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교회당 (황인숙)
서울역 철로 위 염천교 건너면
구둣방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발목 시큰한
하이힐들이 맵시 뽐내는 가게도 있고요
구둣방들 저마다
뚜벅뚜벅 또각또각 소리 삼키고 구두들이
우직히 임자를 기다립니다
그 거리 끝 횡단보도 앞에서 보았습니다
나무들 울창한 언덕 위
뾰족지붕 교회당
오후의 햇빛 아래 나뭇잎들 일렁이고
내 마음 울렁였습니다
살랑 살랑 살랑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살랑입니다
신호등이 몇 번 바뀌도록 멈춰 서
언덕 위 교회당을 바라봤습니다
먼지처럼 자욱한 소음 속
우뚝 솟은 언덕 위 교회당
첨탑 끝 하늘 그 너머로
내 마음 내닫습니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수 켤례 구두 닳도록 지난 길 되돌아가는
그립고 먼
언덕 위 교회당.
황인숙, <리스본 행 야간열차>, 문학과 지성사 pp. 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