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인가 하는 책이 있다는 걸 본 것 같은데 지금 나에게 그 책이 필요할것 같다. 지금 읽지 않은 책에 대해 한바탕 떠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책이 있다한들 어찌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나는 책의 소개글과 출판사와 책의 목차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 뿐이다. 누가 책에 대해 비판을 하려거든 무조건 일독 먼저 하라고 한다면 정확히 말해 이 글은 책 제목과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로 답을 하겠다. 물론 목차를 통해 책 내용에 대한 것도 기본은 알고 하는 소리기도 하고. 나름 다른 곳의 리뷰도 참조했다.
1. 책 제목에 대하여
'복지'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지 한 참 되었고 내년 대선도 아마 '복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만큼 그렇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을 노린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원제가 'While America Aged' 이고 이미 불거진 몇몇 미국 (사/공)기업의 연금 문제를 다룬 책인 반면, 우리나라의 복지 문제는 공교육과 저소득층,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마치 이 책은 우리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처럼 예쁜(?) 화장을 하고 있다. 낚시질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경영경제분야 알라딘서평단의 5월 주목신간으로까지 추천된 페이퍼가 벌써 여럿인걸 보니 그 낚시는 성공한것 같다.
물론 부제로 연금에 대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긴하다. 하지만 이 또한 제목만 본 일반독자는 책에서 다루는 연금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동일시하기 쉬운만큼 역시 나에게는 짜증이 나는 부제다.
(우리가 기대하는 복지는 welfare이고 이 책이 말하는 복지는 pension, 즉 연금이다. 아마존의 33개 독자 리뷰중 welfare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2.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 대하여
짧지 않는 책소개글에서 책 내용에 대해 일부 다루고 있는데 그걸 읽어보면 책 제목이 낚시라는 걸 더 뚜렸하게 감지할수 있다. 우리로 치면 회사에서 직원에게 제공해주는 일명 '복리후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일괄로 '복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기업이 아닌 도시재정문제도 나오기는 하지만 미국의 특성상 사기업의 문제와 구조는 같은 경우다.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복지(복리후생)가 재정문제를 가져왔다는 내용의 책인데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읽어볼만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정말로 '남의 나라'이야기일 뿐이다. 노조가입율이 10%도 안되는 나라, 퇴직하면 바로 삶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나라에서 웬 과잉복지문제를 갖다 붙이는 것인지.... 다만 책의 내용(강성 노조, 과잉복리후생)에 가까운 노조가 하나 정도는 생각나긴 했다. 바로 현대자동차노조.
3. 출판사에 대하여
한국경제신문사(이하 한경)에서 나온 읽을 만한 책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다. 내가 알기로 한경의 1대 대주주는 현대자동차다. 그리고 그 회사 노조는 강성이기로 유명하다. (고장난명이라고 그 회장이란 사람도 여러모로 싼티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사회봉사명령 수행한 적도 있고,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회사 재산을 빼돌린 상속수법은 뭐 거의 업계 표준인듯) 그런데 그 회사 노조가 얼마전 노조원의 자녀에 대한 특채를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그 뒤로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장에 그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런 상황에, 노조때문에 망한 미국 자동차회사 이야기는 얼마나 딸랑딸랑, 딸랑이 소리가 나는 책인가! 회장님이 감동먹고 기업PR광고 넉넉히 하사하시는 모습이 떠오르는 걸 어쩌나.... 명색이 신문사지만 광고로 먹고 사는 회사니, 그것도 대주주 기분에 맞는 책이라 신나게 만들었으리라...
이러저러한 이유로 책을 비판하긴 했지만 사실 그런 이유를 시시콜콜 들것도 없었다. 미국이 복지를 이야기하는 건 일본이 원전안전을 홍보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서는 연금부담으로 망한 회사들 이야기니 죄가 없다. 그 책이 멀리 물 건너 와서 욕보고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