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키케로는 기원전 44년에 쓴 <노년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노화로 신체 기능을 잃더라도 세워롸 함께 쌓인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 지적 능력이 그 상실을 보상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 일리는 있지만, 당시 키케로가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는 실재하지 않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정신과 의사들 중에는 나이가 들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너그러워지고 성격도 조금 더 둥글둥글해져서 전반적으로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아주 매력적인 노화의 이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거울 속에 사는 낯선 노인 中)
- P98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을 잃는 것은 큰 아픔이다. (...) 나는 덜 아픈 상실을 위해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첫째는 기억하는 한 잃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과 나누었던 생각들을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나의 일부가 된다. 현실 속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이별한다고 해도 그 관계를 통해서 얻은 것들, 알게 된 것들, 깨달은 것들을 잘 솎아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덜 아픈 이별을 할 수 있따. 다 잃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내 세계가 더 넓어지고 농익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덜 아픈 이별, 가능할까요 中)
- P108
어디까지가 살 만한 갊인지에 대한 대답은 각자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답도 오답도 없고 나다운 대답만 있다. 치료의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면 부작용을 치료하게 돕고, 통증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었다면 더 잘 반응하는 진통제를 처방하기 위해 고심하고, 몸의 통제력을 잃어 고통스럽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따뜻한 노을빛을 즐기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스스로도 알아보지 못하는 삶이라면 그저 당신이 살아만 있기를 바라는 가족을 위해 삶을 유지할 순 없는지 묻는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갈 만한 삶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中)
- P123
아래의 여섯 가지 질문은 그의 남은 삶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다. 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와 병원이 쥐고 있던 삶의 결정권을 당사자에게 다시 돌려주고 남은 삶을 그답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이다.
이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나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신체 기능은 무엇인가요? 지금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다 해결할 수 없다면 무엇을 먼저 해결하고 싶나요? 죽기 전에 꼭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나요? 어떤 치료를 마저 받고 싶으며 그 치료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나요? 집이어야 하나요, 병원이어도 괜찮은가요?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中)
- P126
삶을 잘 정리하고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6개월은 주어져야 한다.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中)
- P128
미국에서는 호스피스 의료진을 ‘죽음의 조산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좁은 산도를 지나는 고통을 통과해야만 삶을 부여받듯 죽어가는 고통을 지나야 죽음을 맞는다. 태어난 이상 삶을 시작하는 고통, 살아가는 고통, 죽어가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완화시킬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이란 그저 덜 고통스러운 삶, 덜 고통스러운 죽음일지도 모른다.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中) - P129
코디는 의사로부터 존엄사를 위한 약을 무사히 처방받아 침대 옆 서랍장에 넣어뒀다. 그 약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죽음을 잠시 잊고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마음이 평화롭다고 했다. (...) 이 약을 다시 언제 꺼댈 것인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달렸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中)
- P164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았던 이들은, 많은 경우에 죽음 역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드러낼 용기를 얻는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中)
- P170
얄롬은 서기 341년에 태어난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지혜를 통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로,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의 상태와 같다고 말한다. 실체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끝이 아닌 ‘시작되기 전‘이라는 관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로 육체의 죽음은 영혼의 죽음을 동반하므로 의식이 떠난 신체는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 죽어서 의실을 잃은 우리는 죽음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두려워할 필요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中)
- P182
매일 밤 담에 들 때 우리의 삶은 잠시 멈춘다. 수술대에 누워 마취를 받고 의식을 잃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흐리지만 우리의 삶은 멈춘다. 그래서 수면과 마취는 일시적이고 가역적인 죽음의 경험이다. 죽음을 미리 연습하며 우리는 삶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초보자를 위한 죽음 안내서 中)
- P205
무엇보다도 ‘행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답에는 개인차가 크다. 정점에 이르는 찰나의 쾌락을 행복으로 정의하는 이도 있고 안전에 대한 욕구, 자아 성취에 대한 욕구, 더 나은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충족했을 때 느끼는 은근하게 지속되는 안정감과 충만감을 진정한 행복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행복할까 中)
- P290
흥미로운 몇 가지 연구들을 살펴보자. 혼자인 사람보다는 결혼한 사람이 행복하고, 결혼한 사람보다는 이혼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연구가 있다.(특히 여성의 경우) 자녀 양육이 생각만큼 그렇게 큰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행복할까 中) - P290
‘자기주도권‘을 갖고 사는 삶도 행복에 중요한 요건이다. 절대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은 관리자급 리더가 말단 직원보다 행복한 까닭도 단순히 수입이 더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주도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행복할까 中) - P292
살면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과 혼자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던 과거의 시간이었다.
(너와 나를 돕는 위로의 기술 中) - P318
죽어가는 사람은 모두 우울할까? 그렇지 ㅇ낳다.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회고하는 이들은 대부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준비할 힘을 낸다.
(곧 죽을 거지만 지금 죽고 싶어요 中) - P320
끝이 보이는 삶이라 해도 살아갈 가치가 없다거나 살아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다. 삶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해줄 수 있으며 남은 시간이 얼마든 관계없이 살아 있는 동안은 어떤 좋은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정상이며, 이것이 좋은 죽음을 맞는 과정이다.
(곧 죽을 거지만 지금 죽고 싶어요 中) - P322
쇠약하고 기능하지 못하는 육체를 겨우 가누면서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가진다는 건 때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곧 죽을 거지만 지금 죽고 싶어요 中)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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