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내려진 B사의 프로젝트 중단 결정으로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까지 불똥이 튀었다. 겉보기에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였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불가피한(?) 협업 업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문 너머로 내리는 비를 여유롭게 구경하다가 갑자기 우산없이 비를 맞게된 처지로 전락한 셈인데, 이번 일이 새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게 연결되어 있다.
요새 흔히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 '인터넷과 연결' 또는 각종 SNS서비스에서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맞다. 그것은 '연결'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얼마전 영국 폭동도 SNS에 의해 증폭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보다 먼저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때부터 시민들의 이런한 연결상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만큼 그런 연결은 큰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주 민감한 연결망인 생태계라던가, 인간사이의 투쟁(?)의 산물인 권력망도 있다.
요즘 열심히 듣고 있는 '나는 꼼수다'에서 권력가들의 그물망(이라 쓰고 부패망이라고 읽는다)을 설명하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본인, 아내, 아내의 사촌언니, 그 사촌언니의 지인, 아들, 사돈, 큰 형님, 작은 형님, 조카, 조카며느리, 조카사위, 조카사위가 다니는 회사, 예전 보좌관, 예전 동업자, 예전 애인(?)........ 김총수 말투로 "아이 ㅆㅂ"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분, 알고보니 졸라 꼼꼼한 분이다.)
언젠가 우리나라 재벌가들의 혼인관계도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재벌, 언론, 정치인들의 혼맥은 말 그대로 그물망(network)이라고 부를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이란 책을 보면 미국 대기업들의 소유 그물망도 엿볼 수 있는데 규모의 차이가 있을뿐 그 모양도, 부패상도 비슷하다.
행복의 연결망
사실 생태계니 권력망이니 하는 것들이 떠올라서 '연결'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아니다. 생각할수록 열만 받는 그런 검은 연결(커넥션?)과는 별개로 행복의 연결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만 잘 나가서는 불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
나의 직장 동료, 내 아이의 친구, 내 아이 친구의 부모, 내가 오늘 점심을 먹은 식당 주인과 그 식당의 종업원, 내가 방문한 카센터의 직원, 내가 만난 의사, 내가 만나는 고객, 그리고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같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 또한 행복해 질 수 없다.
누군가의 집이 용역깡패에 의해 무너지고, 누군가의 밥줄이 무능한 경영진 때문에 억울하게 떨어지고, 정의를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폄하되고, 누군가의 아이가 (역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불행하게-자란) 다른 아이에게 해코지를 당하고, 자신의 불행을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속이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내가 곤란을 겪고 있는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상급식
직원의 불행은 자신과 무관하거나 더러는 직원의 불행(고생)이 곧 자신의 행복(실적)이라 여기는 경영진/고객 덕분에 여름휴가는 커녕 공휴일에도 내내 출근하면서, 서울시내를 둘러보니 무상급식은 망국이라는 현수막이 거리거리마다 붙어있는 것을 본다.
엄지뉴스에서 펌
돌아가시겠다. 초등학생 무상으로 밥 먹여서 망하는 나라가, 그게 나라인지 반문하고 싶다. 왜 강바닥을 파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고 사람을 행복하게 키우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지 되묻고싶다. 저들은 남미 국가들처럼 서민끼리 지지고 볶고 서로 죽이든 말든 부자들만 자신들의 경호구역 안에서 안전하게 살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러한가?
제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상식적인 생각만 해준다면 정말 고마울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