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아버지는 이제 일흔 여섯이 되셨다. 여전히 여기저기 오라는 데 많고, 인터넷도 열심이시고, 돋보기 두 개 놓고 책도 열심히 읽으신다. 환갑 넘어 배우셨던 운전으로 여기저기 안 가시는 곳 없고,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무등산을 오르신다. 한 번은 친구분들과 함께, 또 한 번은 혼자.
엊그제, 아주 친한 친구 두 분과 함께 점심을 드시러 식당을 찾으시던 중이었다. 한 분은 서너 걸음 앞서서 걸으시고, 다른 분은 무릎이 안 좋으셔서 한두 걸음 뒤에서 걸으시고, 그리고 아버지는 양쪽 보조를 맞추느라 어정쩡 중간쯤에서 걸으셨단다.
그런데 한참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금방까지 얘기하시던 아버지 친구분이 안 보이시더란다. 앞으로 쓰러져 계셨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119를 불러주어 금방 병원에 갔지만, 그냥 운명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참을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하셨고,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신다고 한다.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도대체 아무런 징조 없이, 그냥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는 것이 어디 있냐고 하신다.
병원에 계시는데, 연락 받은 유족들이 달려와서 아버지와 다른 친구분은 그냥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단다. 내가 괜히 점심 먹는 데 불러냈다고, 내가 아는 식당 있다고 괜히 앞서서 갔다고...
유족들이, 제일 좋아하는 친구분들과 얘기하다 그분들이 임종을 지켜주셨으니, 우리 아버지는 복이시라고, 정말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얘기해줘서 미안한 마음은 좀 가셨다는데, 그래도 사람 목숨이라는 게 이렇게 허망한 것인 줄 몰랐다고 자꾸만 얘기하신다.
이기적인 나는, 고인과는 그래도 한발 떨어진 처지라, 그저 내 아버지만 걱정이 된다.