 역시 보기 안좋군요. 고맙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5-17 09:39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갑습니다.^^

퇴직자에 대한 부담으로 휘청이게된 GM이야기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걸 우리나라의 '복지'와 연결시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경이 놀라운 상상력(또는 화장술)으로 해냈더군요.
따로, 원자력발전이나 높은 집값 처럼 현재를 위해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전가시키는 정책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알아보는 거라면 가치가 있을수 있겠지만 '복지'에 대한 관심에서라면 이 책은 '아니다'라는 결론입니다.
 

요새같은 사회 분위기로는 '경쟁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나온다면 깨나 팔릴듯 한다. 최소한 내가 나고 자라는동안 '경쟁'이 주변을 떠난 적이 없었지만, 그리고 아마도 인류 역사 내내 그랬겠지만 요새 유난히 '경쟁'에 대한 잔소리를 자주하고 자주 듣게 하는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나는 가수다'라는 기획이 돋보이는 TV프로그램이었다. 한 달 밖에 안된 이 프로그램의 이력과 운명에 관한 내용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러한 어지러운 일이 아니었더라도 화제꺼리는 충분한 프로그램이었다. 중견가수들을 모아 놓고 노래를 경쟁시켜서 매 번 꼴등을 탈락시키는 프로그램 방식에 대해 일부 가수와 시청자는 비판을 했고 일부는 선작용에 대해 칭찬을 했다. 특히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것까지 경쟁을 시키는 사회가 슬프다며 '경쟁중심', '남을 눌러야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이 깊이 체화된 현실을 드러내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칭찬을 하는 쪽에서는 '경쟁'없이 가수들의 이런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겠냐며 아이돌만 가득했던 방송에서 제대로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들을 주로 내 놓았다. 

마침 이와 동시에 인기몰이를 하던 다른 프로그램도 간간히 언급되고 있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수'와 같은 방송사의 신인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오디션인만큼 '경쟁'이 그 핵심이고 '노래'라는 예술적 가치를 점수화, 서열화한다는 점에서 '나가수'와 동일한 쟁점을 불러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의 그것에 비하면 비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쟁의 강도는 헐씬 치열하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서 '경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정적으로 KAIST의 징벌적 등록금제.  소속 학생이 연달아 4명이나 자살하는 바람에 갑자기 주목을 받게된 문제다. 성적이 3.0이하인 경우 0.1점 마다 얼마씩 징벌적 성격의 등록금을 부과한다는게 이 제도의 핵심인데 걷힌 돈이 매년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걸로 봐서 상당히 까다로웠을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하고싶은 공부보다 점수따기 위한 공부, 거기에 100% 영어수업등 압박요소가  한 둘이 아니었던데다가 나름 수재들이 모인 학교이다보니 경쟁에서 이기기만 해왔던 학생들이 열패감에 충격을 받는 정도 또한 작지 않았을듯 하고. 

경쟁이란 무엇인가 
위 3가지의 경쟁프로그램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실 '경쟁'이란 키워드로 이렇게 한데 묶어놓기도 어색할만큼 다르다. 목적도, 형식도, 의도하는 최종 결과도 다 다르다. 그러고 보면 경쟁이란 '남과 겨룬다'라는 핵심 요소를 빼면 함부로 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가치인것 같다. 인터넷 국어사전으로 '경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반대말로 '독점'이 소개된다. 다분히 경제  위주의 내용이다.   이런..나는 경쟁의 반대말이 '나눔'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말끼리 반대말이 되는 상황이라니.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경쟁'에 '좋다','나쁘다' 라는 가치를 두기는 어렵다. 다만 경쟁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만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때와 장소, 목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을 적절히 고려한 경쟁만이 '필요한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경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와 '위탄'은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논할 문제는 아닌것 같다. 시청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참여자 자신들에게도 일시적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배려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영향이 너무 작고 짧다.  차라리 내 직장의 실적평가 시스템이 더 문제다.  크...... 

반면 카이스트의 서남표식 경쟁은 그 영향이 치명적이고, 이해가지 않는 점도 많다. 그건 경쟁이 아니라 차라리 이전투구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돈과 수치심을 수단으로 학문을 도야하라고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모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통섭이 중요해졌고 자율적인 사고방식으로 협력적으로 활동하지 않고는 이룰수 있는 학문적 성과는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타율과 비협력으로 학점만 따는 기계를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상대평가였다고 하니 동료와의 협력은 불가능하고 서로가 서로를 골방으로 밀어넣는 시스템 아닌가!  하다못해 돈에 죽고 돈에 사는 비지니스세계에서도 금전적 보상이 성과를 높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상식이 되고 있는 판에....  서남표 총장은 그냥 강남이나 분당 어디쯤 있는 입시학원 원장이나 하면 딱일듯 하다. 아니면 경마장 기수나 하던지. 짐승은 먹이주고 채찍질한 만큼 달릴테니 말이다. 

 

흔히 일곱빛깔 무지개라고 하지만 실상 무지개에는 7가지 색의 경계는 없으며 일일이 구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색깔이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경쟁'에도 이러한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편의상 몇가지 경쟁을 뚜렷이 구분하여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정도면 빨강이다',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주황이다' 라며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빨강이나 보라를 벗어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거나 내 몸을 상하게 할 뿐이다.

나의 진보 이전에 남의 퇴보를 기대하게 하는 경쟁,
성취감보다 자괴감이 먼저 드는 경쟁,
사람이 죽어나가는 경쟁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1-04-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의 반댓말이 '독점'으로 나온다니. 그것 참 씁쓸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경쟁이란 무엇인가'란 책이 나오면 제법 팔릴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달면서 생각해보니, 직접 한번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4-12 17:38   좋아요 0 | URL
무한 경쟁의 끝은 결국 독점인데 세상은 그런걸 은폐하고 싶은가보더라구요.

칭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