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를 환영하고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건 멋진 일이다. 변화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뭔가에 의존하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뭔가를 끊고 버리고 포기한 이후엔 항상 이걸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했다. 그 후회는 방만함이나 낭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진작 더 가벼워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버릴수록 풍성해진다 中>

- P58

가족끼리 모여 먹은 할로윈 캔디가 나중에 당뇨병의 원인이 될지, 가족과 보낸 즐거운 시간이 면역력을 높여줄지, 알 수 없다. 삶이 그렇다. 그 불확실함을 사랑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을 방지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나쁜 일은 생기겠지만 그래도 삶의 구석구석을 만끽해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그렇게 살았을 삶을 사는 게 목적이니까.

<무엇보다 기쁨으로 먹는 것 中>

- P64

누구든 한 번의 인생을 사는데,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의 선택을 쌓아가는 일이다. 선택이란 오로지 하나를 택하는 것인데 자연히 버려진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 가지 않은 길 말이다. (...) 하지만 그들조차도 무수한 가능성 중 단 하나의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보지 않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그들은 할 말이 있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이 든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겠다는 치기 어린 반항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정한 겸허한 태도를 만나게 된다. 인생의 성공과 완벽에 대한 기준을 버리는 것이다. 인생은 그저 사는 것이지 ‘잘‘ 살아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아무도 ‘잘‘ 살 수가 없다.

<가르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中>

- P106

돈이 쌓이기만 하면 됐다. 돈은 안 쓴 만큼 정확하게 쌓였다.
돈이 주는 행복은 이토록 정확하고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 모든 일은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데, 돈을 모아서 대출금 통장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일은 극치의 행복이었다. 그토록 확실하게 행복을 손에 쥐었다고 확신했던 시간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돈의 기쁨과 슬픔 中>

- P143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던 20대 후반에도 나는 먼저 한 가지를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아이를 낳든, 나는 아이를 최고로 키우지 못할 것이다. 대단한 부자도 아니고, 인격이나 지혜가 딱히 월등하게 훌륭하지도 않고, 뚜렷한 사회적 명예나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어떻게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그래도 아이를 낳았던 건 나도 아이도 누군가의 눈에는 불쌍하게 비치고 후회도 하겠지만, 산다는 것 자체가 꽤나 좋은 일이라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욕 앞에서 나를 지키는 시선 中>

- P162

동생에게 지금이라도 내가 왜 결혼했는지, 나의 진짜 목적이 뭔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혼자 벌 때도 경제적 수입은 넉넉했던 동생이 결혼한 것은 정서적 동반자를 원해서일 수도 있고 제도권에 속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아기를 같이 기를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
"일단 남편한테 네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려. 그러고 나서도 남편이 행동을 안 바꾸면, 그때 네가 선택하면 돼. 서너 달에 한 번 소리 질러도 결혼에서 네가 원하는 게 충분하면 그냥 참기로 결정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걸 얻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게 아니면, 누가 뭐라고 하든 이혼해버려. 그러니까 이제라도 이 결혼에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거랑 남편이 소리 지르는 거랑 비교해서 네 마음대로 결정하면 돼."

<삶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中>

- P187

그를 향한 과도한 처사를 보면 어쩐지 유태인 사회 전체가 그를 두려워한 것처럼 느껴진다. 피가 낭자한 종교개혁을 이끈 사상가들과는 달리, 그는 정치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논쟁을 즐기기는커녕 겸손하고 조용했다.(...) 그가 조용히 신을 부정하는 것이 불러온 공포감은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그 사실보다 더 중요한 의문을 던진다. 바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 스피노자는 인간의 행위에 개입해 도덕적인 판단을 하는 대신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오로지 인간 내면에서 나오는 힘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의 매 순간을 그의 철학으로 만들었다.

<삶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中>


- P193

스피노자가 삶의 매 순간 추구하고 획득했던 자유를 상상하면 그의 철학의 핵심 개념인 ‘실체‘와 ‘양태‘가 쉽게 다가온다. 실체는 변하지 않는 것이고 양태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걸 말한다. 시시콜콜 인간사에 간여해서 분도하고 상 주고 벌주는 신이 아니라, 자연이나 거대 우주처럼 영속하는 하나의 원리로서 신은 실체다. 그리고 인간은 영속하지 않으니 양태다. 인간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 가운데서 신, 혹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내면의 이성을 써야 한다. 그것이 자유다. 신에 대한 사랑은 가능하지만 신에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이라고 했다. 신에 대한 사랑은 곧 자연에 대한 탐구였다.


<삶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中>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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