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외국어로는 언제나 너무 추상적이고 모국어로는 너무 원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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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2-04-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검둥개님 진짜 천년만 ㅜㅜㅜ 어떻게 지내세요??
저도 요즘 자주 못들어오는데 너무 반가워서 댓글 남기고 가요!!!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이사가셨었죠? 아직도 마이애미에 계세요?

검둥개 2012-04-17 09:45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저도 무지 반가워요! 진짜 천년만이죠? ^^ 아직도 마이애미에 있답니다.
 

오늘 저녁이 먹기 싫고 -최승자 오늘 저녁이 먹기 싫고 내일 아침이 살기 싫으니/ 이대로 쓰려져 잠들리라,/ 쥐도새도모르게 잠들어버리리가./ 그러나 자고 싶어도 죽고 싶어도/ 누울 곳 없는 정신은 툭하면 집을 나서서/ 이 거리 저 골목을 기웃거리고,/ 살코기처럼 흥건하게 쏟아지는 불빛들./ 오오 그대들 오늘도 살아 계신가,/ 정처없이 살아 계신가./ 밤나무 이파리 실뱀처럼 뒤엉켜/ 밤꽃들 불을 켜는 네온의 집 창가에서/ 나는 고아처럼 바라본다./ 일촉즉발의 사랑 속에서 따스하게 숨쉬는 염통들,/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애인들의 배를 베고 / 여자들 남자들 하염없이 평화롭게 붕붕거리지만/ 흐흥 뭐해서 뭐해, 별들은 매연에 취해 찔끔거리고/ 구슬픈 밤공기가 이별의 닐리리를 불러대는 밤거리/ 올 늦가을엔 새빨간 루즈를 칠하고/ 내년엔 실한 아들 하나 낳을까/ 아니면 내일부터 단식을 시작할까/ 그러나 돌아와 방문을 열면/ 응답처럼 보복처럼, 나의 기둥서방/ 죽음이 나보다 먼저 누워/ 두 눈을 멀뜽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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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1-07-1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오랫만이네요.
저도 요즘은 잘 접속하지 못하는데, 간만에 접속했더니 님의 글이 올라와있네요.
 


Algis Burdys의 짧은 1960년작 공상과학 소설 <악한 달 Rogue Moon> 을 드디어 다 읽었다. 재미가 별로 없는 책을 영어로 읽으면 영 주인공 이름도 헷갈리고 (과학자가 혹스던가 스포츠맨이 혹스던가?) 줄거리도 잘 요약이 안 될 뿐더러 과연 재미 없는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좋겠는가 그만 용기 있게 포기하고 보다 읽는 보람이 있는 다른 책으로 건너뛰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의심과 회의에 책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위키피디아에서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히야, 내용이 그야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위키피디아 한 페이지를 읽고 마는 것인데!

1960년의 공상과학 소설답게 이 소설의 배경은 달이며, 전제는 달에 설명이 불가해한 일종의 돔 같은 (책 표지를 참조하시라) 물체가 있으며 누구든 그 안에 들어가서는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다.

천재 과학자 혹스는 이 물체를 연구하는 정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데 그의 연구에 따라 소설이 시작하는 시점에 미국 정부는 이미 일정 수의 해군 과학자들을 달에 보내놓은 상태다. 그 해군 과학자들이 달에 도착한 경로는 입자 전송기를 통해서인데 이 전송기가 지상의 인간을 그대로 카피해서 복제판을 달에서 새로 제조해낸다. 이런 이유로 일단 복제되면 지상의 엑스씨와 신체상태와 정신상태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제 2의 엑스씨가 탄생하는 것이다.

혹스가 부닥치는 곤란은 이 불가사의의 물체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든 곧 몇 분 안에 즉사하고 (복제판) 지상에 남은 오리지널들은 그 죽음의 경험 때문에 (이 두 신체는 정신상태를 한 동안 공유한다) 실성하여 그나마 경험한 그 몇 분 동안 얻은 지식조차 혹스의 팀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스가 일하는 회사의 인사부장, 코닝턴의 아이디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그런 일종의 사이코를 찾아서 달에 보내보자는 것. 그런 사이코로 선정된 이가 바커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이코 바커는 무수한 죽음을 거쳐가면서 반복되는 전송을 통해 조금씩 달에 존재하는 이 불가사의한 물체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 간다.

문제는 바커가 드디어 이 도전에 성공하여 이 물체 안으로 진입했다가 살아서 온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복제된 달 위의 바커가 살아 있으니 지상의 바커와 함께 이제 세계엔 두 바커가 존재한다.
(내가 그 전송기 어쩌고 하는 부분을 읽을 때부터 이 순간을 걱정했건만은, 아니나 다를까!)

버지스의 소설 막판 처리는 좀 실망스럽다.
마지막 전송에서 바커와 함께 달에 도착한 과학자 혹스는 설상가상으로 백퍼센트  personal identity를 보존한 채 달에 전송되어 오는 건 가능하지만 그 역 (지상에 돌아가는 것)은 달에 충분한 장비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불가능하다고 털어놓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혹스는 이 고백을 남기고 달에서 자살한다. 공상과학소설을 통해 철학적 소재를 탐구하려는 시도는 가상하지만...

아, 썰렁하여라!

앞으로 삼돌이의 책 추천은 (특히나 사놓고 본인은 채 안 읽은 책들)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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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9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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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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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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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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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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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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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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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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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보통 40분, 퇴근길은 55분에서 한 시간이 걸린다. 마이애미로 이사를 올 적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으니 운전을 해야만 할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막상 삼돌이의 차를 빌려 통근을 시작하자 우아하게 드라이브해서 출근하는 (마을버스-지하철-시내버스 컴비네이션과 대조해 볼 때) 직장인이라는 환상엔 순식간에 금이 갔다. 길거리에 차는 왜 이렇게 많으며 정체는 왜 이렇게 심하며 왜 이렇게 집에 가는 길은 한도 끝도 없이 오래 걸리는 것인가.

그렇다고 서울에서 통근할 때처럼 버스에서 내려 집에 걸어가는 길에 떡볶이/순대집에 들르는 기쁨 같은 것도 없는 이 썰렁하고 외로운 퇴근길. 구직의 기쁨도 출퇴근의 피로와 짜증에 묻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조금 다른 경로를 발견했는데, 이 경로를 따르면 출퇴근길이 종종 5-10분 정도 절약이 되는 것이었다. 첫 며칠은 히히낙낙했으나 곧 절약되는 그 5-10분을 당연하게 치기 시작했다. 출근길이 35분 이상 걸리면 열을 내고, 퇴근길이 45분 이상 걸리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경로를 고수했더라면 겁나게 운이 좋았을 기록이건만은.  설상가상으로 절약되는 시간을 당연지사로 치면서 집을 떠나는 시간을 슬슬 늦추기 시작해서 일곱시 십분이면 부랴부랴 떠나던 것을 일곱시 이십분으로 이십오분으로 미루면서 게으름을 부린다. 이러니 차가 막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각, 눈치가 보이기도 하려니와 괜시리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고, 아침부터 기분이 꿀꿀이죽이다.

아, 이 간사한 마음을 어찌할꼬.

어쩌다가 발견한 이 진주 목걸이, 걸고 보니 내 목이 돼지 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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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심판 (성미정)



내 마음엔 심판이 살고 있다 그는 꽤 까다로운 편이다
한 번의 반칙도 눈감아주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
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얹혀사는 주제에 왜 내 편을 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판정을 무시한 채 경
기를 계속하면 야구가 잘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이 왠지
찜찜하다 그렇다고 그가 엄격한 건만은 아니다 때론 경기
장의 심판들에게 승복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날 그
는 날 위로해준다 그는 칭찬엔 인색하지만 위로는 아끼지
않는다 나는 순식간에 판정을 뒤엎고 속보이게 편파 판정
을 하는 경기장의 심판들보단 그를 믿는다 그의 말에 귀
기울여서 손해본 적은 없다 이젠 그가 내 마음에 사는 게
든든하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내 편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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