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거 통화음이 너무 안들리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오후 일곱 시 안에 하자가 발견될 경우 대리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핸드폰을 들고 숨이 턱에 받치게 뛰어 들어갔다. 남편과 바꿔가며 통화하면서 역시 너무 안들린다고 무언가 심히 이상하다고 결론내리고 근처 중국집에서 뛰어 나온 참이었다. 

... 

대리점 안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행여 기스라도 날까 보호비닐을 하나도 안 걷어내고 들고 있는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얘기한다. 그걸 띠셔야지요, 당연히 안들리죠. 하하하. 안녕히 가세요. 

참으로 무안하게 다시 그 분을 모시고 나왔다.   

얼리 어답터인 척 하고 싶은 욕망과 때맞춰 꼴딱꼴딱 용케도 사망해 주신 핸드폰 덕에 아이폰4를 맞춤하게 손에 넣게 되었다. 기계를 나의 손가락의 지문으로 흔들어 깨우고 함께 속살거리고 내킬 때는 재워 버리고 하는 이 짓에 심하게 중독되고 있다. 딱딱하고 차가운 액정을 나의 체온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 모순과 이 부조화가 왜 사람들을 그렇게 열광시키는 지 알것 같다. 터치 입력에 익숙치 않아 교보문고 도서검색대에서 몇 번이나 말도 안되는 오타를 내다 좌절하고 물러섰던 기억들은 저만치 쫓아 보내고 걸핏하면 꺼내 들고 흔들고 터치한다. 물신주의라는 말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아이폰은 마치 욕망의 가장 집적된 현현 같다. 눈 앞에 내 욕망을 꺼내 놓고 만지는 이 기괴하고 음란한 행위라니. 

  

 

 

 

 

 

 

  

탁 트인 거칠 것 없는 무엇 하나 거리낄 것 없는 구름을 마구 휘저허 풀어 헤친 것 같은 성곽이 담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끈질기게 아이폰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 저 하늘을, 저 구름을, 그리고 그것들을 담아 낸 성곽만으로 충분해야 했다. 무엇 하나에 온전하게 몸을 담글 수 없고 어딘가 한 구석에는 꼭 물려 있어야 하는 나의 결핍과 열등감이 느껴졌다. 무언가에 쉽게 빠져들고 중독된다는 것은 그 만큼 허한 구석이 많다는 얘기다. 충만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에든 쉽게 젖어들어 버린다. 

손가락으로는 돌을 만지고 하늘을 가리키는 것이 낫다. 차갑고 딱딱한 기계에 하염없이 나의 지문을 부비며 뭐라도 되는 냥 착각하고 집착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조금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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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9-2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구는 기구일뿐이죠. ... 돈은 돈일뿐이지만, 목적과 수단이 헷갈리는 세상이다보니

blanca 2010-09-26 23:2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근데 이게 한시적 현상일 것은 같은데 지금 가치가 완전히 전도되었어요. 구입한 당일 눈이 벌개져서 종일토록 보고 이튿날인 오늘은 좀 낫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 몽롱하게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아이폰 장만하셨군요?
어짜피 아이 때문에 바깥 생활이나 컴터 생활도 만만치 않으니,
당분간 손바닥 위안을 갖는 것도 괜찮을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블랑카님이 거기에 폐인이 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을 뿐더러
한동안 즐길만큼 즐기시면, 다시 하늘 보기로 돌아오실거라 믿어여~ ^^

아이폰 익숙해지면, 나중에 저도 갈켜주세여.

blanca 2010-09-26 23:2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폐인 되었어요.--;; 이게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니 그 중독성이 더 심하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긴 한데. 손바닥 위안 정말 맞아요^^

비로그인 2010-09-2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장만하셨군요.

요즘 밖을 나가보면 빠르게 널리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그만큼 뭔가 경계가 생기는 것 같아서 좀 섧기도 해요. 저는요.


blanca 2010-09-26 23:2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도 섧어서 또 핸드폰이 아주 맞춤하게 고장이 나 주는 바람에 이래저래. 근데 말이에요. 이것을 손에 넣으면 사람 간의 관계는 더욱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요. 심지어 두 사람이 마주보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풍경도 흔하더라구요.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서러워 마세요.

비로그인 2010-09-2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슉슉 넘어가는 그 맛이 죽이던데...
블랑카님이 그러기야 하겠어요?
푸히히~~난 부러울 따름~~

blanca 2010-09-26 23:30   좋아요 0 | URL
슉슉 ㅋㅋㅋ 마기님 메텔 모습 넘 잘 어울려요. 아이도 터치 시작하면서 슉슉 자기 사진 넘기더라구요 ㅋㅋㅋ

세실 2010-09-2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폰에 중독될 수 있는 열정이 부러운걸요.
나도 아이폰에 중독될 수 있을까?
전 그저 문자를 보낼 수 있는것으로 만족하는 슬픈 40대.
잠시 그럴거예요^*^

blanca 2010-09-26 23:31   좋아요 0 | URL
에이. 세실님, 저도 기계치여요. 얼리어답터와 완전 거리 멀구요. 그런데 그런 유형이 더 위험하답니다. 완전 중독되요. 잠시 그래야 할텐데요. 그러리라 믿어요^^

2010-09-2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0-09-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호비닐과 통화불량, 그거 무슨 말인지 알아요, 하핫 --;; 저는 케이스랑 새로 보호비닐사느라 거금을 지출한 데다가 어플도 몇 개... (학생들이 덥썩 살 것은 못 된다고 봐요)
저는 막 책까지 사서 공부중이랍니다. 실내에서 너무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되서 아이밸류요금제로 바꿨구요, 아이폰이랑 노는 것은 재미있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군요. 충전도 아주 자주해야 되고, 어플값도 이것저것 하면 꽤 비싸고 통화품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재미있는 놀이기계 하나 장만했다고 (돈을 많이 잡아먹는) 생각중이예요.

blanca 2010-09-26 23:33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도 ㅋㅋㅋ 저도 핑크 케이스 주문중입니다.^^;; 어플은 무료로만. 와이파이 안뜨면 절대 안쓰려고 하는데 그게 참 뜻대로 안되더라구요. 저도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순오기 2010-09-2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는 나이라는 건 좋지요~
그런 열정조차 시들어버리는 나이대도 있으니까요.
고급 장난감 장만을 축하해요!!

blanca 2010-09-27 13: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 장난감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열정을 갖는 나이. 잠깐 생각하게 되어요.

양철나무꾼 2010-09-27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가을 하늘이 참 좋군요.
아이폰으로 누구나 저정도 담아낼 수 있는 하늘이라면,
저도 아이폰을 함 장만해 볼까요?

blanca 2010-09-27 13:43   좋아요 0 | URL
양청나무꾼님! 저 사진은 제 디카로^^;; 아이폰 사진 찍는 기능은 원래 가지고 있던 폰보다야 훨 낫지만 그래도 아직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함 장만해 보세요. 업무가 당분간은 마비될지도 몰라요^^;;

기억의집 2010-09-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 장만했군요. 좋겠다. 저는 연아폰인데..거의 바보폰 수준이라서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1년 더 가지고 있어야해요. 1년 후에 저도 스~~마트폰 장만할 거에요.손안의 놀이터라고 하던데...님도 그렇군요.

blanca 2010-09-29 22:2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꽤 재미있어요. 또다른 중독의 세계가 열린답니다. 다만 눈이 너무 피로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