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방정식은 그에게 차분하면서도 생생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무언가가 보일 듯 말 듯한 어둠 속을 나아가다 보면 돌연 어떤 통로가 나타나곤 했다. 공식을 활용하고 절묘한 인수 분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환해지고 평온해졌다. 어떤 명제를 증명할 때면, 처음 도출되는 식은 진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팔딱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감동을 주었고 마지막으로 유도되는 식은 찬란한 기쁨을 주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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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습작을 해왔는데요.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는 창작물을 계속 만들다보니 지겹고 지쳤어요. 어떻게든 결과물이 보이는 작업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물리적 실체가 손에 잡히는 ‘책‘을 선택했어요. 그럼 왜 기성 출판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독립 출판을 시작했느냐면..... 빨리 내고 싶었어요. 출판사에 투고하고,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그 지난한 과정을 기다리는 게 싫었어요. 피드백 없는 외로운 작업에 지쳐 있었거든요.
각종 공모전에 도전했다가 탈락했던 경험도 영향을 주었어요. 내 창작물이 독자를 만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소수 의견에 연달아 부정당하는 경험이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저 자신의 창조적 자존감을 지킬 결과물이 필요했습니다. (서귤,「매일 책을 만들면 작가인 겁니다」中)- P110

마지막으로는, 아무래도 이게 근본적인 것 같은데, 표현 욕구예요. 저는 알아요. 제가 생각이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살기 위해 책을 통해서 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서귤,「매일 책을 만들면 작가인 겁니다」中)- P112

목표를 좀 낮게 잡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저는 목표를 낮게 잡고 그것을 달성하면 저 자신에게 보상을 줘요. 가령 하루에 30분 꾸준히 작업하기. 일단 퇴근하고 책상 앞에 앉기만 해도 성공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렵잖아요. 그렇게 목표를 어마무시하게 두 시간 작업으로 잡지 말고 30분만 잡고 저를 어르고 달래는 거죠. (...) 막상 책상에 앉으면 한 시간은 글을 쓰게 되거든요. 그렇게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나를 속이고 달래면서 작업하는 거예요. (서귤,「매일 책을 만들면 작가인 겁니다」中)-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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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그 고통을 약하게 하려고 안감힘을 쓴다. 무엇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집과 가족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은 너무나 간절해서 그리워하는데 자기 자신을 완전히 소진시키고 말 정도가 된다.
그런 다음에는 혐오감이 찾아온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혐오감, 심지어 그저 생긴 모양에서도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P52

만약 그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시련이 주는 의미일 것이다.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시련과 죽음 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이는 폭넓은 기회 - 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 를 제공한다.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있고, 헌신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자기 보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동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P122

언젠가 병에 건린 한 젊은이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편지에서 젊은이는 친구에게 방금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수술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그 젊은이는 언젠가 자기가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아주 용감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죽음을 그렇게 의연하게 맞는 것이 인간으로서 참 위대한 성취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제 운명이 자기에게 그와 똑같은 기회를 주었다고.- P123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P138

수용소에 처음 들어온 한 동료가 하늘에 이런 기도를 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고난과 죽음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런 종말로부터 구원받도록 해달라는 기도였다. 이런 사람에게 고난과 죽음은 의미 없는 것이다. 그의 희생은 아주 심오한 의미를 지닌 희생이다. 그는 헛되게 죽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P148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최종적인 의미 역시 임종의 순간에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최종적인 의미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의미가 각 개인의 지식과 믿음에 최선의 상태로 실현되었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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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자살자>는 개성화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다시 말하자면 인생의 목적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완성과 실현에 있지 않고, 자신의 해체, 즉 어머니에게로, 신에게로, 전체에게로 돌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 그들은 삶에서가 아니라 죽음에서 구원을 보며, 자기 자신을 바치고, 내던지고, 지워버리고, 시원(始源)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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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노력하게. 자네가 한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야하네. 하느님이 과연 나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혹은 내가 상상하는 하느님이 도대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따위의 생각에 골몰해서는 안 되네. 나의 노력이 유치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 우리가 기도를 바치는 그 분에 비하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유치하게 마련일세. 묵상을 하는 동안에는 이런 터무니없는 유치한 생각일랑 완전히 금해야하네. 주기도문과 성모 찬송을 입으로 외면서 그 말씀의 뜻을 깊이 새겨 스스로 충만해지도록 해야하네. 가령 노래를 부르거나 류트를 연주할 때 어떤 딴 생각이나 사변을 좇지 않고 음 하나하나와 손가락 놀림 하나하나도 최대한 순수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애쓰듯이 말일세.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이 노래가 쓸모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노래에만 열중하는 법이지. 기도도 바로 그렇게 해야하네. (제18장, 139p.)

그는 친구에게 눈으로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려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이렇게 속삭였다. ‘그런데, 나르치스, 자네는 나중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작정인가? 자네한테는 어머니도 없잖아?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법일세. 어머니가 안 계시면 죽을 수도 없어‘
그 뒤에 중얼거린 내용은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 나르치스는 밤낮없이 친구의 병상에 붙어 앉아 친구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골드문트의 마지막 말은 그의 가슴속에서 불처럼 타올랐다. (제20장, 177~4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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