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맛이 가고 있다.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여 조선 사절단처럼 신문물을 배우라는 어느 인터넷 까페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트위터에 팔로잉하는 게 어떤 건지 문자를 손끝으로 톡톡 쳐서 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도 함 느껴보고 싶었다. 괜히 초연한듯 했지만 사실 스마트폰 유저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공급자가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그 생경한 느낌이라니. 내일 아이폰4출시 온라인 예약이 오전 여섯 시에 개시된다는데 서버가 다운될지도 모르고 정각에 접속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머리 산발하고 눈곱 띠며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 올리고 아이폰4를 경건한 맘으로 영접해야 된다는 건지. 참 그 분 대단하시기도 하다. 말란다,라고 말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사진기도 하이브리드라고 가벼운 디카와  DSLR 중간 단계가 나왔다는데 기백만 원이다. 허한 마음은 자꾸만 물욕으로 변질된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나에게는 사치이며 낭비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나는 찍어서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큰 건데 출사 나갈 여유도 없을 뿐더러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핸드폰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으니 스마트폰 정도는 괜찮다고 자위하지만 오늘 간 빵집 중년의 미인 아주머니 귀에 달랑거리던 그 검은 꽃 귀걸이가 또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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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08-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핸드폰이 맛이 가서 내일 바꾸려구요.
대세에 따르지 않고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폴더폰 사려구요.
스마트폰이 스마트해도 내가 더 스마트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려구요 ㅎ

blanca 2010-08-18 11:4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그러니까 저는 귀가 정말 얇답니다. 저도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팔락팔락. 전혀 주관이 없답니다.--;; 요새 폴더폰 정말 이쁘게 나오더라구요.

... 2010-08-18 14:4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조, 존경합니다. "내가 더 스마트하다" 절대 명언이예요.. ==> 진정x진심 충격적인 한마디. 그럼요, 이매지님이 비교할 수 없이 더 스마트하시죠!!!


다락방 2010-08-18 14:42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이 반하셨다는 댓글이 뭘까 싶었는데 이 댓글이었군요! ㅎㅎ

그럼요. 스마트폰 보다도 이매지님이 더 스마트하죠.
그러나 다락방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스마트해요. ㅠㅠ

... 2010-08-18 14:52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죠. 다락방님보다 더 스마트하게 글 잘 쓰는 스마트폰은 없을 걸요?

꿈꾸는섬 2010-08-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블랑카님의 감성이 참 좋아요.^^

근데 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읽고 너무 실망했어요.ㅜㅜ

blanca 2010-08-18 11:5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래도 김영하 만남 당첨되시면 가실거죠?^^ 저는 하여튼 요새 가지고 싶은 것들이 넘 많아져서...큰일입니다.

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URL
ㅎㅎ당연히 가야죠. 무슨 생각으로 요딴 책을 내놓았나 궁금해요.

마녀고양이 2010-08-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라면 아직 스마트 폰 하지 않을거 같은데요... ^^
한달에 5만원이 기본비인 것도 비싸고, 오류도 엄청 많고.
거기다 스마트 폰은 해킹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 하고.
하지만.........

새로운 문물을 누군가 접해서, 수많은 오류가 고쳐지고, 또한 저한테 가르켜주시는 이점도 있으니
바꾸시는 것도 좋을지도~ ㅋㄷㅋㄷ

blanca 2010-08-18 11:5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안그래도 제 남동생이 최소 한 달에 육만원을 내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아깝긴 해요. 아이폰4 마루타 되는 건가요? ㅋㅋㅋ 사실 이래도 잘 몰라요. 맘만 그렇게 먹고 있어요. 누가 가지고 다니니까 폼나 보이니 나도 함 써 보자, 이런 아주 유치한 심리랍니다.^^;;

비로그인 2010-08-1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음이 허할 때 한 쇼핑 치고 성공한 쇼핑이 거의 없습니다.마음과 물질은 이상한 상관관계를 지녔죠.

전 별셋 회사의 휴대폰에 미친듯이 질려서(여섯 달 안에 세 번 고장, 이쯤되니 지치더이다) 홧김에 아이폰으로 바꿨더랬습니다. 그 전에도 아이폰이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기기 하나로 제 인생이 확 달라지진 않았어요. 뭔가 획기적인 기분전환을, 계속계속, 일평생 찾는 마음입니다.

blanca 2010-08-18 21:5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결심하고 주드님의 아이폰 관련 페이퍼를 정독하고 더 가지고 싶었는데요^^;; 기분전환은 헛된 꿈인가봐요. 오늘 예약도 안하고 해서 제가 올해에 가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맞아요. 이거 하면 뭔가 달라질거야, 하고 가 보면 또 거기에요. 그런게 참...그나마 여행은 기대이상이 가능한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0-08-1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지름신이 살짝 오신건 아닌지...ㅋㅋ
얼리어답터랑은 거리가 멀지만 늘 변두리에서 얼쩡거리는 저로써는 아이폰, 하이브리드카메라.
쥐락펴락의 시간을 오고 간답니다. 쥬드님처럼 홧김에 확...불싸버리고 싶지만 그게 또 한 웅큼만큼의
쾌락을 위해, 그리고 곧 몰려 올 후회때문에 그러고 있네요. 사고 나면 금세 시들해질텐데 말이죠..
그래도 지를 땐 과감히 쿨하게 질러 줘야 하는데....^^
조만간 블랑카님 손에 들린 아이폰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이 얼픈....^.~

blanca 2010-08-18 21:57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세요? 저는 맨날 스스로 물욕이 크게 없다고 자위하다가(명품백 같은) 엉뚱한 데에서 더 큰 지름신이 와버려요. 그러니 물욕이 없다는 건 완전 착각에 허식이지요. 사진 찍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런 건 좀더 고차원적이라고 포장해서. 그래도 역시나 조금 더 좋은 사진, 확 다른 생활을 해보고는 싶어요. 아이폰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stella.K 2010-08-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따라쟁이 2010-08-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 유저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트위터에는 팔로잉 못하고 있구요. 전화받고 전화걸고 문자 받고 문자 보내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기계가 스마트한게 문제가 아니고 유저가 얼마나 스마트 하냐의 문제인것 같아요.

blanca 2010-08-21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그리 되지 않을까 싶어요....트위터가 또 나름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함 해보고 싶긴 해요. 대체 무언가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