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도 관습” 헌소 추진
[한겨레 2004-10-24 18:39]
[한겨레] 헌재 위헌결정 보고 “옳거니”
업주들, 처벌특별법 법적대응

전국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이 ‘성매매 처벌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 전국연합’(한터)은 ‘관습적으로’ 용인돼온 성매매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터는 24일 자율적으로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및 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은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성매매처벌 특별법 개정안과 함께 헌법소원 등 법적인 대응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강현준 한터 사무국장은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그동안 관습적으로 용인돼 온 성매매도 하루 아침에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며 “자문 변호사에게 법률적인 검토를 받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면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터는 또 서울 용산과 미아리, 대구 등 전국 성매매 여성들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업소에 나와 영업은 하지 않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에서는 지난 23일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할 뿐 감금이나 갈취가 없다”는 안내문을 업소 벽에 붙여놓은채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였다. 이는 경찰의 특별단속이 끝난 지난 22일 자정 이후 서울 하월곡동 88일대 ‘미아리 텍사스’ 등에서 영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처벌을 우려한 남성들이 업소를 찾지 않아 정상적 영업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 사무국장은 “애초 예상과 달리 경찰의 집중 단속이 끝난 뒤에도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침묵시위가 끝난 뒤 전국 여성 대표 40~50명이 죽음을 각오한 대규모 단식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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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0-2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관습으로 하는 게 합헌이라면, 남녀평등법도 사실 위헌이죠. 첩도 허용해야 되구요... 하여간 말이 안되는 결정을 내려놨어요. 이 한방으로 헌재의 권위는 많이 추락했다는 게 제 생각입다.

진주 2004-10-2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는 문구가 넘 무쩌워여~~~~~~@@




비로그인 2004-10-2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매매 뿐만 아니라 호주제, 고려장, 연좌제까지... -_-;;; 모든 것은 관습으로 허락되지 않을까나 싶네요 -_-

호랑녀 2004-10-2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되었든, 관습이라는 말은 개혁과는 정 반대되는 개념이니, 개혁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후...

수수께끼 2004-11-0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묵묵부답입니다......
 

도서바자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서바자... 그에 대한 얘기는 내일 결산 후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알라딘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잠시 들어왔다.

문제의 발단은 이 책, 밥데기 죽데기였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책인데, 11월 초에 실시하는 독서퀴즈대회의 책으로 선정해 둔 터였다. 책은 진짜 재밌고 유익하다. 과연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이랜다. 그래서 바자회의 도매업자가 구하지 못한댄다. 헉... 내가 독서퀴즈 책을 고를 때 절판 여부까지 알아낼 수 있냐고요.

물론 검색을 했었다. 알라딘에서. 거기, 절판이라고 안 나왔었다.

어쨌든, 도서바자회를 시작했는데 이 책이 안 깔렸다.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 전날까지 가져오겠다고 큰소리치던 업자는 전화도 피하고, 나만 발을 동동 구르다 알라딘에 전화했다.

재고가 30권 남아 있단다.

일단 전부를 퀵서비스로 받았다. 물론 퀵 비용은 바자회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오전에 통화하고 점심시간에 택배를 받았으니 정말 예술이었다.

물론, 다른 사이트에서도 시도했다. 다른 도매업자에게도 전화하고... 모두 안 됐다.

미리 도서대금을 받지도 않고 그렇게 서비스를 해 준 알라딘...

정말 고객감동이었다.

땡큐~ 알라딘.

(그나저나, 이 책 다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5학년짜리들이 벌써 머리 굵어져서 독서퀴즈 같은 건 무시해버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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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10-2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끝나길 바랍니다.
호랑녀님 화이팅!!!

로드무비 2004-10-2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남으면 제가 두어 권 살게요.^^
권정생 선생님 팬이거든요.

숨은아이 2004-10-2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마태우스 2004-10-25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고 유익한데 왜 절판이 되었을까요.... 그런 책은 당장 안팔려도 절판시키지 말아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호랑녀 2004-10-2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 팔았습니다.
결산하고, 지금 퇴근했습니다.
만화책 없이(들녘의 조선왕조실록 빼고) 판 것 치고는 잘 팔았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도서관에 기증을 170권 정도 받았습니다. 도서바자회에 깔린 책 중에 도서관에 없는 책들을 세 권씩 따로 모아서 테이블 하나에 차려놓고 기증을 받았거든요. 물론 제가 제일 먼저 하구요.(사라 스튜어트의 도서관 그림책을 3권 기증했습니다. 20% 할인된 가격이라 저렴했죠.)
그리고 기증한 친구들에겐 도서기증서를 주고(헌혈증서 같은), 책 맨 앞엔 아이 이름을 써서 기증 도장도 찍어줬답니다.
정작 아이들은 용돈 모아 기증을 하는데, 선생님들의 호응이 적어서 참 실망스럽기도 했어요.50여 분 되는 교직원 중에 교감선생님, 담당선생님, 연구부장님, 그리고 한 선생님. 이렇게 딱 네 분이 기증하시더라구요. 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왕따인 모양이여요.ㅠㅠ

좋은 책으로만 바자를 해도 잘 팔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건 실패했지만, 그래두 기분은 뿌듯하네요. 홀가분하게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요 ^^

호랑녀 2004-10-2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 사이에 마태우스님이 다녀가셨네요 ^^
담주쯤에 아마 컬러로 해서 새판으로 나오는 모양이에요. 요즘은 내용은 변하지 않은 채, 대충 표지만 바뀌어서 새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수수께끼 2004-11-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알라딘에 책이 없다고 했었군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기증 안하신 다른분들께 원망하지 마시고 기증해주신 4분께 감사드리세요^^
 

후임을 뽑는 공고를 냈다.

아무도 안 온다.

어디에 내셨냐고 해서 찾아다 사서들이 즐겨 가는 페이지에 내려고 봤더니........

헉, 사서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사서교사 자격증 그거... 사실 별로 많지 않다. 문헌정보학(내가 대학다닐 때는 도서관학)을 4년 전공해야 하고, 교직 이수도 해야 한다. 그런데 전혀 쓰임새가 없었던 그 자격증은, 우리 때 공부 잘 했던 애들도 별로 하지 않았다. 다소 소심해서 어디다 써먹을지 모르니 무조건 따 두자 했던 친구들이랑, 나처럼 교대를 가고 싶어했는데 내 학비를 댈 분들이 안 보내주셔서(그건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ㅠㅠ) 그 한풀이로 교직을 이수했던 부류들이 있었을 뿐이다. 아, 그리고 공주사대 출신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아, 내 친구도 있다. ~꿘이었던 내 친구는 거의 수업을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성적은 괜찮아서 교직이수의 자격이 되었다. 자기는 교직 이수하기 정말 싫은데, 순전히 자기가 노트를 빌려야 하는 내가 교직을 이수하기 떄문에 따라했다. 아직도 나 때문에 자기 학점이 엉망이라고 궁시렁댄다. 헉, 4년 내내 노트 빌려주고, 노트 서머리해주고...그때는 '내가 니 덕분에 졸업한다'라고 하더니만.

어쨌든, 그 자격증 가진 사람 구하기 쉽지 않을 거라 말씀드리고, 나도 여기저기 퍼다 두었다.

그런데...

어제 하루 무려 8군데서 전화가 왔다고 하고, 전화 안한 채 이력서 들고 찾아온 사람도 댓 명이란다.

교감선생님은 엄청 당황하셨다.

저, 나는 어떤 사람이 잘 할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니까 혹시 조언을 좀 해주실랍니까?

이러시면서 보여주신다. 두세 명 오면 뽑겠는데 너무 여럿이 오니 도대체 뽑질 못하시겠단다.

제가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겠다고 말씀드리면서도 흘낏 보니, 이력서가 화려~하다. 현직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런저런 자격증을 엄청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사서교사는 아니지만 사서자격증은 다 있다.

갑자기, 내가 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생각했다.

취업란이 대단한가 보다.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계약직을 놓고도 이렇게들 박이 터지니 말이다. 남편은, 그 자리 권리금 받고 팔아란다 ^^

그만 두려니 갑자기 학교도서관의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가슴 한 켠이 아릿하기도 하고, 괜히 걸래들고 다니면서 책상을 박박 문지르기도 한다. 겨우 16개월 일했으면서 40년 일하고 정년퇴직하는 것처럼 온갖 감정은 다 잡는다...ㅠㅠ

그동안 벌어진 일이야 정말 하루하루 전쟁이었지만, 그 기억들이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아이들 하나하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한동안 좀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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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2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란 것이 그렇게 요기롭지요. 아프고 슬픈 기억은 싹 지우고 좋은 장면만 계속 보여주는....
이왕 결정하셨으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에이, 씨워언하다!"고 나오세요. 나중에 분명, 더 좋은 기회가 생길거예요.
(그리고 권리금...ㅎㅎ 그거, 발상 죽이네요.^^)

로드무비 2004-10-2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 마쳐놓고 왜 그만두시려고요.
어련히 알아서 하신 결정이겠습니까마는 조금 아쉽네요.^^

2004-10-20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10-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결정하고 나서는 절대 돌아보지 마세요 님 결정이 아마 옳을 겁니다.

숨은아이 2004-10-2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도 그렇고요, 글을 읽다 보면 영화처럼 스르르 그림이 떠오르는데, 참 아름답고도 슬퍼요. 이렇게 아름다운 느낌 안겨주신 호랑녀님께 좋은 일만 있기를.

호랑녀 2004-10-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2월까지 일할 거, 넉달 일찍 그만 둔 건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은 섭섭한 마음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군요.
진우맘님,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기회는 아이들과 함께 할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실 우리애들 너무 방치했거든요.
로드무비님... 우리학교 선생님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셔요. 이제 바쁜 일 다 끝났구만 왜 관두냐구요. 그런데 전 그냥 팔잔가보다고 얘기했어요. 바쁠 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었지요. ^^
마태우스님, 돌아보지는 않아요. 그냥 그만 두려고 보니 한 순간 한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아이들 하나하나도 참 소중하구요.
숨은아이님... 왜 아름답고도 슬플까요... 가을이어선가? 제 마음을 들켜버린 것같아 가슴이 덜컥 합니다 ^^
속삭여주신 님, 아마 더 자주 들어올 거에요. 다시금 알라딘폐인의 길에 접어들 것만 같은 예감이 들지 않으십니까? ^^

아영엄마 2004-10-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으로서는 그만 두려니 정말 섭섭하시겠고, 요즘 일자리 구하는 사람 많다는 걸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 (음.. 저도 이삼년지나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랄께요.
 

그만둘 땐 두더라도...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을 한다. 각 반마다 도서관이용수업을 하는데, 솔직히 뭐 도서관에서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짓은 하면 안 되고... 그런 얘기가 뭐 얼마나 재미 있나.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암막커튼 치고, 전동스크린 내리고 스캔받아둔 그림책 띄워서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요즘 읽어주는 책은 

 

바로 이 책.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다.

난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앤서니 브라운에 광분한다. 고정팬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커다란 화면으로 보니 고릴라의 얼굴이 정말 적나라하다. 게다가 책 속 군데군데 숨겨둔 고릴라 그림들도 아이들이 잘 찾아낸다. 두어 번 읽다보니 요령도 생겨서, 화면 넘기는 지점까지 계산해가며 읽어준다. 3학년까지 읽어줬는데, 4학년부터는 책을 바꿀지 아님 그냥 갈지 고민중이다.

 

이 책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이 책은 도서관에 한 권 뿐이고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아 스캔을 받지 못했다. 이 책 띄워주고 그냥 음악 틀어주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이 책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꼭 빌려서라도 보시길 바란다. 그림만 있고 글씨는 하나도 없는데, 부록으로 딸려오는 음악CD가 정말 좋다. 음악 틀어두고 페이지 넘겨가면서 보는 그림책이다.)

1. 각 반마다 수업태도가 정말 다르다. 어떤 반은, 아이들이 정말... 어쩜 2학년이 맞을까 싶을 만큼 얌전하고 묻는 말에 대답도 잘 하는데... 그런데 반응이 없다. 화면 전체에 고릴라 얼굴이 쫙 나오면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거나 뭔가 반응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그냥 조용~~~하다. 묻는 말엔 아주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대답을 잘 하는데... 재미 없다.

그런가 하면 어떤 반은... 역시 2학년인데, 어떻게 된 게 40명 중 가만히 앉아있는 놈들은 10명도 안 된다. 돌아다니고, 앞으로 나와 스크린 만지고... 자유로운 만큼 그림책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반응은 엄청 쎈데... 그런데 산만하다. 담임선생님은 함께 계시지도 않지만, 계신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담임선생님 말씀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소문이 있다.

비슷한 아이들을 나눠서 반편성한 건데, 한 학기만에 아이들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으니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2. 똑같은 고릴라 그림을 보고도 어떤 아이는 고릴라의 얼굴에 주목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주목한다. 와, 저 고릴라 젖꼭지 좀 봐! 이러면서 분위기 흐트리는 놈들... 참...

3. 3학년의 어떤 놈은... 아마 외국에서 살다 온 모양이다. 고릴라 그림책이 화면에 뜨자마자 'Oh, Anthony Brown!' 하더니... 내가 한마디 하면 계속 영어로 옮긴다. 고의는 아닌 것 같고, 다만 한글을 보면 일단 영어로 옮겨야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신경 쓰여 죽는 줄 알았다. 영어를 좀만 잘했음, '좀 조용히 해 줄래? 자꾸 소리를 내서 선생님이 방해가 되는구나'라고 얘길 했을텐데...

4. 토요일 오후에 도서관을 대관을 해줬다. 물론 내가 아니라 우리학교 보스가. 퇴근했다가 끝나는 시간에 다시 나가 문단속하고 정리를 했다. 그 김에 우리집 막내를 데리고 나가서, 혼자만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줬다. 고릴라와 괴물들이 사는 나라. 둘 다 우리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노릇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담주 언제는 아이 친구들을 데려다 한 번만 더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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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앤터니 브라운~ㅎㅎㅎ(설마 우리 아들은 아니겠지요~)ㅋㅋ

숨은아이 2004-10-1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하세요! 해버리세요! (찔러 찔러) 아아... 그런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놓고 싶다!
 

흑흑... 모두들 고맙습니다 ^^

수영장에 가서 미친듯이 수영을 ... 하고 싶었는데 사실은 초보라서 25미터만 겨우 가서 쉬고 또 25미터 돌아오고... 이렇게 하고 돌아왔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아버지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아마 학교라는 곳에 대해, 학생은 생각하지 않고 늘 교사 편의주의인 학교라는 공간에 실망하던 차, 차마 담임한테는 터지지 못하고 나한테 터진 거겠죠.

저는...

다른 사람보다도 늘 학생 입장에서 보려고 꽤 노력했는데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수라장 속이다 보니 학생 하나하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죠. 인정해야죠. 물론 다시 그 순간이 온다고 해도 달라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만, 제가 가장 노력했던 부분을 무시당하니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고, 어쩌면 다소 그 아버지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계산했던 건 아닌데, 제 마음 속에서 나도 이렇게 상처받는데 너도 함 당해봐라... 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다음주에 시아버님이 서울에 오셔서 수술하시고 한 보름쯤 입원해 계셔야 하는데, 병수발하겠다고 함께 오시는 우리 시어머님... 아버님보다 더 몸이 안 좋으시거든요.  생각 같아서는 우리 동서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전 그냥... 기대는 안 하고, 도움이 되면 고맙다고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게다가 세 놈이나 되는 우리 아이 중 한 놈이... 집중력장애인 것 같아서 치료를 요하네요. 별 거 아니라고 얘기는 하지만, 애미 된 심정은 장애아를 키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요.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그동안 애만 잡았던 것도 미안하고...방치해 두었던 것도 미안하고... 어려서부터 예민하던 아이에게 늘 짜증만 냈지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생물학적으로 어려운 걸 애에게 요구했으니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어차피 아이가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제가 옆에서 좀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요. 공부도 좀 해야겠구요.

그런저런 생각에 우울하던 차, 그 아빠가 똥 밟았을지도 몰라요.

퇴근길에 교장선생님은 안 계셔서, 교감선생님께만 개인사정으로 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10월이면 도서관 바쁜 일 다 지나니 새 사람 뽑아도 될 거라구요.

그리고 나오는데, 모 부장님... 도서관에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생활지도가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떠드는 놈들을 냅두면 어쩌냐구요...

허허... 조용히 시킬 틈도 없답니다. 낸들 시끄러운 게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놈들 조용히 시킬 틈도 없답니다. 그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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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1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0-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으로 푸시다니 멋지십니다. ^^ 휴식이 아니라 병구완 때문에 그만두시게 되다니 안타까워요. 하지만 머릿속에 가득한 숙제도 한 가닥씩 풀어나가다 보면 다아 해결되겠지요...

하얀마녀 2004-10-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이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테고 호랑녀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요. 그래도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

2004-10-1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10-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다녀야 하는 사정이 없다면,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학교 도서관 어려운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아래 글 읽어보니 상상의 한도를 초과하네요.
그런 공간이라면 책을 사랑하는 호랑녀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별로 득될 것이 없지 싶습니다.
그 동안 할만큼 하셨습니다.
(나쁜 일은 뭉쳐서 오고, 뭉쳐서 가더군요. 어려운 일 모두 금세 다 풀릴거예요.)

조선인 2004-10-1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걱정에, 부모님 걱정에, 일을 쉬셔도 할 일이 터럭같겠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아자 아자 아자!!!

세실 2004-10-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공도서관 사서라 동지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요즘 학교도서관 사서들의 처우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암튼 생생한 소식 잘 봤습니다.
어느곳에 계시더라도 아자아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