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루폰에서 버거킹 와퍼 주니어 쿠폰을 공짜로 준다는 이벤트를 했다. 혹해서 클릭했지만 회사에선 그루폰이 접속금지 사이트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i..c.., 저 사람들 담배피러 나가서 노닥거리는건 되고 금연자가 책상에서 잠시 이런거 구경하는건 왜 안되는거야? 왜 이것만 업무 방해가 되냐고!)
아쉽지만 뭐.. 햄버거에 목매는 성격은 아니라서 별 상관은 없다 생각했다.
사실 무료는 귀한 경우에 속하지만 그외의 할인, 파격할인, 둘도 없는 할인, 오늘만 할인, 안 보면 후회할 할인 등등은 이메일로 매일 쉬지않고 10여통씩 오는 편이다. (이것 저것 회원가입을 너무 많이 했다) 실제로 열어 보는건 그 중 소수지만 그나마도 요새 너무 바빠서 전혀 보지 못하고 모두 수신 즉시 쓰레기통으로 가는 중이다.
광고메일일괄삭제 생활을 한 달 정도 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뭔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것 말이다.
여유롭게 이메일 확인하면서 어떤 물건이 눈에 띄는지 구경하고 어떤 것은 욕망하고 어떤 것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땐 뭔가 갖고 싶은 것이 항상 있었고 (물론 그 대상은 수시로 교체) 언제쯤 살 수 있을지, 어떻게 사야 저렴하게 살 수 있을지 틈틈이 탐색해보는게 하루 일과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동안 안해 보니 과거의 그런 생활이 일종의 족쇄요 감옥이었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 든 것이다. 보고 있을땐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안보고 있으니 그런 물건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성도 느낄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세상에!
사실 반값할인정보나 얼마 사면 얼마짜리 상품권을 준다는 홍보물이 집에 오면 물건의 필요성보다도 그 혜택(?)에 관심이 쏠려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요샌 그런 유혹에 많이 단련이 되어선지 아니면 통장에 잔고가 없어선지 유혹이 올때마다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거, 반값에 사면 50% 절약하는 거지만, 안사면 100%를 절약하는 거야!"
오늘은 어쩔수 없이 햄버거 구경은 못했지만 주니어버거니까 안사도 되었을 다른 걸 사게 될것이 뻔하고, 게다가 혼자 갈 일은 없으니 반드시 추가 구매할 일이 생길거고 외출한 김에 다른 것도 사게될거고 어차피 패스트푸드는 권장할만한 음식도 아니니 차라리 안쳐다보는게 더 이익이란 생각으로 잠시나마 두근댔던 마음을 정리한다.
그런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소비욕망은 사라진게 아니라 품목만 바꿔 여전히 내 안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누적 도서구매액은 가속페달을 밟았고, 읽지 못한 책들은 쌓여가고, 집안에 널부러진 책들을 보면서 당분간 책을 그만 사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이젠 정말 책장을 추가 구매해야 할 시점이야!'를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