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 일 년여간 영화관에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주 큰 맘 먹고 영화관에 갔다.
정작 보려던 코엔 형제의 영화는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블록버스터 1위라는 <클로버필드>를 봤는데.

음, 극장에서 토하는 줄 알았다.

정체불명의 괴물에 포위된 맨하탄을 핸드헬드 카메라만으로 커버하는 영화라,
영화의 사실성이 관람의 불편함으로 직결된다.

이런 종류의 괴수영화야말로 사실 진짜 호러영화.
영화 보는 내내 나 사는 아파트 건물이 혹시 정체모를 괴수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될 정도였다.
반면 남의 고통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호러영화로서는 감점.

호러영화의 득세는 최근 십년간 할리우드에서 지속되어 온 경향.
세상사에 대한 통제력을 예저녁에 상실한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꾸준히 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데다가  9/11의 충격까지 가세해
발 아래의 현실이 (그들은 도통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화 속에서 손에 잡힐듯이 생생하다.
 
영화 전체는 미 국방성의 극비자료로 포장되어 제공되고
영화 속에선 돌연히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의 하나인 맨하탄을 식은죽 먹듯 파괴하는 괴물이
어디서 왔는지 뭔 종류인지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에 대한 아무런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우왕좌왕 도시를 탈출하며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저게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바다 밑에서 솟은 게 틀림없어. 바닷 속엔 온갖 것들이 다 살고 있다잖아."

발빠른 사람들은 도시가 봉쇄되기 전에 탈출해나가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운이 좋지는 못하고
운이 없는 자는 죽는다.
오버.

이것이 신 21세기 예술의 특징일까?

혼란--죽음--오버.

참, 영화 속 괴물 이름은 뭐더라?
그게 바로 클로버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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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2-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려던 코엔형제의 영화가 궁금해요.

검둥개 2008-02-04 22:29   좋아요 0 | URL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영화였어요.
Cormac McCarthy의 소설의 영화버전이구요.
아무래도 디비디로나 보게 될 것 같아요. ^^

비로그인 2008-02-0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이 영화는 멀미난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네요 ㅎㅎ

검둥개 2008-02-04 22:30   좋아요 0 | URL
Manci님도 고생 좀 하셨군요.
전 정말 괴로웠어요 ㅎㅎ
아이맥스로 봤더라면 어쩔뻔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