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맛이 가고 있다.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여 조선 사절단처럼 신문물을 배우라는 어느 인터넷 까페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트위터에 팔로잉하는 게 어떤 건지 문자를 손끝으로 톡톡 쳐서 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도 함 느껴보고 싶었다. 괜히 초연한듯 했지만 사실 스마트폰 유저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공급자가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그 생경한 느낌이라니. 내일 아이폰4출시 온라인 예약이 오전 여섯 시에 개시된다는데 서버가 다운될지도 모르고 정각에 접속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머리 산발하고 눈곱 띠며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 올리고 아이폰4를 경건한 맘으로 영접해야 된다는 건지. 참 그 분 대단하시기도 하다. 말란다,라고 말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사진기도 하이브리드라고 가벼운 디카와 DSLR 중간 단계가 나왔다는데 기백만 원이다. 허한 마음은 자꾸만 물욕으로 변질된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나에게는 사치이며 낭비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나는 찍어서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큰 건데 출사 나갈 여유도 없을 뿐더러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핸드폰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으니 스마트폰 정도는 괜찮다고 자위하지만 오늘 간 빵집 중년의 미인 아주머니 귀에 달랑거리던 그 검은 꽃 귀걸이가 또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