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교회당 (황인숙)


서울역 철로 위 염천교 건너면
구둣방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발목 시큰한
하이힐들이 맵시 뽐내는 가게도 있고요
구둣방들 저마다
뚜벅뚜벅 또각또각 소리 삼키고 구두들이
우직히 임자를 기다립니다
그 거리 끝 횡단보도 앞에서 보았습니다
나무들 울창한 언덕 위
뾰족지붕 교회당
오후의 햇빛 아래 나뭇잎들 일렁이고
내 마음 울렁였습니다
살랑 살랑 살랑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살랑입니다
신호등이 몇 번 바뀌도록 멈춰 서
언덕 위 교회당을 바라봤습니다
먼지처럼 자욱한 소음 속
우뚝 솟은 언덕 위 교회당
첨탑 끝 하늘 그 너머로
내 마음 내닫습니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수 켤례 구두 닳도록 지난 길 되돌아가는
그립고 먼
언덕 위 교회당.


황인숙, <리스본 행 야간열차>, 문학과 지성사 pp. 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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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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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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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3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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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0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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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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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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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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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할 일이 많았던 주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퇴근해서 저녁 먹고 내내 숙제를 하고 나니 새벽 두 시 반.
수면 부족으로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내일이 피곤하다.
몇 년 만에 보는지라 반가워야 할 친구도 하필 이런 최악의 타이밍을 잡아 술을 마시자고 채근이질 않나.
썩은 어금니는 어금니대로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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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09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좀 쉴 수 있으셔야 할텐데요. 저는 설연휴에 시할머니댁, 시댁, 외가 다 돌고 모든 의무를 마치고 난 토요일 새벽 두시 십분입니다..

검둥개 2008-02-09 02:31   좋아요 0 | URL
아, 구정이군요. 그것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네요.
이 곳은 삼일째 눈비가 내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 삼사일 비슷한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랍니다.
맛난 음식이라도 많이 드셔요. ^^
 





  '2008 영어 괴담'…李 영어정책 풍자 봇물
  인터넷소설·웹툰·합성까지…"인수위 영어에 홀렸나"
 
  2008-02-01 오후 12:29:41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풍자가 인기다. 영어 교육을 실시해야할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채 "영어 잘하는 나라가 잘산다"는 식의 강변만 늘어놓는 인수위원회에 어이없어 하는 세간의 반응을 그대로 드러낸 것.
  
   한 포털 사이트의 웹툰에서는 영어로 영어 수업을 하는 학교의 풍경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가 하면,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인사들의 얼굴과 영화 포스터를 합성한 패러디 물도 나왔다. 또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 등에 '마지막 수업', '퀴리부인' 등을 패러디한 상황극을 올리고, 이 정책을 비꼰 퀴즈도 나왔다.
  
  "파헤칠 수록 꼬여만 가는 여의도 콩글리쉬 사건"
  
  인기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는 영화 포스터와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물이 올라왔다. 누리꾼 '오얏나무' 씨는 이 그림을 올리며 "인수위의 즉흥적이고 갈팡질팡으로 내 놓은 정책에 많은 사람들이 신물이 난다고 한다"며 "외국어는 교육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영어 교육 강화 방안' 패러디

  한편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를 연재하는 웹툰작가 김규삼 씨는 지난 28일 '잉글리쉬 해저드'라는 만화를 올렸다. 대학 입시만이 최선의 목표로 생각하고 극단의 경쟁을 강요하는 한국의 고등학교에 대한 풍자를 주요 컨셉으로 잡고 있는 이 만화는 이번 화에서 "공상 과학 만화"라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제시했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158화'의 일부분. ⓒ네이버

  머지않아 '한국판 마지막 수업'이 온다?
  
  
한편 블로그 전문사이트인 '이글루스'에서 유명한 누리꾼인 '기불이' 씨는 자신의 블로그 '모기불통신'에 '퀴리부인'과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를 패러디해 '영어 몰입교육 후 학교 풍경'이라는 글을 올렸다.
  
  " 영어 수업의 압박이 너무나 심해서 마규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몰래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교실에서 사회 과목을 배우고 있을 때 교실의 벨이 세번 울렸습니다. 교육과학부 관리가 시찰을 나왔다는 신호였습니다.
  
  학 생들은 재빠르게 한국어 교과서를 감추고 영어교과서를 책상위에 올렸습니다. 잠시 후 관리가 교실에 들어와서 선생님에게 학생 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명령했습니다. 마규리는 '오, 하느님, 제발 제가 뽑히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속으로 빌었으나 선생님은 마규리를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마규리가 가장 영어를 잘 했기 때문입니다. 교육과학부 관리는 마규리에게 물었습니다.
  
  "Who is the president of Korea?"
  
  마규리는 모욕감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이를 꽉 물고 대답했습니다.
  
  "He is 2MB the Great, sir."
  
  교육과학부 관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교실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마규리는 선생님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안겼습니다.
  
  "오, 선생님, 저는 한나라당이 싫어요!"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까 나갔던 교육과학부 관리가 들어와 입을 찢…"

  
▲ 이명박 영어 교육을 풍자하는 퀴즈.

  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패러디한 소설도 버전이 여러가지다. 주인공도 '철수', '고삼' 등 여러가지지만 공통적인 것은 수업이 마지막임을 알리는 선생님의 멘트다.
  
  "여러분, 이것이 내 마지막 수업이에요. 인수위에서 모든 수업 시간에 영어로만 가르치라는 지시가 내렸어요. 내일 새 선생님이 오십니다. 오늘로서 국어 공부는 끝입니다. 명심해 들어요."
  
   
 
  채은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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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근 일 년여간 영화관에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주 큰 맘 먹고 영화관에 갔다.
정작 보려던 코엔 형제의 영화는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블록버스터 1위라는 <클로버필드>를 봤는데.

음, 극장에서 토하는 줄 알았다.

정체불명의 괴물에 포위된 맨하탄을 핸드헬드 카메라만으로 커버하는 영화라,
영화의 사실성이 관람의 불편함으로 직결된다.

이런 종류의 괴수영화야말로 사실 진짜 호러영화.
영화 보는 내내 나 사는 아파트 건물이 혹시 정체모를 괴수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될 정도였다.
반면 남의 고통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호러영화로서는 감점.

호러영화의 득세는 최근 십년간 할리우드에서 지속되어 온 경향.
세상사에 대한 통제력을 예저녁에 상실한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꾸준히 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데다가  9/11의 충격까지 가세해
발 아래의 현실이 (그들은 도통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화 속에서 손에 잡힐듯이 생생하다.
 
영화 전체는 미 국방성의 극비자료로 포장되어 제공되고
영화 속에선 돌연히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의 하나인 맨하탄을 식은죽 먹듯 파괴하는 괴물이
어디서 왔는지 뭔 종류인지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에 대한 아무런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우왕좌왕 도시를 탈출하며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저게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바다 밑에서 솟은 게 틀림없어. 바닷 속엔 온갖 것들이 다 살고 있다잖아."

발빠른 사람들은 도시가 봉쇄되기 전에 탈출해나가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운이 좋지는 못하고
운이 없는 자는 죽는다.
오버.

이것이 신 21세기 예술의 특징일까?

혼란--죽음--오버.

참, 영화 속 괴물 이름은 뭐더라?
그게 바로 클로버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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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2-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려던 코엔형제의 영화가 궁금해요.

검둥개 2008-02-04 22:29   좋아요 0 | URL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영화였어요.
Cormac McCarthy의 소설의 영화버전이구요.
아무래도 디비디로나 보게 될 것 같아요. ^^

비로그인 2008-02-0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이 영화는 멀미난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네요 ㅎㅎ

검둥개 2008-02-04 22:30   좋아요 0 | URL
Manci님도 고생 좀 하셨군요.
전 정말 괴로웠어요 ㅎㅎ
아이맥스로 봤더라면 어쩔뻔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